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펀드 사태 '문책경고' 확정···연임 영향 불가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금융위원회가 ‘라임펀드 사태’ 관련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확정하면서 손 회장의 고심도 커진다. 경영 성과만 놓고 보면 손 회장은 연임 자격이 충분하다. 하지만 회장직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금융당국을 상대로 두 번 연속 소송을 걸기엔 부담이 크다. 향후 우리금융이 비은행 확장 등 신사업을 활발히 펼쳐야하는데 있어 당국과 껄끄러운 관계를 갖는 건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 중징계로 막힌 연임 길···당국과 '2연속' 소송전 가나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전날 정례회의를 열고 우리은행의 라임펀드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손태승 전 우리은행장(현 지주 회장)에 대한 제재안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4월 손 회장에게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내린 것을 포함한 제재안을 금융위에 송부한 이후 1년 6개월여만에 원안대로 징계가 확정됐다. 

금융위의 결정대로라면 손 회장은 내년 3월까지 보장된 임기를 마칠 수 있지만 연임은 불가능하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권고-직무정지-문책경고-주의적경고-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이 중 문책경고 이상은 중징계로 분류되며, 금융사 취업이 3∼5년간 제한된다.

지난 2019년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의 대규모 투자금이 환매 연기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은행은 문제가 된 라임펀드를 약 1조6000억원 규모로 판매했다. 금감원은 당시 우리은행이 라임펀드를 불완전판매(부당권유 등) 했다는 이유로 손 회장에게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내렸다. 은행의 내부통제가 부실하게 이뤄져 불완전판매를 사전에 막지 못했단 책임을 손 회장을 비롯한 관련 임원들에게 물은 것이다. 

손 회장은 장고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손 회장이 우리금융 지휘봉을 잡은 이후 그룹은 성장가도를 달렸다. 지난해 최대 실적을 달성한 데 이어 올해는 3분기에 이미 지난해 순익을 넘어섰다. 아주캐피탈(현 우리금융캐피탈)을 인수하는 등 비은행 부분을 강화한 점도 성과다. 연임 자격이 충분하단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임기를 한 번 더 연장하기 위해선 또 법원에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금융당국과 소송전을 벌이는 길이 있다. 앞서 손 회장은 지난 2020년 금융당국이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관련 내린 중징계에 대해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법원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이후 본 소송에서 2심까지 손 회장이 승소했다. 이번에도 법원은 손 회장의 요청에 따라 징계 효력을 정지시켜줄 가능성이 크다. 

◇연이은 법정다툼 '부담'···내부 반발로 이어질수도

하지만 당국과 소송전을 연속으로 하는 것 자체가 조직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우리금융은 증권·보험 계열사 추가 등 다른 금융지주보다 외형을 확장해야 할 여지가 크다. 금융업 인허가권을 모두 틀어쥐고 있는 금융당국과 껄끄러운 관계를 만드는 것은 향후 성장에 있어 득이 될 것이 없다. 

또 가처분 신청이 인용돼 손 회장이 우리금융 이사회로부터 차기 회장으로 내정되더라도 내년 주주총회가 남은 점도 문제다. 주총에서 회장 연임안 찬반 표결에 있어 이번 중징계는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손 회장의 연임이 최종 확정되기 위해선 주총에서 과반의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DLF 사태로 중징계를 받은 해 손 회장은 주총에서 가까스로 과반 이상의 연임 찬성표를 얻는데 성공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연금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DLF 중징계를 이유로 반대표를 던진 탓이다. 더구나 이번엔 우리금융 외국인 지분율은 약 40%로 늘었다. 물론 과점주주들이 우호 세력이 되겠지만, 외국인 투자자들과 현재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질 수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이번 금융위의 제재안 의결에 대한 대응방안은 현재로선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라며 "이번 결정과 관계없이 우리금융은 금융시장의 조속한 안정화와 국민경제의 위기 극복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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