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수율로 3분기 적자폭 감소···4분기 영업익 294억원 내며 흑자 전환 전망
자금확보로 생산라인 확충···글로벌 시장 안정기에 IPO 재도전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이 길었던 적자 터널 탈출을 가시권에 두게 됐다.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등 경쟁사 대비 낮은 수율(완성품 중 합격 제품 비율)로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하지 못해왔지만, 수년간의 안정화 작업을 통해 수율을 끌어올리면서 올해 4분기 흑자전환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SK온의 올해 3분기 매출과 영업손실은 각각 2조1942억원, 1346억원이다. 매출은 전분기 대비 9062억원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손실도 3266억원에서 1920억 줄었다.
3분기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의 경우 94억원을 기록해, 분기별 첫 흑자를 달성했다. EBITDA는 이자 비용이나 세금, 감가상각비 등을 제외하기 전의 순이익을 의미한다. 기업의 현금 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인 만큼 4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싣는다.
SK는 “SK온은 미국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어 현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수혜를 받고 있다”며 “배터리 소재 공급망을 선제적으로 늘린 것이 주효해 EBITDA가 흑자를 기록했다. 4분기에는 영업실적도 플러스로 전환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SK온의 발목을 잡고 있던 수율도 개선되면서 흑자전환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시장에선 배터리 공장 수율이 90%를 넘어야 안정권으로 본다. 생산 제품 10개 중 9개가 테스트를 통과해야 이익이 창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의 평균 수율은 90~95%다.
반면 SK온은 그동안 수율이 70~80%대에 머물렀다. 기준치를 만족시키지 못해 폐기되는 배터리가 경쟁사 보다 2~3배 많았다. 3사 중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가장 늦게 진출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율을 보인다.
SK온의 글로벌 핵심 거점인 헝가리1공장과 중국 옌천공장은 각각 2020년, 2021년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삼성과 LG의 2010년대 중반부터 해외에 생산라인을 지어 관련 업력이 10여년에 달한다. SK온이 경쟁사 대비 낮은 수율로 적자 터널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대표적인 배경이다.
SK온도 배터리 분야에서 조금씩 경험치가 쌓이며 수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국내 및 해외 생산라인의 현재 평균 수율은 80~90%다. 경쟁사 만큼은 아니지만 예전보다 10% 가량 수율이 높아져 영업손실을 줄여가고 있다.
SK온 관계자는 “헝가리와 중국, 미국 공장의 수율이 안정되는 등의 성과로 3분기 EBITDA가 흑자를 기록했다”며 “지정학적 리스크와 환율 상승 등 비우호적 경영환경은 수익성 개선에 여전한 부담요소지만 높아진 수율과 꾸준한 배터리 수요로 4분기에는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전했다.
증권가는 SK온이 올해 4분기 매출 2조4000억원, 영업이익 294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에는 헝가리2공장의 불량품 이슈와 니켈·코발트·리튬 등 원자재 가격 강세로 원가 부담이 있었지만 3분기부터 이 문제들이 해결되기 시작했다”며 “영업손실 폭이 크게 줄어들고 있어 4분기 흑자전환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SK온은 흑자전환과 함께 최근 대규모 투자유치에도 나서고 있다. 내년 1분기 양산 예정인 미국2공장과 헝가리 3공장 설립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온의 재무적투자자(FI) 모집을 준비하고 있다”며 “시장 불확실성으로 당초 예정보다 지연됐지만 FI 유치에 관한 협상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자금유치를 통한 생산라인 확충은 장기적으로 볼 때 SK온의 최대 목표인 상장에 긍정적인 요소들이다. 흑자전환 후 영업이익이 꾸준히 증가하면 IPO(기업공개)를 진행할 때 시장으로부터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어서다.
SK온은 올해 상반기 IPO를 진행하려 했다. 하지만 실적 및 글로벌 경기 악화에 계획을 연기했다. 상장 목표 시기는 2026년으로 늘어나는 전기차 수요에 맞춰 생산라인·능력을 증가시킨 시점에 다시 한번 주식 시장에 도전한다는 방침이다.
SK온은 “회사 가치를 타당하게 인정받는 시기에 IPO를 진행하겠다는 기업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며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어 회사채 발행이 큰 부담인 만큼 FI를 통한 자금확보로 공장 증설 등에 나서 경기가 안정화된 시기에 다시 상장 과정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