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균 7.4% 성장하는 폐플라스틱 시장···핵심은 화학적 재활용 방식
열분해유 추출 위해 발벗고 나선 기업들, 생산라인 준공에 투자 확대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친환경시대를 맞아 글로벌 재활용 시장도 세계 각국의 정부 정책과 기업 투자 증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확산에 따른 소비자 인식 변화로 연평균 6% 성장하고 있다. 이 흐름에 맞춰 SK와 LG, GS 등 국내 대기업집단도 해당 시장에서 핵심 플레이어로 활약하는 중이다.
재활용 관련 산업에서 시장규모 및 성장성을 고려하면 핵심은 폐플라스틱이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폐플라스틱 시장은 올해 454억달러(약 60조원)에서 연평균 7.4% 성장해 오는 2027년에는 638억달러(약 85조원)로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폐플라스틱 배출량의 30%는 소각, 50%는 단순폐기, 20%만 재활용되는 상황이다. 이 비율을 높이는 것이 세계적 과제로 우리나라 역시 이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폐플라스틱 재활용 방식은 크게 ▲물리적 ▲화학적(열분해) ▲열적 등으로 나뉜다.
물리적 재활용은 재활용이 어려운 재질의 플라스틱을 선별해 이물질을 세척하는 과정 등을 통해 재생원료로 쓰는 방식이다. 공정이 단순하고 재활용 과정에서 탄소가 가작 적게 배출되는 동시에 투자 비용도 저렴하다. 그러나 재활용 결과물의 품질이 기존 제품에 비해 떨어지고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 제품의 범위가 좁은 것이 단점이다.
화학적 재활용은 탄화수소 등의 성분으로 분해해 재활용하는 방법이다. 주로 열분해 및 화학반응 공정을 통해 이뤄진다. 오염된 폐기물에 대한 민감도가 낮아 물리적 재활용의 한계 극복이 가능하다.
열적 재활용은 폐플라스틱을 발전 시설이나 시멘트 공정, 보일러 등의 대체연료로 활용하는 것이다. 단순히 태우는 것(소각)에 불과해 EU(유럽연합)에선 이 방식을 플라스틱 재활용의 범주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방인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물리적·열적 재활용은 여러 가지 단점으로 인해 지속가능성이 제한적”이라며 “반면 화학적 재활용은 이 점이 가능해 순환경제 달성을 위한 필수요소여서 가장 중요한 핵심 재활용 방식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환경부 역시 폐플라스틱 재활용 활성화를 위해 화학적 처리 비중을 높이기로 했다. 현행 0.1%에서 2030년까지 10%로 높일 계획이다. 화학적 재활용 과정으로 생산된 열분해유는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로 충분히 활용이 가능한 만큼 원유 사용을 줄여 탄소중립 시대로 나아가려 한다.
국내 대기업집단도 국내외 화학적 재활용 흐름에 맞춰 관련 설비 준공 및 증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지오센트릭(옛 SK종합화학)은 최근 영국 기업과 손잡고 울산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폐플라스틱 열분해 공장 건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2025년 하반기까지 울산 재활용 클러스터 부지 안에 연간 6만6000톤 규모의 폐플라스틱을 처리할 수 있는 1만3000㎡(4000평) 규모의 열분해 처리 생산라인을 짓는 것이다.
열분해유는 폐플라스틱과 버려진 비닐 등을 고온으로 가열해 생산하는 원유다. 석유화학 공정에 원유 대신 투입해 새 화학제품을 만들 수 있다. 버려진 쓰레기에서 원유를 다시 뽑아낼 수 있어 ‘도시유전’ 기술로 불리기도 한다.
SK 관계자는 “재활용 플라스틱 의무화 정책 등 선진국에서 시작된 관련 규제 강화로 재활용 플라스틱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화학적 재활용을 통해 추출된 열분해유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0년 330만톤에서 2030년 330만톤 규모로 연평균 17%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화학과 GS칼텍스도 열분해유 생산을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LG화학은 내년 1분기부터 충남 당진에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2024년까지 공장을 완공한 후 상업 생산에 나선다는 목표다. GS칼텍스는 1130억원을 투자해 2024년까지 연간 생산량 5만톤 규모의 열분해유 공장 건설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