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패스 7500원으로 책정
AI 매칭시스템 등 실력차 좁히기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넥슨이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에 확률형 아이템을 배제하고, 일종의 정기권인 패스 모델을 도입했다. 북미 시장에 도전하는 만큼 글로벌 게임이 주로 적용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한 것이다. 다만, 확률형 아이템 모델보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만큼 이용자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넥슨은 12일 새해 첫 신작으로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프리시즌을 선보였다.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는 국민 레이싱게임 ‘카트라이더’ 지식재산권(IP)를 활용한 후속작이다. 마카트라이더 IP를 활용했지만 플랫폼부터 게임 콘텐츠, 비즈니스 모델까지 전부 새로 설계했다. 이번 신작을 통해 해외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서다.
이날 앱분석 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는 국내 구글플레이 인기(다운로드) 순위 2위에 올랐다. 앱스토어 기준으로 인기 1위에 올랐으며, 일본에서 3위, 대만에선 1위를 기록했다. 출시하자마자 10만명 이상의 접속자가 몰리면서 대기열이 발생하기도 했다.
◇ 확률형 아이템 대안으로 ‘레이싱 패스’ 도입
넥슨은 이번 출시한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통해 신규 이용자 진입장벽을 낮추고 해외 이용자 확보에 주력한다.
비즈니스 모델도 완전히 바꿨다. 돈을 쓸수록 승리하는 ‘P2W(Pay to Win)’ 모델과 확률형 아이템을 배제했다. 클로즈베타테스트(CBT)에는 경주용 차량(카트바디) 강화 실패 확률이 존재했지만, 프리시즌부터는 확률 시스템을 없애고, 시즌패스인 ‘레이싱 패스’를 도입했다.
통상 패스권을 구매한 이용자는 게임 미션을 달성하면 아이템을 획득하고, 레벨을 올릴 수 있다. 레이싱 패스는 무료인 일반 패스와 유료인 프리미엄 패스로 구분된다. 프리미엄 패스를 구매하면 레이스 완주부터 특정 모드 주행까지 매주 도전할 수 있는 미션과 보상이 추가로 주어진다. 미션을 완료하면 레벨을 올릴 수 있고, 레벨에 따라 캐릭터, 카트, 스티커 등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다.
프리미엄 패스 가격은 7500원이다. 아이템과 함께 판매하는 프리미엄 패스 패키지는 1만5000원으로 책정됐다. 패스 레벨은 매 시즌마다 초기화되며 보상 아이템은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레이싱 패스는 오는 3월 3일 초기화될 예정이다.
패스 모델은 국내 P2W 모델 대안으로 떠올랐다. 이미 글로벌 게임사는 패스 모델을 주로 채택하고 있다. 라이엇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 슈퍼셀의 ‘클래시 오브 클랜’이 대표 사례다.
국내 게임사 중에는 크래프톤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에 로얄 패스를 도입해 매출이 급증한 바 있다. 넥슨도 ‘서든어택’에 서든패스를, 지난해 출시한 ‘히트2’에 시즌패스를 적용했다.
다만, 시즌패스는 일회성 구매에 그치기 때문에 끊임없이 구매를 유도하는 확률형 아이템으로 설계된 과금모델에 비해 매출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시즌패스로 매출을 올리려면 이용자 확보가 관건이다.
◇ 전작에선 실패한 이용자 간극 좁히기에 ‘사활’
넥슨은 신작에서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주행 조작에 익숙하지 않은 신규 이용자를 위해 드리프트 각도를 보정하는 ‘드리프트 어시스트’나 절벽에서 떨어지지 않고 안전하게 주행하는 조작 옵션을 지원한다.
또 카트바디의 성능을 모두 동일하게 만들었다. 이는 원작인 ‘카트라이더’ 이용자가 유입되면서 벌어질 수 있는 실력차를 좁히기 위한 것이다. 기존작은 카트바디마다 다른 성능을 지녔지만, 신작의 경우 외형만 다를 뿐 성능은 모두 동일하다. 정규시즌에 적용되는 카트 등급 강화는 100% 확률로 가능하다.
AI 매칭 시스템 역시 실력이 비슷한 이용자끼리 대결을 벌여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조재윤 니트로스튜디오 디렉터는 지난 6일 온라인 생방송에서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제작하면서 가장 신경 쓴 것 중 하나가 매칭 시스템 고도화”라며 “실력이 비슷한 이용자를 만나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넥슨이 이용자의 실력 격차를 좁히는 것에 집중한 이유는 이용자층을 넓히는 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앞서 넥슨은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출시를 앞두고 18년 동안 서비스해 온 원작 카트라이더의 서비스를 종료하는 강수를 뒀다. 서비스 종료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신규 이용자와 기존 이용자의 격차를 좁히는 데 실패하면서 이용자가 줄어들었다고 판단해서다.
넥슨은 연내 정규 시즌을 오픈하고, 콘솔기기까지 지원할 계획이다. 넥슨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다양한 국가의 이용자들이 디바이스에 관계없이 함께 레이싱에 참여할 수 있도록 멀티플랫폼을 도입한다”며 “각 디바이스별로 최적화된 UI를 선보여 어떤 디바이스에서든 이질감 없이 게임 플레이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