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들어 인적분할 공시 늘어···물적분할 거부감 영향
숨겨진 사업 부각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재료로 평가
분할 목적과 비율, 업황 등에 따라 되레 부정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상장사들이 인적분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가운데 주가에 미칠 영향이 주목되고 있다. 인적분할은 기존 주주들도 주식을 보유할 수 있는 데다 최근에는 성장 사업 육성 차원에서 이뤄진다는 측면에서 대체로 긍정적 재료로 평가된다. 다만 분할 목적과 업황에 따라 주가가 되레 하락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냥 호재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 ‘물적분할 부담됐나’···인적분할하는 상장사↑
30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수화학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석유화학사업부문(이수화학)과 정밀화학사업부문(가칭 이수스페셜티케미컬)으로 인적분할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사업 부문을 나눠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전고체배터리 전해질 원료(황화리튬, Li2S) 사업을 육성시켜 미래 먹거리로 키우겠다는 의도다.
이수화학의 기업분할이 주목되는 배경에는 인적분할 방식이라는 데 있다. 인적분할은 기존 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 법인의 주식을 나눠 갖는 방식을 말한다. 또 다른 기업분할 방식인 물적분할은 기존 주주들이 신설 회사 법인의 지분을 받지 못한다. 기존 이수화학의 주주들은 0.803(존속법인) 대 0.197(신설법인)의 비율로 신설 법인의 주식을 받게 된다.
기업의 인적분할은 그동안 자주 목격되는 기업분할 방식은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인적분할 사례가 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올해 하반기 인적분할 공시를 한 상장사는 6곳으로 집계된다. 지난해 하반기 기업분할 방식으로 물적분할을 선택한 상장사가 절대다수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숫자다.
이들 중 대부분은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인적분할을 택했다. OCI의 경우 지난 23일 베이직케미칼, 카본케미칼 등 회사의 주력사업인 화학 부문을 인적분할해 신설법인(OCI)을 설립키로 결정했다. 존속법인은 ‘OCI홀딩스’(가칭)으로 자회사의 성장 전략과 투자 계획을 설립하는 지주사 형태가 된다.
대한제강 역시 지난 24일 제강, 압연 및 철근 가공 등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부문 회사인 ‘대한제강’을 신설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키로 결정했다. 지난 9월 인적분할을 공시한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게 된다. 지주사 전환이 아닌 경우도 있었는데 코오롱글로벌은 지난 7월 공시를 통해 건설·상사 부문과 자동차 사업 부문을 분할키로 했다.
◇ 인적분할, 성장 부문 부각 측면에선 호재···상황 따라선 주가 하락할 수도
통상 인적분할은 그나마 투자자들이 반기는 기업 분할 방식이라는 점에서 호재로 인식돼왔다. 물적분할의 경우 기존 주주들이 신설법인 주식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투자자 반발이 컸다. 특히 물적분할한 신설법인이 상장할 경우 더블카운팅(기업가치 중복계산) 탓에 모회사 주가가 할인되는 이슈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액주주들의 반대 여론이 큰 편이다.
특히 성장 사업 부문이 부각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주가 상승의 동력이 된다. 대표적인 사례로 두산은 지난 2019년 두산퓨얼셀(연료전지 사업)과 옛 두산솔루스(전기차 배터리 전지박 등 재료 사업부·현 솔루스첨단소재)를 인적분할해 상장시켰는데, 각 회사는 수소와 전기차라는 성장 스토리가 주목되며 상장 후 주가가 각각 최대 16.6배, 21.6배 오르기도했다.
다만 인적분할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주가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지 않는 경우도 존재한다. 분할 목적과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은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인적분할을 통해 오너 일가의 경영권을 강화하거나 분할 비율이 소액주주들에게 불리한 경우, 신설회사의 성장성이나 업황이 좋지 못한 상황 등에선 주가가 되레 하락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하반기 들어 인적분할을 공시한 기업들 중에서는 대다수가 주가 상승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수화학은 공시 이후 첫 거래일인 이날 4.8% 하락마감했다.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도 공시 이후 첫 거래일인 9월 17일 각각 3.8%, 4.37% 하락했고 이전 종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OCI도 공시 직후 5.96% 내렸고 대한제강도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주가가 급등세를 보였는데 사우디아라비아발 수주 이슈가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