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채권형 ETF 흥행으로 미래에셋운용 추격 막고 1위 수성
서봉균 대표 유임···글로벌·세대교체 내세워 경쟁력 강화 시도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국내 증시에 한파는 지속되고 있지만 상장지수펀드(ETF) 열기는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 순자산총액은 78조5116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6.14% 성장했다.

국내 ETF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국내 ETF 1위 사업자인 삼성자산운용은 올해도 긴장을 놓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2위 사업자이자 강력한 라이벌인 미래에셋자산운용과 격차가 다시 좁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자산운용이 내건 올해 키워드는 글로벌과 젊은 피다.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 ETF를 적극 도입하고 철저한 보상을 통해 감각 있는 젊은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밀어주겠다는 전략이다.

◇ 다시 좁혀진 격차···삼성자산운용 1위 수성할까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삼성자산운용의 ETF 순자산총액 합은 32조9505억원으로 국내 ETF 전체 순자산총액(78조5116억원) 42.0%에 해당한다. 이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 순자산총액 29조5673억원(37.7%)보다 3조3830억원(4.3%p) 많다.

삼성자산운용의 순자산총액은 1년 동안 31조4147억원에서 1조5358억원이나 증가했다. 26조2368억원에서 29조5674억원으로 3조3305억원이나 늘어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성장세를 따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삼성자산운용으로서는 지난해 1위 자리를 빼앗기지 않은 것만으로도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각종 테마형 ETF를 출시하면서 지난해 삼성자산운용과 시장점유율 격차를 급격하게 좁혔다. 지난해 7월말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시장점유율 격차는 3%대까지 좁혀지면서 역전은 시간문제라는 관측도 나오기 시작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채권형 ETF 흥행 덕분에 1위를 수성할 수 있었다.

특히 삼성자산운용의 1위 수성에 혁혁한 공을 세운 ETF는 지난 4월 출시한 KODEX KOFR금리 액티브(합성) ETF다. KODEX KOFR금리 액티브(합성) ETF는 무위험금리를 추종하는 ETF로 손실 가능성이 사실상 없는 ETF로 급격한 금리인상에 따른 증시 급락 속에서도 최근 6개월 동안 수익률 1.38%를 기록했다.

KODEX KOFR금리 액티브(합성) ETF는 기관투자가들로부터 파킹통장 ETF로 주목받으며 순자산가치를 급격하게 불렸고 9월에는 역대 최단기간 순자산총액 3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KODEX KOFR금리 액티브(합성) ETF 흥행 덕분에 삼성자산운용은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시장점유율 격차를 6.8%까지 벌리기도 했다.

삼성자산운용 ETF인 KODEX 종합채권(AA-이상) 액티브 ETF와 KODEX 23-12 은행채(AA+이상) 액티브 ETF의 선전도 큰 힘이다. 국내 최초의 액티브 채권 ETF로 2017년 6월에 상장한 KODEX 종합채권(AA-이상) 액티브 ETF는 지난달 0.38% 상승하며 1조원에 육박하는 투자금이 몰렸다.

KODEX 23-12 은행채(AA+이상) 액티브 ETF는 만기시 정해진 수익률을 보장하는 만기매칭형 ETF로 지난해 11월 22일 출시 후 4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유입됐다. 이날까지 수익률은 1.15%다.

하지만 11월부터 시장점유율 격차는 다시 좁혀지고 있다. 2020년 7월 상장한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 ETF가 KODEX KOFR금리액티브 ETF에 대항할 새로운 파킹통장 ETF로 부각되면서 어느덧 순자산총액을 역전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채권형 ETF의 인기가 사그라진다면 다양한 주식형 ETF 라인업을 갖추고 있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공세는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서봉균호 2년차···글로벌·젊은 피 강화

지난해 부임한 서봉균 삼성자산운용 대표는 외국계 금융사 출신이다. 그는 모건스탠리,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금융사를 거쳐 삼성증권에서 운용부문장과 세일즈앤트레이딩(S&T) 부문장을 역임했으며 삼성자산운용 대표 부임 이후 삼성자산운용은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해 4월 고배당인컴형 ETF 'DIVO’로 유명한 미국 운용사인 앰플리파이에 지분 20%를 투자하고 앰플리파이 ETF에 대한 아시아 독점 판매권을 확보했다.

지난 6월 앰플리파이가 뉴욕 증시에 세계 최초로 상장한 블록체인 ETF인 'BLOK'과 동일한 '삼성 블록체인 테크놀로지 ETF'를 아시아 최초로 홍콩 증시에 상장했으며 9월에는 국내 증시에 국내판 DIVO에 해당하는 ‘KODEX 미국 배당프리미엄 액티브’ ETF를 출시했다.

삼상자산운용은 지난해 10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해외투자 ETF ▲액티브ETF ▲채권형 ETF ▲자산배분형 ETF 등을 강화하겠다는 ‘넥스트(NEXT) 20년 성장 전략을 공개했다.

서 대표는 지난해말 인사에서 유임됐다. 서 대표는 지난해말 인사에서 조직개편과 승진을 통해 삼성자산운용에서 본인의 컬러를 한층 강하게 드러냈다.

삼성자산운용은 ETF 사업부문장에 서 대표가 지난해 직접 영입한 글로벌 ETF 전문가인 김영준 상무를 임명했다. 이어 고객 마케팅 부문에 디지털마케팅본부를 신설하고 최고마케팅책임자(CMO)에 김두남 상무를 선임했다.

임태혁 ETF 운용본부장과 조성섭 산재보험기금사업본부장은 상무로 승진했다. 특히 1982년생인 임 본부장의 승진은 그동안 보수적인 삼성자산운용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삼성자산운용은 과거 승진 및 보수에 인색했기에 많은 인재가 경쟁사로 유출됐고 이는 시장점유율이 흔들리는 배경이 됐다. 임 본부장의 승진은 향후 젊은 나이라도 철저한 보상을 함으로써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