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무관 유니모 비판 사태 일파만파···“인사발령과 업무보고에 문제”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보건복지부는 천사들이 사는 지옥이다.” 다소 과장은 섞여 있지만 그만큼 코로나19 국내 상륙 후 근무 부서와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오가며 격무에 시달렸던 복지부 직원들의 지친 상황을 적절히 표현했다는 전언이다.
19일 복지부와 유관기관에 따르면 복지부 모 주무관이 최근 인트라넷 사이트 ‘유니모’에 ‘지친 우리부 직원들은 누가 위로해주나요’라는 글을 올린 사건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 실제 새벽부터 밤까지 격무에 시달리는 복지부 직원들 대부분이 읽은 것이다. 단순히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원들이 공감을 표시하며 댓글을 달은 것으로 파악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업무가 분주해 모르고 있다가 직원들이 웅성웅성해 인지하고 글을 읽어봤다”라며 “글 내용이 모두 맞고 공감돼 댓글을 달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알려진 대로 모 주무관이 지적한 현 복지부 시스템 문제는 잦은 인사발령과 차출에 관한 것이다. 코로나 업무는 물론 최근 이태원 참사 사건과 관련, 직원 차출이 빈번했다는 것이다. 차출 그 자체보다는 구체적 지침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복지부 직원 A씨는 “주무관 글에도 나와 있지만 차출 그 자체는 수용하지만 현장에 가서 어떤 업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그리고 기존 본인이 진행하던 업무는 누구에게 어떻게 맡겨야 할지 등을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다”며 “특히 기존 업무에 구멍이 나면 그 비판은 담당 직원에게 가니 본인은 억울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복지부 직원 B씨는 “오해 소지가 있는데 차출 자체에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하고 “차출돼 근무하면 보람을 느낄 여지가 없고 하나의 부품이 되는 것 같은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체 복지부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복지부 직원 C씨는 “부서 발령도 문제지만 중수본 발령은 아무 원칙도 없이 중구난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어 문제”라며 “순환근무라고는 하지만 자세히 보면 실무자별로 파견 기간과 중수본 부서 등에 큰 차이가 있다”고 비판했다.
복지부 직원 D씨는 “주말도 근무하는 경우가 많은데 집에서 작업해 전송하면 파일이 깨져 사무실로 출근해 일하게 된다”며 “보안시스템이 있지만 불완전한 상태로 듣고 있는데 주말만이라도 집에서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이 됐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복지부 직원 E씨는 “중요 이슈인 것은 이해하지만 특정 정책에 대해 3명이 합작해 보고서를 쓰라는 지시가 내려온다”며 “직원들이 차출되고 일손이 부족한데 고위직은 보고 받는 내용만 중시하니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차원에서 특정인에 대한 불만도 제기된다. 복지부 직원 F씨는 “윤석열 대통령은 차관은 장관이 임명한다고 해놓고 복지부 장관 후보자 발표에서 재정 전문가를 차관에 임명한다며 안 해도 될 말을 해 직원 사기를 떨어뜨렸다”며 “장관 자리를 장기간 비워두는 등 복지부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분위기에서도 대부분 직원들은 잦은 차출을 이해하고 업무 수행에 주력한다. 복지부 직원 G씨는 “복지부는 천사들이 사는 지옥”이라며 “상당수 직원들은 불만을 억누르고 일단 주어진 업무를 충실히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언급은 장차관과 실장급 등 고위직을 제외한 실무자들을 천사로 규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가 관계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 확산으로 최근 3년간 업무 부담이 복지부 직원들에게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조규홍 장관은 직원들을 어떻게 배려할지 신중하게 고민한 후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