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결정 앞두고 일부 야권 이사진 사임할 듯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 / 사진 = KT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 / 사진 = KT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구현모 KT 대표가 이강철, 김대유 등 사외이사들에 이사직 사임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진보정권 인사들을 배제함으로써 전 정부 색 지우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KT 이사회 산하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는 구현모 KT 대표의 연임 적격 여부를 심사 중으로 조만간 연임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구 대표의 연임 적격 여부 심사가 막바지다. KT 이사회 산하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는 이르면 다음주중 이르면 심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앞서 이강철, 김대유 등 KT 사외이사 2명이 구 대표 연임 적격 여부 심사 불참은 물론 이사직을 사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KT 이사회는 지난달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구 대표의 재임 중 경영 계약 이행 평가 결과 및 경영 목표 달성 정도 등을 평가하고 있다. 우선심사는 구 대표가 지난달 8일 이사회에 연임 의사를 밝힘에 따라 추진됐다. KT 정관에 따르면 현직 대표이사가 연임 의사를 밝힐 경우 이사회가 우선심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8명의 사외이사 전원과 사내이사 1인 등 9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에서 연임 적격 평가가 나오면, 이사회는 구 대표를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단독 추천하게 된다. 이후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연임 여부가 최종 확정된다.

즉 심사위원회 위원들이 구 대표 연임에 대한 키를 쥐고 있는 셈인데, 그간 여권 일각에서 심사위원회 위원 구성을 두고 진보 정권 인사들이 핵심 구성원이란 점에 불만이 나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KT 사외이사중 이강철 이사는 대표적인 진보 정권 인사로 꼽힌다. 그는 참여정부에서 대통령 정무특별보좌관과 시민사회수석(전 정무특보)을 지내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인물이다. 지금도 ‘영남 친노의 좌장’으로 불리는 등 민주당 내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원로급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후보 시절 대구 지역 유세를 도왔고,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지지를 선언했다.

김대유 이사 역시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한민국 대표부 공사 등을 거쳐 노무현 정부 때 통계청장과 청와대 경제정책수석을 역임했다. 과학기술부 차관 출신 유희열 이사도 문 전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바 있다.

이 가운데 구 대표는 최근 여권의 부정적인 시각을 의식해 이강철, 김대유 두 명의 이사에게 이사직 사임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업계에서 KT 이사진 일부가 구 대표 연임 적격 여부 심사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KT 내부에 정통한 통신업계 고위 관계자는 “친노, 친문 인사가 이사회에 많으면 편향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최근 구 대표가 이강철, 김대유 이사에 나가라고 했다. 이에 이강철 이사가 발끈한 것으로 안다”며 “구 대표가 두 명이 없어도 연임 승인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본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및 통신업계에선 구 대표가 이같은 판단을 내린 것을 두고 상징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2020년 구 대표 선임 과정에서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진 이강철 이사와 연임을 앞두고 결국 갈등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지난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서 구 대표에 앞선 후보가 있었지만 이강철 이사의 주장으로 재투표를 해 근소한 차이로 결과가 뒤집혔다”며 “결국 또 다른 후보가 이사진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도 대표 자리에 앉는 데 실패했는데, 이는 이강철 이사의 영향력을 알 수 있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물론 두 이사가 사임하더라도 7명의 이사진이 있기 때문에 구 대표의 연임 적격 여부 심사 관련 절차상 하자는 없어 이사회 승인까진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기 주주총회에서 연임이 확정되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구 대표가 회삿돈으로 국회의원 99명에게 ‘쪼개기 후원’을 해 정치자금법 위반 및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KT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3월 주총에서 같은 혐의를 받는 박종욱 KT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반대한 바 있다.

여기에 최근 검찰이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된 구 대표 등 KT 이사회 전원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점도 변수다. 앞서 참여연대, 민주노총, KT새노조와 약탈경제반대행동 등 시민단체는 지난달 정치자금법 위반 및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구 대표와 KT 이사회 전원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정치권 및 통신업계에선 차기 KT 대표로 전직 KT 출신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김기열 전 KTF 부사장, 박윤영 전 KT 사장, 임헌문 전 KT 사장, 홍원표 전 삼성SDS 사장 등이 해당한다. 실제 이들 중 일부는 수개월 전부터 별도 사무실을 차리고 지지 세력을 모으는 등 차기 KT 대표직에 출사표를 던진 상황이다. 다만 황창규 전 KT 회장 사례처럼 별다른 언급이 없던 인물이 급부상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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