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억대 연봉까지 받아···이제는 양보 필요할 때
현실적으로 75세 이상이면 자동차 운용 능력 떨어져···신차 혜택 불필요
IRA 등으로 어려운 현실 속에서 회사와 협조해 생산 늘리고 위기 대처해야
[시사저널e=시사저널e] 올해는 다른 해보다 국내외 현안이 많다. 특히, 자동차 산업에선 신차 생산과 관련해 문제를 겪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현안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관련된 사항이다. 국내 제작사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국내 전기차의 할인 혜택이 없어지며 하루하루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국제 사회의 불안과 물가 급등, 차량용 반도체 수급에 따른 시차 공급 차질이 겹치며 고민이 커지고 있다. 국제 사회에서 자국 우선주의가 팽배하며 강대국 논리가 더욱 힘을 뻗고 있는 만큼, 능동적인 대처와 일사불란한 움직임이 요구된다.
국내 대다수 자동차 제작사들의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 안정적으로 해결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기아는 아직까지 노조와 임단협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아쉬움과 동시에 심각성을 느낀다.
기아의 임단협 결렬은 봉급이나 작업 환경 요건 때문이 아닌, 퇴직자들의 평생 신차 할인제도가 줄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기아는 근속연수 25년이 넘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평생 신차 가격의 약 30%의 할인 혜택을 제공했다. 근로자는 2년 6개월마다 신차 할인혜택을 제공 받았다. 기아는 이러한 신차할인 혜택을 현실적인 요건에 맞춰 75세까지 3년 간격으로 25% 할인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바꾸고자 했으나 노조는 거부했다.
일반인들은 기아 근로자에게 이러한 혜택이 적용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이로 인해 기아 노조의 결정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커지고 있다. 개정하고자 하는 혜택마저 다른 분야에선 생각지도 못할 수준인데, 이를 거부하고 임단협을 마무리 짓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기아 생산직 평균 연봉은 1억300만원에 이른다. 억대 연봉인 것이다. 지금과 같이 어려운 시기에 억대 연봉은 다른 업계 종사자들의 부러움을 사기 때문에 귀족노조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신차할인 혜택까지 받고 있다.
필자와 같은 대학 교수들은 일반적으로 40대 초반까지 해외에서 공부하고 학위를 받고 대학에 몸담지만 억대 연봉을 받지 못한다. 지방대의 경우 사정은 더욱 열악하다. 이전과 달리 정년 보장 제도도 무너져 매번 평가를 받고 있으며, 월급이 오른 진 14년이 지났다. 정부가 대학 등록금을 강제로 동결시키며 물가상승 비용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지방대는 가을만 되면 시·도를 넘나들며 신입생 모집에 나서고, 신입생 한 명을 데려올 때마다 수당을 주는 대학도 있다. 후학을 양성하는 꿈을 갖고 나이가 들 때까지 열심히 공부해 학위를 받았지만 막상 영업사원이 돼 학생들을 모집하러 다닌다. 이로 인해 교단을 떠나는 교수들도 많아지고 있다.
기아 노조의 행태는 이러한 현실과 비교돼 더욱 안타깝다. 특히, 코로나19 이전까지 기아 소화리 공장에서 노사 수뇌부 수십 명과 각종 현안을 중심으로 저녁까지 도시락을 먹으며 난상토론을 했던 기억이 떠오르며 아쉬움이 더해진다. 매년 이러한 토론을 진행하며 기아 로고 교체 건도 제시하고, 이 외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부분이 많다. 노사의 노력과 더불어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를 통해 판매율을 올리고 있는 모습을 보며 자부심을 느꼈다. 그러나 현재 신차 할인과 같은 현안으로 임단협을 부결하고 있는 것을 보며 씁쓸한 마음이 든다.
현실적으로 75세 이상이면 운전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기기조작 능력이나 판단 능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이유로 운전면허 반납운동 등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75세 이후에 혜택을 이용하는 사람 중에는 자신의 명의로 구매한 차량을 가족들이 운영하게 하거나, 저렴하게 구매한 차량을 다른 사람에게 비싸게 판매해 이익을 추구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둘째로 평생 혜택은 기업에 손해를 입히고, 이는 국민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평생 혜택은 다른 기업에선 없어진 제도다. 2000년 초에 미국 GM(제너럴모터스)은 직원들에게 평생 의료보험 혜택을 주면서 위기에 처한 적이 있다. 누적 퇴직자가 100만명이 넘어서며 GM 자체가 파산할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후 혜택을 축소하며 노사 간 갈등이 발생하긴 했지만, 결국 이를 통해 지금의 GM으로 재탄생할 기회를 얻었다.
기아와 거의 유사한 사례다. 정도가 지나치면 브랜드에 심각한 손상을 입히기 마련이다. 아울러 국민들의 부정적인 시각도 팽배해질 수 있다. 기아가 제시한 수준의 혜택은 준수한 편에 속한다. 이제는 봉합해야 할 때다.
셋째로 시기적인 중요성을 언급할 수 있다. 현재는 최선을 다해 많은 신차를 판매해 수익을 극대화해야 할 때다. 미국 IRA 제도로 인해 심각한 수출 문제가 발생할 정도로 국제 사회는 위기를 겪고 있다. 내부적 결속을 통해 최대한 물량을 확보하고 수익을 높여야 어려운 시기를 견딜 수 있다. 지금의 임단협 결렬은 타당성이나 합리성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다. 잘못하면 입단협이 내년으로 넘어가 일년에 임단협을 두 번 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기아는 국내 경제에 큰 영향을 주는 기업이고, 임단협은 국내 노사 합의의 시작점을 알리는 중요한 시금석이다. 노조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고 시기적으로도 맞지 않는다. 다른 제작사들 또한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임단협은 마쳤다. 이러한 사안으로 문제가 지속된다면 국민적 저항이 커질 것이며, 기아 브랜드 이미지에도 손상이 발생할 것이다. 필자가 기아를 보는 시각도 달라질 수 있다.
하루속히 해결하길 바란다. 떼를 쓰는 데도 한계가 있다. 기아에 부정적인 시각이 자리매김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결자해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