코로나19 전후해 ESG 전환 서둘렀지만 과거보다 줄어든 기부금
삼성전자, 2018~2022년 1조5560억 기부···이익 대비 비중 가장 낮아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경제계는 코로나19를 전후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하며 각 분야에 걸쳐 획기적인 변화를 달성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과거와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제자리걸음을 넘어 후퇴하는 모습까지 나타난 곳들도 있어, 일각에서는 ‘말’뿐인 ESG 경영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ESG 경영의 진행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대표적 수치는 각 기업의 ‘기부금’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따라 회사 설립 초기부터 기부금을 납부해, ESG 경영 강조 이전과 이후를 숫자로 비교할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4대 그룹 대표 기업들의 기부금 내역을 살펴보면, ESG 경영으로의 전환을 발표한 이후 오히려 액수가 줄어들고 있다. 역대 최대 실적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달성해도 기부금 비중은 전보다 줄어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 LG화학(LG전자 기부금 내역 미공시) 등 4곳의 2018~2022년 기부금액은 2조3627억원이다. 이 중 삼성전자는 1조5560억원을 기부해 4개 기업 중 가장 큰 금액을 썼다. 이어 현대차 3811억원, SK하이닉스 3435억원, LG화학 821억원 순으로 기부금으로 많이 냈다.
액수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가 월등히 많지만,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비중을 보면 4개 기업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2021년을 제외하고 매년 3000억원 이상을 기부해왔다. 삼성전자의 기부금은 ▲2018년 3100억원 ▲2019년 3580억원 ▲2020년 3110억원 ▲2021년 2710억원 ▲2022년 3060억원 등이다.
그러나 영업이익 대비 1% 이상 기부한 해는 2019년(1.29%)뿐이다. 2018년의 경우 최근 5년 중 가장 많은 영업이익인 58조8900억원을 기록했지만, 같은해 기부금 비중은 0.53%에 불과했다. 51조63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2021년 상황도 비슷하다. 당시 기부금은 2710억원으로 0.52%의 기부금 비율을 보였다.
현대차는 4개 기업 중 가장 많은 기부금 비중을 보였다. 현대차의 2018년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비중은 3.53%이며, 2020년에도 3.07%를 기록했다. 하지만 역대 최대 영업이익(9조8200억원)을 달성한 지난해에는 0.92%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7.0% 증가한 반면 기부금 비중은 크게 줄어든 셈이다.
SK하이닉스와 LG화학은 2019년에 각각 2.28%, 1.76%의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비중을 나타냈다. 다만, 이들 기업 역시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최고 실적을 기록한 해에는 낮은 기부금 비중을 나타냈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20조835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지만 기부금 비중은 0.29%에 불과했다. LG화학도 지난해 5조254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0.34%에 그쳤다.
경제개혁연대는 “글로벌 트렌드인 ESG 경영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고 경제계가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기부금 내역 등을 보면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한 선전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해, 실적에 따른 합리적인 기부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