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스 홍 UCLA 교수 기조연설···인간형 로봇 개발 원리·2족 보행 등 다양한 형태 소개
사람 걷는 방식 고정관념 버리는 데서 실마리 찾아···브루스·아르테미스 등 미래 모델도 공개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인간형 로봇은 사람처럼 움직여야 한단 고정관념을 내려놓아야 한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통해 새로운 모빌리티 매커니즘을 만들 수 있다.”
23일 시사저널e 주최로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제8회 인공지능 국제포럼(AIF2022)에서 데니스 홍 미국 UCLA 기계항공공학과 교수는 자신이 소장으로 재직 중인 로봇메커니즘연구소 로멜라(RoMeLa)에서 개발하고 있는 인간형 로봇들을 소개했다.
그동안 인간형 로봇은 균형을 잡기 어렵고 이동속도가 느리단 문제가 지적돼 왔는데, 최근엔 해결 기술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홍 교수는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인간형 로봇이 앞으로 갈 때 자꾸 넘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왼쪽 다리랑 오른쪽 다리 사이 간격 문제”며 “다리가 위, 아래, 앞, 뒤로 움직이는데 이 간격 간 움직이는 힘 때문에 몸에도 원하지 않는 비트는 힘이 생겨 자꾸 넘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로봇이 옆으로 가게 되면 오른쪽 다리와 왼쪽 다리가 일직선상이 돼 비트는 힘이 다 사라진다”고 덧붙였다.
다만 “옆으로 가는것도 문제는 있는데 무릎과 발목, 발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원리를 참고해 로봇이 사람처럼 생겨야 한단 고정관념을 버리고 연구소에서 만든 로봇이 ‘나비((NAVI)’다. 나비는 사람처럼 생기지 않은 이족보행 로봇이란 의미로 쉽고, 빠르고, 안정적으로 걸을 수가 있다.
홍 교수는 “미 해군이 선박이나 잠수함 내부에서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사파이어란 인간형 로봇이 있다”며 “군함에서 문 해치를 열면 문지방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사파이어 로봇은 문지방을 건너갈 때 양쪽으로 문을 잡고 건너는 어려운 작업을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만약 로봇이 사람처럼 생길 필요가 없다면 무릎을 360도 돌려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며 “이런 식으로 굉장히 어렵고 복잡한 문제를 발상의 전환, 새로운 방식으로 사고하고 접근하는 게 새로운 모빌리티 매커니즘을 만드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사람이 걷는 방식만 고집해 만든 로봇은 계단을 올라가기도 쉽지 않지만, 나비는 계단을 사람이 걷는 방식이 아니라 무릎을 360도 돌려 올라간다.
인간형 로봇은 여러 아이디어가 들어간다. 예를 들어 발에 스프링을 달아 착지할 때 충격을 스프링으로 위치에너지를 축적했다가 다음 단계에 쓰는 식의 개념이 들어간다.
나비는 앞뒤로는 잘 움직이지만 방향을 바꾸지 못한다. 앞뒤로 충격을 주면 평형을 잘 유지하지만 옆으로 치면 쉽게 넘어진다. 그러나 홍 교수는 나비가 인간형 로봇 개발에 있어 무의미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나비를 통해 새로운 종류의 이족보행 방식에 대한 가능성을 봤단 것이다.
‘알프레드(ALPHRED)’는 나비 로봇 2대를 위아래로 갖다 붙인 로봇이다. 여러 가지 방식으로 이동하는 4족 보행 로봇으로 앞, 뒤, 좌, 우 관계없이 방사대칭이므로 아무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알프레드는 다리 4개로 걸어 다닐 수도 있고 나비처럼 두 다리로 걸으면서 나머지 두 팔로 물건을 싣거나 단추를 누르게 할 수도 있다. 굉장히 넓게 가기 때문에 험난한 지역에서도 매우 안정적으로 잘 움직인다.
홍 교수는 “만약 매우 빠르게 움직이게 하고 싶으면 몸의 형태를 바꾼다. 앞다리와 뒷다리가 생기게 하면 말처럼 뛰어다닐 수도 있다”며 “여러 가지 방식으로 모빌리티에 반응할 수 있는 로봇”이라고 설명했다.
인간형 로봇이 인간에 더욱 가까워지기 위해선 인간의 근육 역할을 하는 전자기 인공근육이 필요하다. ‘베어(BEAR)’는 로봇 팔다리에 탄력을 주고 힘 조절이 가능하도록 한 새로운 종류의 구동장치이다.
홍 교수는 “마치 동물의 근육처럼 탄성이 있고, 위치뿐만 아니라 힘을 조절할 수 있는 인공 근육 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베어를 개발했다”며 “베어를 사용한 다리는 굉장히 정밀하게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물론, 탄성의 방향도 조절할 수 있다. 로봇 다리, 팔에 사용하는 데 아주 적합하다”고 말했다.
‘나비2’는 베어와 나비를 합친 로봇이다. 홍 교수는 “나비2는 바닥이 기울면 안에 있는 센서로 감지해 평형을 쉽게 잡는다”며 “옆으로 평형을 잡는 방식이 재밌다. 옆으로 치면 로봇은 몸을 비틀면서 평형을 유지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나비와 베어를 합쳤을 때 생각보다 이족 보행이 잘 되진 않았으나 생각하지 못했던 걸 발견했다. 걷는 건 잘 못 걷는데, 뛰는 건 매우 잘뛰고 방향도 잘 틀수 있다”며 “뛰었다 착지할 때 모터가 발전기로 바뀌어 충격을 통해 전기를 생산해 배터리를 거꾸로 충전시킨다. 굉장히 효율적으로 움직인다”고 덧붙였다.
