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장기 채권형 ETF 수요증가···현재 30년 국고채 ETF 2종만 상장
금리 하락시 만기 길수록 수익률↑···채권금리 고점 찍고 하락세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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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미래에셋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다음달 30년 만기 채권형 ETF를 잇따라 출시하며 초장기 채권형 ETF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자산운용사들이 30년 만기 채권형 ETF를 출시하는 배경에는 금리가 정점을 찍었다는 판단이 있다. 채권은 금리가 내려가면 가격이 올라가는데 만기가 길수록 가격변동폭이 커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

◇ 미래에셋·KB·한화·한투운용, 30년 장기채 ETF 출시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 KB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은 30년 만기 채권형 ETF를 출시할 예정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월 1일 ‘TIGER 국고채30년스트립액티브’ ETF를 상장한다. TIGER 국고채30년스트립액티브는 국내 최초 스트립채권형 ETF다. 스트립채권이란 원금과 이표(이자를 받을 수 있는 쿠폰)를 각각 분리한 채권이다. 예를 들어 6개월마다 이자를 주는 30년 국채의 경우 이자쿠폰이 60개이기에 원금을 받을 수 있는 채권을 포함 총 61개의 채권으로 쪼개진다. 듀레이션(투자금 평균회수기간)은 27~29년으로 알려졌다.

한화자산운용은 2월 7일 ARIRANG 국고채30년 액티브 ETF를 출시한다. 듀레이션은 18.99년 내외로 최근 발행된 30년 국채를 80%, 이전에 발행된 국채를 10%, 10%씩 나눠 담을 예정이다.

KB자산운용도 2월 중 KBSTAR 국채30레버리지KAP ETF를 내놓을 예정이다. KB자산운용은 이미 국내 증시에 유일한 30년 국고채 ETF인 ‘KBSTAR KIS국고채30년Enhanced’를 상장한 상태다. 이번에 내놓는 ETF는 추종지수를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국내 최초로 현물형 미국채 30년 만기 ETF 2종을 선보인다.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와 ACE 미국채30년선물레버리지(합성H) 로 각각 미국 장기국채(30년) 지수를 1배, 2배로 추종한다.

국내 증시에서 30년 국고채 만기 채권형 ETF는 KB자산운용의 KBSTAR KIS국고채30년Enhanced와 삼성자산운용의 KODEX 국고채30년액티브 뿐이었다. 여기에 삼성자산운용이 미국채 30년 선물지수를 1배, 2배로 추종하는 KODEX 미국채울트라30년선물(H)와 KODEX 미국채울트라30년선물인버스(H)를 상장한 상태다.

국고채30년 ETF 시장 경쟁에서는 KB자산운용이 삼성자산운용에 앞서고 있다. 2021년 5월 상장한 KBSTAR KIS국고채30년Enhanced는 전날 종가 기준 순자산총액이 1756억원으로 KODEX 국고채30년액티브(755억원)보다 3배가량 많다.

KBSTAR KIS 국고채 30년 Enhanced ETF는 국고채 30년물 최근 발행 종목에 투자하면서 RP매도를 통해 30년 국고채를 30%가량 추가로 매수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동일한 투자금 기준 130%로 투자하는 레버리지 효과가 난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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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리고점 기대···지형도 변할까

자산운용사들이 잇따라 30년 만기 채권형 ETF를 출시하려는 이유는 시장에서 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는 투자자들이 대거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가격은 올라가고 반대로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가격은 내려간다. 지금 채권을 사두면 향후 금리하락시 차익을 거둘 수 있는 셈이다.

듀레이션이 길수록 가격변동폭은 커진다. 보통 잔존만기와 듀레이션은 비례관계다. 예를 들어 듀레이션이 3년인 채권은 금리가 1% 하락 시 가격이 3% 상승하지만 듀레이션이 5년인 채권은 금리가 1% 하락시 가격이 5% 상승한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향후 금리의 하락을 높은 확률로 예상하는 투자자라면 듀레이션이 긴 초장기채로 초과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채권가격 상승은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10월 한때 4.3%를 넘겼던 30년 국고채 금리는 하락세로 돌아서 전날 3.222%까지 내려온 상태다. KBSTAR KIS국고채30년 인핸스드 ETF의 경우 최근 3개월간 수익률이 27.71%에 달한다. KODEX 국고채30년액티브 역시 최근 3개월간 수익률이 19.86%다.

증권가에서는 물가 하향안정, 경기둔화 우려, 통화정책 전환 기대 등이 작용하면서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금리가 점차 낮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혜경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중으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종료와 5% 내외의 물가상승률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미 연준(FED)의 통화정책 전망의 불확실성도 일부 해소되는 가운데 국고채 공급부담도 일부 완화되는 만큼 금리하방 요인이 소폭 우세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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