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발전으로 원통형 배터리 단점 줄어 완성차 업체들 속속 전환 준비
LG엔솔·삼성SDI, 원통형 배터리 생산 공장 투자
SK온 "고객사 니즈 맞춰 가능성 열어둔 상태"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전기차 시장 비주류였던 '원통형 배터리'가 떠오르고 있다. '싸고 멀리 가는' 장점 덕에 BMW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원통형 배터리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도 이에 발맞춰 원통형 배터리 양산을 계획 중이나 기업마다 온도차가 나타나고 있다.
◇완성차 업체 러브콜···양산 쉽고 단가 저렴
LG에너지솔루션 기획관리 담당은 27일 2022년 4·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서 테슬라와 전기차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원통형 신규 사이트 진출을 위해 공급 대응을 활발히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에 원통형 배터리 공장을 신설한다는 얘기다. 세부 계획은 추후 발표할 방침이다.
전기차 업계에서 원통형 배터리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먼저 전기차 선두 주자인 테슬라가 원통형 배터리를 먼저 채택했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 BMW도 합류했다. BMW는 지난해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뉴클라쎄(Neue Klasse)'에 원통형 배터리를 탑재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차에 이용되는 배터리는 모양별로 각형, 파우치형, 원통형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원통형 배터리는 단가가 저렴하고 대량생산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에 언급되던 단점도 사라지고 있다. 공간 활용도가 낮고 에너지 효율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기술 발전으로 이를 해결했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원통형 배터리가 파우치나 각형 배터리와 비교해 에너지 밀도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면서 "생산성이 높고 품질이 균일해 배터리 대량 소비 시대가 왔을 때 가장 주목받을 배터리 유형이다"고 말했다.
◇준비된 LG엔솔·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 6월 전면 재검토하기로 한 애리조나주 퀸크리크 신규 공장 건설 계획이 다시 추진되는 배경이다. 지난해 3월 LG에너지솔루션은 1조7000억원을 투자해 해당 공장을 통해 원통형 배터리를 생산하겠다고 밝혔으나, 인플레이션 등 영향으로 비용 증가가 예상돼 보류해왔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애니조나 공장 건설은) 최초 계획보다 늦어졌지만 고객사의 원통형 배터리 수요가 증가하다 보니 이에 맞춰 투자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빅3' 배터리 업체 가운데 원통형 배터리 수요 증가에 가장 빠른 대응에 나섰다. 지난해부터 충북 청주 오창산업단지에 원통형 배터리 생산설비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총 4조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진행한다. 이곳 공장에서는 올해 하반기부터 테슬라에 납품될 차세대 원통형 규격 '4680(지름 46㎜·높이 80㎜) 모델'을 양산할 계획이다.
삼성SDI도 원통형 배터리 합작 공장 설립을 논의 중이다. 기존 헝가리 1·2공장에 이어 3공장 건설하는데 여기서는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이곳에서 공급된 배터리는 최대 고객사 BMW의 헝가리 데브레첸 공장에서 조립된다.
◇ SK온 "가능성 열어둬"
후발주자 SK온은 원통형 배터리 생산 계획이 없는 상태다. 원통형 대신 고성능 장점을 지난 파우치형 배터리에 사업 무게를 두고 있다. 파우치형 배터리의 장점을 강화해 경쟁력을 갖추겠단 계획이다.
개발 여력도 녹록지 않다. 최근 포드와 함께하기로 했던 튀르키예 합작 공장 무산의 배경에 낮은 수율과 자금 문제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원통형 배터리 개발은 힘들다는 평가다. 당장 원통형 배터리를 위한 R&D·생산 시설을 지을 계획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원통형 배터리 수요가 지속 증가하게 되면 SK온도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원통형 배터리 수요가 2030년 285억개가 될 것으로 예측한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135%가량 증가하는 수치다. SK온 관계자는 "고객사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원통형 배터리를 제공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다양한 유형의 배터리를 검토하고 있고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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