‘알프레드2’는 베어와 알프레드를 결합한 로봇이다. 알프레드2는 4족보행 로봇으로 4개의 다리가 축을 따라 대칭을 이루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3족 로봇이나 2족 로봇으로 변신할 수 있다.
홍 교수는 알프레드2 조립과정을 공개하고 조립 후 전원을 켰을 때 알프레드2의 작동 모습을 영상을 통해 공개했다. 영상에서 알프레드2는 점프를 약 1.4m 정도 뛰었고 걸을 때도 굉장히 안정적으로 빠르게 잘 걸었다. 태권도 송판 격파도 했다.
홍 교수는 “송판을 격파한 것 자체는 힘만 있으면 할 수 있는데, 격파 후에도 끄떡이 없는 게 베어의 묘미”라며 “문을 노크하는 것도 가능한데, 이건 힘을 조절해야 하는 굉장히 어려운 기술”이라고 말했다.
물건을 옯기는 동영상도 공개했다. 무인자동차가 와서 트렁크가 열리면 알프레드가 와서 뚜껑이 열리면 상자를 머리에 집어넣고 인도 위로 에너지 효율적으로 뛰기도 하고, 험난한 지역에서는 스크램블링 워크(상황에 따라 4족 보행이나 2족 보행을 하고 험난한 지형을 갈 때는 2개의 팔로 이동하는 새로운 보행법) 방식으로 넘어가고 계단도 올라갈 수 있었다.
두 다리를 들면 나비처럼 두 발로 갈 수 있었고, 버튼을 누르거나 복도에서 지나가거나 사람에게 물건을 배달하는 시연을 보여줬다.
‘실비아(SiLVIA)’는 벽을 기어오르는 6족 거미로봇이다. 다리가 6개라 굉장히 험난한 지역에서도 잘 걷고 계단도 잘 오르내릴 수 있다. 홍 교수는 “실비아는 세계에서 가장 힘이 센 로봇일 것”이라며 “근데 힘을 세게 만든 게 그냥 무거운 짐을 들기 위해서는 아니다. 전 세계 최초로 벽 사이를 짚고 스파이더맨처럼 걸어 올라갈 수 있는 로봇”이라고 말했다.
인간형 로봇 개발은 최근 수직 이동 분야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발에 흡착판을 달아 수직인 벽을 가거나 가면서 팔로 조작도 하는 등 연구를 하고 있다.
‘스케일러(SCALER)’는 10여년 전 개발한 클라이머란 암벽등반 로봇을 업그레이드한 4족 자유 등반 로봇이다. 홍 교수는 “스케일러는 힘도 굉장히 센데, 힘만 세다고 오를 수 있는 건 아니다. 새로 개발한 스파인 글리퍼(암벽 표면에 고정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장치)를 사용한다”며 “완전히 수직인 벽 뿐만 아니라, 거꾸로 된 천장에도 기어올라갈 수 있는 쪽으로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간의 환경에서 사용되기 위해서 인간형 로봇이 필요했는데, 2족보행 로봇이 문제가 많다보니 새로운 모빌리티 작동원리들이 많이 나왔다. 그런데 사실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에 가장 최적화된 로봇은 2족보행 로봇이다.
발루(BALLU)’는 안전성에 중점을 둔 2족보행 풍선로봇이다. 홍 교수는 “발루는 인간 크기의 이족보행 로봇인데 몸체가 헬륨 풍선이다. 풍선의 다리가 2개 달린 아주 이상한 로봇”이라며 “발루는 앞에 아기가 기어가도 안전한 로봇이다. 앞뒤로 가고 방향도 바꿀 수 있고 옆으로도 걸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발루는 사람이 100% 무선으로 조정한다. 그래서 센서나 컴퓨터도 달려있지 않다. 인간을 위한 환경에서 가야 되기 때문에 계단도 오르내릴 수 있고 잘 뛰어다닌다. 홍 교수는 “책상 높이 위까지 뛰어올라가기도 한다”며 “음악을 틀면 음악 박자를 분석해 거기에 맞춰 춤도 춘다. 창문을 열고 창밖으로 집어던져도 안전하고 넘어지지 않는다”며 “다른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야외에서는 작동이 잘 안 된다. 바람이 불면 날아가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최근에 개발을 진행 중인 로봇에 대한 소개도 있었다. 제어방식이 강화된 2족보행 로봇 ‘브루스(BRUCE)’는 움직이고 걷는 모션이 우리가 아는 로봇과 상당히 다르다. 딱딱하게 걷는 게 아니라 진짜 사람처럼 걷는다. 막 걸음마를 배우는 단계인데, 우리가 여태까지 알고 있는 인간형 로봇들과는 걷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아르테미스(ARTEMIS)’는 이동성과 안정성이 향상된 새로운 종류의 로봇으로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이다.
‘옴브로(OmBURo)’는 전방향으로 무게중심을 잡는 외발자전거 로봇이다. 옴브로는 바퀴가 하나인데 균형 잡기 뿐 아니라, 전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얼음판 위에서 막대기가 움직이는 것처럼 신기하게 움직인다. 비탈길도 오르내리고 돌아갈 수도 있다.
홍 교수는 “사람이 많거나 장애물이 많을 때 로봇의 단면적이 작아야 유리하다. 그래서 바퀴가 4개 달리거나 4족보행 로봇은 단면적이 너무 넓어 실용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이족보행 로봇이 좋은데 단면적이 작은 건 점이다. 점이면 바퀴 하나이기에 개발한 것이 옴브로”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마지막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어려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남아 있다”며 “갈 길이 많이 남긴 했지만, 이런 기술들이 곧 머지않아 우리 일상생활에 쓸 수 있는 로봇으로 사용되는 날을 꿈꾸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