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권 제약사 R&D비율 10~15%와 차이 심해···연결 기준으로 0.9% 집계 
업계 “광동제약이 200억원 투자한 KD인베스트먼트는 신기술금융업체로 R&D와 거리 멀어”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연매출 기준 상위권 제약사인 광동제약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R&D)비율이 1.7%로 집계돼 외형에 비해 낮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광동제약은 200억원을 투입한 KD인베스트먼트 설립에 이어, 추가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는 반론을 내놓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개별재무제표 기준 광동제약의 올 상반기 매출은 3882억원, 연구개발비는 64억원이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율은 1.7%다. 지난 2020년 1.3%, 2021년 1.5%에 이어 소폭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통상 상위권 제약사들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율이 10~15% 사이인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광동제약 연구개발비 투자 규모가 지나치게 낮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통상 종속회사를 갖고 있는 상위권 제약사들은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율을 계산해 사업보고서나 분기보고서에 기재한다. 개별재무제표 기준으로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율을 병행해 기재하는 제약사도 있다. 상반기 주요 제약사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율을 보면 동아에스티 19.6%, 일동제약 19.0%, 대웅제약 15.0%, 한미약품 11.6%, 종근당 11.0%, GC녹십자 10.3%. 유한양행 9.4% 등이다. 

반면 광동제약은 올해 반기보고서 ‘연구개발비용’에 개별 기준,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율만 기재했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광동제약의 연결 기준 매출은 6741억원이며, 연구개발비는 64억원이다. 연결 기준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율은 0.9%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상위권 업체라면 연결 기준이든 개별 기준이든 모범적으로 연구개발비 투자가 많아야 한다”며 “상위권 매출을 올리고 있는 광동제약이 연구개발에 적게 투자하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최성원 광동제약 대표이사 부회장. / 사진=광동제약
최성원 광동제약 대표이사 부회장. / 사진=광동제약

이에 대해 광동제약 관계자는 “제약 부문 R&D(연구개발)와 관련해서는 200억원을 투입한 KD인베스트먼트 설립을 비롯, 추가 투자를 통한 바이오투자조합 출자 등을 통해 사업 협력을 위한 바이오벤처 발굴과 장기적 파이프라인 확보를 염두에 둔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해외 소재 바이오벤처에 투자하고 있으며 다각도의 신약 확보 전략을 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KD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019년 설립 후 광동제약과 사업 연관성이 있거나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업체를 발굴하고 있다. VC 투자와 주식운용 펀드매니저 경험을 활용해 기술력 높은 스타트업 발굴에 주력하는 것이다. 하지만 KD인베스트먼트는 엄격히 말하면 신기술금융업체인 탓에 신약 연구개발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광동제약이 200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자회사가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행보를 진행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판단된다”라면서도 “상반기 유온인베스트먼트와 Co-GP(공동 업무집행조합원) 형식 블라인드펀드를 조성한 신기술금융 업체를 연구개발비율이 낮은 원인과 연결시키는 것은 합리성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다만 광동제약이 현재 진행하는 연구개발 과제는 숫자는 적지만 비중이 높은 프로젝트로 분석된다. 우선 비만치료제 ‘KD101’은 임상 2상이 종료된 상태에서 임상 2b 시험 프로토콜 및  적응증 확대 방안을 검토 중인 단계다. KD101 작용기전은 신호전달체계를 통한 지방세포 분화 억제 및 지방축척 억제다. 품목 특성은 기존 비만약물(중추신경계) 대비 새로운 작용기전의 항비만 신약이다.  

특히 광동제약이 임상 3상 가교시험을 진행 중인 여성성욕 저하장애 치료제 ‘바이리시’의 경우, 현재 관련 치료제가 국내에 없다. 바이리시(성분명 브레멜라노타이드)는 성욕 감퇴로 어려움을 겪는 여성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된 의약품이다. 일명 ‘여성용 비아그라’로 불리운다. 중추신경계 멜라노코르틴 수용체에 작용해 성적 반응 및 욕구와 관련된 경로를 활성화시키는 기전이다. 일회용 펜 타입의 피하주사 형태로 개발된 이 약은 의사 처방에 따라 환자가 필요할 때 자가 주사할 수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연결 기준 연매출이 1조원이 훨씬 넘는 광동제약이 ‘물장사’라는 지적을 피하는 방법은 신약 연구개발밖에 없다”며 “장기간 꾸준한 의약품 사업 투자가 광동제약에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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