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만, 분기 최대 실적···LG전자 VS사업본부도 2분기 연속 흑자 달성
완성차업체 생산 증가·대형 거래선 확보·원가비용 개선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 지난 3분기 실적은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악화됐지만 전장사업만은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개선에 따른 완성차업체 생산 증가로 매출이 늘어나고 거래선 주문량이 증가하면서 호실적을 기록했다. 전장 시장은 고성장이 점쳐져 향후 전망도 밝다.
31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전장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하만은 지난 3분기 매출 3조6300억원, 영업이익 3100억원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 실적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1.3%, 106.7% 증가했다. LG전자 VS사업본부도 같은 기간 96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사상 첫 흑자 전환에 성공한 지난 2분기(500억원)에 이어 성장세를 유지했다. 매출은 2조345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6% 증가하면서 분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만, 텔레매틱스·디지털 콕핏 중심 사업 확대
양사가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 중인 전장사업 성장은 IT 제품 수요 둔화로 인한 수익성 악화 속에서 한줄기 위안이란 평가다.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은 10조85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4% 급락했다. LG전자 영업이익은 746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5.1% 늘었지만, 지난해 3분기에 미국 GM 전기차 리콜로 4800억원 규모의 대손충당금이 반영됐단 점을 감안하면 수익성은 사실상 감소했다.
하만은 삼성전자가 전장사업 본격화를 위해 2016년 11월에 인수했지만, 실적은 정체 수준에 머물렀다. 하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000억원으로 인수 직전인 2016년(6800억원)보다 뒷걸음질쳤다. 인수를 위해 투입한 금액은 80억달러(약 9조4000억원)로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였으나 성과는 미비했단 평가다.
그러나 최근 대형 거래선을 잇따라 확보하면서 실적이 개선됐다. 하만은 지난 7월 도요타와 1000억원 규모의 5G 텔레매틱스(자동차용 무선통신) 장비 납품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고, BMW 전기차 ‘iX’에도 제품을 공급 중이다. 지난해 유럽과 북미 주요 완성차업체 대형 수주를 따내기도 했다.
하만은 소비자용 오디오와 텔레매틱스, 디지털 콕핏을 중심으로 전장사업을 강화할 예정이다. 디지털 콕핏은 전자기기로 구성된 차량 계기판과 멀티디스플레이 등으로 하만은 이 부문에서 지난 상반기 기준 24.8%의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하만은 지난 2월 독일의 증강현실(AR) 헤드업 디스플레이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인 아포스테라를 인수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텔레매틱스와 디지털 콕핏,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은 전기차와 자율주행 시대에서 더욱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며 “하만과 협업 강화를 통해 이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VS사업본부 “연말 수주잔고 80조원 이상”
LG전자 VS사업본부는 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전장사업은 2016년 1분기부터 2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지만, 매출 상승과 원가구조 개선에 힘입어 흑자를 이어갔다. 기업간거래(B2B) 사업을 맡고 있는 비즈니스솔루션(BS) 사업본부와 TV 사업을 담당하는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가 지난 3분기에 각각 144억원과 554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VS사업본부는 수익성 개선 활동으로 4분기에도 영업이익 흑자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에도 자동차 부품 수요 증가와 신규 프로젝트 본격화 등으로 수익성 확보를 이어갈 계획이다. VS사업본부는 연말 기준 수주잔고를 약 65조원 수준으로 예상했지만, 하반기 신규 수주 증가로 수주잔고 전망치를 80조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김주용 LG전자 VS경영관리담당은 지난 28일 열린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VS사업본부 수주잔고 내 제품별 비중은 인포테인먼트 제품이 60%, 전기차 부품이 20%대 중반, 차량용 램프가 나머지”라며 “전기차 시장의 높은 성장세와 LG마그나 조인트벤처(JV) 효과에 힘입어 전기차 부품 수주잔고 비중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장시장의 높은 성장세에 양사의 사업 확대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글로벌 전장 시장 규모가 지난 2020년 3033억달러(431조원)에서 2024년 4000억달러(569조원), 2028년 7000억달러(996조원)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