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27%포인트 차이났던 ETF 점유율 5%포인트 안으로 들어와
ETF 시장 적극적 공략 빛 봐···올해 만년 2인자 꼬리표 뗄 수 있을지 주목
자회사 통한 해외 ETF 성장 여부도 관전 포인트···순자산 지난해 9월 기준 110조원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자본 규모나 실적에서 경쟁 자산운용사를 압도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로 평가되는 연금시장에서도 가장 높은 위치에 올라가 있는 자산운용사다.
하지만 시장 규모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국내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에서는 삼성자산운용에 밀리며 2인자의 자리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다만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최근 ETF 시장에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향후 판도 변화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있어 ETF 시장은 국내로 한정돼 있지 않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그동안 해외 ETF 사업을 활발히 벌여왔다. 국내 ETF 시장 점유율 싸움과 더불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해외 ETF 사업의 성장세도 올해 주목해야 할 포인트로 분류되는 이유다.
◇ 빠른 ETF 성장세···삼성자산운용 맹추격
3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 153개의 순자산총액은 29조5673억원이다. 이는 ETF 전체 순자산총액의 37.7% 비중으로 업계 2위에 해당한다. 업계 1위는 삼성자산운용으로 32조9505억원의 순자산총액을 기록해 42%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ETF 사업을 뒤늦게 시작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두드러진 모습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06년 ‘TIGER KRX100’과 ‘TIGER 반도체’를 상장시키며 ETF 시장에 진출했다. 경쟁사인 삼성자산운용의 경우 2002년 10월 대한민국 최초의 ETF인 ‘KODEX 200’을 상장시키며 국내 ETF 시장을 이끌었다.
이른바 동학개미 운동이 나타나기 전인 2019년 말만 하더라도 ETF 시장은 삼성자산운용의 독주였다. 2019년 말 기준 삼성자산운용의 순자산총액은 26조8362억원으로 전체 순자산총액(51조7122억원)의 51.8%를 기록했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2조8734억원의 순자산총액으로 24.8% 점유율에 그쳤다. 그만큼 격차가 급격히 좁혀진 것이다.
최근 ‘메가 히트’ 상품을 다수 배출했다는 점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최근 상승세를 입증한다. 지난해 말 기준 순자산총액 1조원 이상 ETF는 총 20개로 집계된다. 이 중 2020년 이후 상장된 ETF는 6종에 불과한데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상품은 5개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나머지 1곳은 삼성자산운용의 ETF였다.
이 중에서도 중국 전기차 시장에 투자하는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최근 성장 과정에서 가장 상징적인 상품이라 할 수 있다. 이 상품은 해외에서 검증된 운용전략을 적용했는데 계열사인 ‘Global X Hong Kong’이 2020년 1월 홍콩에 상장한 ‘Global X China Electric Vehicle and Battery ETF’와 추종지수가 같다. 해외 계열사와의 시너지가 발생한 것이다. 이 ETF는 개인 투자자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으며 지난해 6월에는 순자산이 국내 해외주식형 ETF로는 최초로 4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반도체 기업에 투자하는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 역시 시류를 잘 읽은 ETF로 평가된다. 이 ETF가 출시된 2021년 당시 증시 상승세와 함께 미국 투자의 인기가 높았다. 이 가운데 미국 반도체 기업에 투자하고자하는 수요가 많아지면서 이 ETF가 하나의 대안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이 같은 약진은 적극적인 ETF 시장 공략 의지와 맞닿아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국내외 자산운용시장이 ETF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고 3년 전부터 역량 강화에 힘을 주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경쟁사 인재 영입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19년 말 삼성자산운용에서 ETF 팀장을 지내던 김남기 현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 대표를 스카우트한 바 있다.
다만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자본 규모를 감안하면 2인자라는 지위는 다소 자존심 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자본은 2021년 말 개별 재무제표 기준 2조2579억원 수준으로 삼성자산운용의 6152억원 보다 세 배 이상 많다. 이에 올해 삼성자산운용과의 ETF 시장 점유율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느냐가 주목된다. 앞선 지난해 말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마케팅부문 대표급 순환배치와 승진 인사를 통해 ETF 역량과 시너지 강화에 나선 바 있다.
◇ ‘국내는 좁다’···해외 ETF 사업도 눈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또 다른 올해 관전 포인트는 해외 ETF 시장 공략이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해외 ETF 비즈니스를 활발히 하고 있는 까닭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18년 전 세계 ETF 시장의 약 70%를 차지하는 미국 시장에서 라이징 스타로 주목받는 ETF 운용사 글로벌엑스(GlobalX)를 인수하며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섰다. 이후 최근까지 현지 ETF 운용사를 인수하는 전략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6월에는 호주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인 ‘ETF 시큐리티스’(현 Global X Australia)를 인수하기도 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자회사인 ‘미래에셋글로벌ETF홀딩스’(Mirae Asset Global ETFs Holdings Ltd.)를 통해 글로벌엑스 등을 거느리며 해외 ETF 시장에 진출해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미국과 홍콩, 일본, 캐나다, 호주 등 10개국에서 ETF를 상장해 운용하고 있으며 글로벌 ETF 순자산 규모만 109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0년 말 65조7000억원에서 크게 성장한 수치다.
대신 실적이 주춤한 것이 아쉬운 부분으로 올해에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관심이 모인다. 지난해 말 3분기 누적 기준 미래에셋글로벌ETF홀딩스는 54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같은 기간 2065억원의 순이익에서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글로벌 자산 시장이 지난해 침체됐던 것이 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