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임기 5.6개월, 근무 후 청 잔류 인력 부재···직원들 “복지부 행시 관료가 거쳐 가는 보직” 지적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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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보건복지부 외청인 질병관리청 연구기획조정부장이 질병청 승격 후 5번 임명되는 등 빈번하게 교체돼 문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복지부의 행정고시 출신 인력이 임명됐지만 근무를 마치고 모두 질병청을 떠난 상태다.   

28일 복지부와 질병청에 따르면 질병청 국립보건연구원 연구기획조정부장은 국장급 고위직이다. 지난 2020년 9월 질병관리본부가 질병청으로 승격됨과 동시에 기존 연구기획과가 연구기획조정부로 승격되며 확대 개편됐다. 현재 산하에 연구기획과와 연구지원과, 운영지원과 등 3개 과를 두고 있다. 질병청은 연구기획부장이 국립보건원 연구개발 계획 수립과 조정, 연구개발사업 선정 및 성과평가/관리, 관련 예산 편성/조정, 연구원 소속 직원 인사관리 등 업무를 담당한다고 밝혔다. 즉 국립보건원이 진행하는 연구를 지원하고 보건원 예산 등 살림살이를 맡는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질병청 승격 후 2년 4개월 동안 연구기획부장에 동일인 2번을 포함, 총 4명이 5번 임명됐다는 점이다. 질병청 승격이 감염병 대응 업무의 체계적 진행과 전문인력 육성을 위해 단행된 점을 감안하면 당초 승격 취지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 역대 연구기획부장을 보면 재임기간이 짧다. 초대 부장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인사교류 형식으로 전입한 김성곤 국장이다. 그는 승격 시점인 지난 2020년 9월부터 2021년 초까지 연구기획부장으로 활동했다. 당초 복지부와 식약처 인사교류가 진행된 것은 2019년 9월로 식약처 부이사관(3급)이던 김 국장은 고위직으로 승진, 질본 생명의과학센터장으로 발령 받았다. 이같은 양 기관 인사교류는 김 국장이 2021년 초 식약처에 복귀하며 종료됐다. 질병청 관계자는 “본래 기관 간 인사교류는 시너지효과 등을 염두에 두고 진행되는데 당시 교류는 의미도 적고 효율성도 높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복지부 출신 박금렬 국장은 두 차례 연구기획부장을 역임했다. 첫 번째는 김 국장 후임으로 부임, 2021년 10월까지 근무했다. 두 번째는 이듬해인 2022년 8월부터 같은 해 10월까지다. 두 번째 연구기획부장 근무는 명예퇴직 여부를 고심하던 시기로 알려지며 두 달 재임에 그쳤다. 질병청 관계자는 “질병이나 어쩔 수 없는 사정이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부임 두 달 만에 명퇴가 진행된 결과만 보면 이같은 인사를 단행한 복지부가 야속하다”고 말했다. 

세 번째 연구기획부장을 맡은 정윤순 국장도 복지부 출신이다. 그는 지난 2021년 10월부터 2022년 8월까지 근무했다. 이 기간 박 국장은 복지부에 복귀, 첨단의료지원관으로 활동하며 사실상 양 기관 간 인사교류라는 평가를 받았다. 박 국장이 두 번째 근무를 마치고 명퇴, 한국사회보장정보원 기획이사로 임명된 지난해 10월에는 김국일 복지부 인사과장이 국장으로 승진, 연구기획부장에 임명됐다. 하지만 석 달 근무 후 최근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교육파견됐다. 종합하면 질본의 질병청 승격과 동시에 고위직으로 승격된 국립보건원 연구기획부장에 타 부처와 인사교류나 퇴직을 앞둔 관료, 국장 승진한 관료가 임명된 것이 확인된다. 승격 후 28개월간 5번 임명돼 평균 임기는 5.6개월이다.  

더 큰 문제점은 국립보건원의 각종 연구를 지원하는 고위직에 주로 복지부 행시 출신 관료가 임명됐다는 점이다. 김성곤 국장과 김국일 국장은 행시 43회다. 박 이사는 34회, 정 국장은 39회다. 물론 복지부 행시 출신 관료도 2020년 9월 승격 시점을 전후로 대거 질병청에 전입,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연구기획부장으로 근무한 후 현재 질병청에 남아 일하는 관료는 없다. 질병청 관계자는 “청의 모든 직위와 업무가 전문성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상황에서 몇 달간 근무한 후 떠나면 남은 관료들은 의욕을 상실하게 된다”며 “질병청 연구기획부장은 고위직 누구나 할 수 있는 자리라는 인식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연구기획부장 임기가 단명으로 끝나자 김 국장 후임자가 결정되지 못해 공석인 상태다. 현재 정지원 연구기획과장이 연구기획부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다, 질병청 주변에서는 복지부의 국장 승진 후보자들이 연구기획부장을 고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당분간 공석이 이어질 전망도 제기된다. 이에 연구기획부장 공석 사태를 계기로 복지부가 국장 승진자를 빈번하게 질병청으로 보내는 인사를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과거 질본 근무 경험이 있어 질병청 업무에 적응할 수 있는 관료도 있지만 사실상 이같은 인력 대부분은 이미 청에 전입한 상태다. 만약 이같은 복지부 관료의 질병청 전입 인사가 발생하더라도 이후 복지부 복귀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국장 보직에 계속 복지부 출신이 오고 있어 내부 승진이 밀리고 있는 상태”라며 “질병청 승격 취지를 청 출신 지영미 청장이 살려 자주적 인사를 단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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