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트론, 전립선암 치료제 '루프린' 제네릭 생물학적 동등성 확보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펩트론이 내년부터 전립선암 치료제 ‘루프린’ 제네릭(복제약)을 생산한다. 국내 루프린 복제약 시장은 대웅제약과 동국제약 제품이 선전하고 있는 가운데 후발주자인 펩트론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신약 개발업체 펩트론은 전립선암 치료제 ‘PT105’가 생물학적 동등성(BE) 시험에서 동등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PT105는 일본 다케다제약의 류프로렐린 성분의 지속형 전립선암 치료제 오리지널제품 ‘루프린’의 복제약이다.
펩트론은 지난해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로부터 PT105의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에 대한 임상시험계획(IND)를 승인받아 지난해 4월부터 임상을 개시한 바 있다. 생물학적 동등성이 입증되면 PT105의 국내외 판매가 가능해진다.
루프린은 전립선암 치료뿐만 아니라 자궁내막증, 자궁근종, 유방암 치료에도 쓰이고 있다. 1989년 출시 후 30년이 넘도록 전립선암 치료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의약품이다. 국내에서는 대웅제약의 ‘루피어데포’, 동국제약의 ‘로렐린’ 등이 루프린 제네릭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루프린 시장은 지난해 기준 6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중 오리지널의약품은 150억원, 제네릭의약품은 350억원을 차지한다. 글로벌 루프린 시장은 약 2조7000억원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 내년 하반기 루프린 복제약 생산 예상
앞서 펩트론은 2003년 PT105을 대웅제약에 기술이전했다. 이후 대웅제약은 2004년 국내 품목허가 승인을 받아 2005년 루피어데포로 출시, 국내 상용화에 성공했다. 다만 해당 기술이전 계약은 2018년 종료됨에 따라 펩트론은 PT105의 국내외 사업권을 대웅제약으로부터 회수했다.
이에 펩트론은 자체적으로 PT105 품목허가를 받기 위해 생물학적 동등성 확보에 뛰어들었다.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은 동일한 주성분을 함유한 두 제제의 생체 이용률이 통계학적으로 동등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임상시험이다. 펩트론은 내년 상반기 PT105 식약처 허가에 나설 계획이다.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생산이 예상된다.
펩트론 관계자는 “PT105는 류프로렐린 제제 성분을 활용한 다케다제약의 오리지널제품과 생동물학적 동등성을 최초로 확보한 제네릭”이라며 “자체 GMP 시설을 통해 PT105의 대량생산 공정 시스템 구축을 완료해 내년 생산을 본격화하고 국내 공급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립선암치료제 성분인 류프로렐린 제제는 성호르몬 분비를 억제해 자궁내막증, 자궁근종, 전립선암, 유방암, 사춘기 조발증 등 다양한 질환을 치료하는 약물이다. 불임을 치료하기 위한 과정에서 배란을 억제하는 목적으로도 쓰인다.
◇ PT105 3개월 및 6개월 지속제형 개발
펩트론은 PT105의 1개월 지속형뿐 아니라 3개월 및 6개월 제형도 개발하고 있다. 3개월, 6개월 제형 출시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대웅제약과 동국제약은 현재 1개월 지속형 주사제만 갖추고 있다.
내년 PT105의 국내 출시 이후엔 해외 판권 계약 및 선진국 기준의 생동성 시험을 진행할 방침이다. 개발 중인 PT105 3개월 및 6개월 지속형 주사제는 해외에서 먼저 선보일 계획이다. 국내에선 1개월 지속제형 수요가 압도적이지만, 환자와 병원 접근성이 떨어지는 해외에선 3개월·6개월 지속제형도 높은 판매율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내 유수의 제약사와 판권 계약을 통한 영업력 제고도 구상 중이다.
브랜드 파워가 상대적으로 약한 펩트론이 PT105을 직접 유통·판매하기보단 국내 대기업과 협력해 판매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또 PT105의 영업 범위를 전립선암 치료제로 한정하기보단 성조숙증 치료제로 확대해 시장 파이를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펩트론 관계자는 “기술적인 강점으로는 PT105이 루프린 대비 약물의 입자 크기 및 주사 게이지를 줄임으로써 품질과 투약 편의성을 개선한 점을 내세울 것”이라며 “PT105의 1개월 지속제형으로 내년 국내 루프린 시장에 진출한 뒤, 개발 중인 3개월과 6개월 지속제형은 해외 시장 공략에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