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그룹, 주요 계열사 젊은 대표로 배치
오너 3세 서 담당 힘 실어줬단 분석···경영 능력 시험대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젊은 계열사 대표들로 재배치하고 실적 부진 타개에 주력하고 있는 가운데 체질 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부진한 실적 타개를 위해 3대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룹의 오너 3세인 서민정 담당도 매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 사업을 개선시켜 경영능력을 입증해야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실적 부진 타개를 위해 주력 계열사와 지주사 수장을 교체, 3대 추진 전략으로 ‘강한 브랜드’, ‘디지털 대전환’, ‘사업체질 혁신’ 등을 제시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없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해 말 주력 계열사 및 지주회사의 신임 사장을 임명했다. 그룹의 대표이사였던 김승환 사장을 아모레퍼시픽의 신임 사장으로 임명한 것이다. 아모레퍼시픽 경영지원 유닛장인 이상목 부사장은 그룹의 신임 사장으로 승진했고, 지난 5년간 아모레퍼시픽 대표였던 안세홍 사장은 퇴임 후 경영 자문 임무를 수행한다. 안 사장의 사임에 따라 기존 서경배·안세홍·이동순 3인 각자 대표이사 체제에서 서경배·이동순 투톱 체제로 전환됐다.
주목할 점은 서 회장의 장녀이자 그룹 오너 3세인 서민정 아모레퍼시픽 럭셔리브랜드 디비전 AP팀 담당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해 8월 임원인사를 통해 주요 계열사 대표에 1970년 후반의 젊은 40대 임원을 전면 배치했다. 주요 부서에는 1980년대생 젊은 팀장을 세웠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에서 일명 ‘서민정 3사’로 불리는 에뛰드·에스쁘아·이니스프리의 대표가 1976~1979년생으로 교체됐다. 앞서 지난 2020년 말 아모레퍼시픽이 15년차 이상 근무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250여명의 중장년층이 회사를 떠났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 젊은 경영진 중심의 인사는 서 담당 경영 체제에 힘을 실어줬다는데 무게가 실린다.
또 서 담당은 지난해 에뛰드와 에스쁘아의 주식 전량을 처분하고 기업가치가 다소 높은 이니스프리 지분(18.18%)만 남겼다. 당초 서 담당의 경영권 승계 재원 마련에 에뛰드, 에스쁘아의 지분이 활용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니스프리의 지분을 남겨 앞으로 이니스프리의 역할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현재 서 담당이 서 회장 후계 1순위로 꼽히는 이유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 담당은 지난 2006년 아모레퍼시픽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서 회장으로부터 아모레퍼시픽 구형우선주를 증여받아 아모레퍼시픽그룹 신형우선주로 교환했다. 2016년에는 우선주가 보통주로 전환돼 서 담당은 서 회장에 이은 2대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현재 아모레퍼시픽그룹 지분율은 서 회장이 보통주 53.78%, 서 담당이 2.93%를 보유하고 있다.
아직 서 담당의 승계는 ‘다소 이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실적이 악화하고 있는데다 서 담당이 그룹 내 경영 능력을 입증하지 않아 경영권 승계는 무리라는 의미다.
다만 서 담당은 중국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어 향후 중국 시장 사업 확대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 담당은 미국 코넬대학교에서 경제학과를 전공한 후 중국 장강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받았다. 이후 서 담당은 아모레퍼시픽 오산공장에서 평사원으로 6개월 동안 일했고 다시 중국으로 유학 생활을 거쳐 아모레퍼시픽에 뷰티영업전략팀 프로페셔널(과장)로 재입사했다.
일단 아모레퍼시픽은 자사 전략이기도한 디지털 대전환, 글로벌 공략을 위해 역직구 플랫폼 ‘글로벌 아모레몰’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지역과 북미·남미·오세아니아·중동·유럽·아프리카 등 61개국을 대상으로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신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설했다. 해외 거주하는 소비자가 글로벌 아모레몰을 통해 상품을 구매하면, 해당 상품이 현지로 직배송되는 형식이다. 현재 글로벌 아모레몰은 헤라 브랜드를 대상으로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역직구 플랫폼은 시범 운영을 통해 앞으로의 방향이 잡혀질 것”이라며 “기존 아모레퍼시픽이 진출했던 국가 외에 글로벌 고객들이 자사 상품을 구매, 이용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