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차 판매자 처벌에만 집중하기보단 소비자 피해에 대한 보상안도 마련돼야
국가적 차원에서 전문 평가사 운영하고 사고이력 세밀하게 기록해야 피해 줄어

[시사저널e=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최근 포항을 중심으로 태풍 ‘힌남노’가 거세게 지나가며 큰 피해를 입혔다. 다수의 사망자도 발생했고 재산상 피해는 언급하기 힘들 정도다. 침수차는 1만대 수준이니 피해가 심각했다고 할 수 있다.

올해 들어 침수차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앞서 강남역 침수 등 국지성 폭우로 인한 다수의 침수차가 발생했다. 올해 전국적으로 약 2만5000대의 침수차가 발생했고, 이 중 4000대 정도는 수입차가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후에 있을 가을 태풍 등을 생각하면 올해 침수차 피해규모는 역대 최고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연간 발생하는 침수차 대수는 5000~1만대 수준이며, 수입차 비중은 10% 미만이다. 이번 침수로 인한 보험사의 손해율은 3000억원이 넘고 수입차 손해는 1500억원에 이른다.

문제는 침수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 가능성이다. 매년 이렇게 침수차가 발생하면 항상 등장하는 사안이 침수차의 중고차 시장 진입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다. 올해도 약 1~2개월 이후 중고차 시장에서 침수차 문제가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의 경우 침수차 판매는 제도적 차원에서 근본적으로 차단돼 있으며 윤리적 차원에서도 판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이번 침수차 담당부서인 국토교통부는 침수차 판매업자 및 이에 협조한 성능점검업체에 징벌적 벌칙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보험사의 전손처리 침수차에 대한 폐차 확인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있는 만큼, 보다 체계적이고 촘촘한 정책적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가 밝힌 침수차 판매 업체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는 분명 그 의미가 있으나, 보상제도에 대한 필요성도 간과돼서는 안 된다. 우리보다 중고차 시장이 활성화 돼 있는 일본에서도 전문가들이 실수로 침수차 판매를 허용하는 경우가 있다. 최고의 전문가들 역시 실수를 할 수 있는 만큼, 소비자 피해에 대한 환불 및 보상과 관련된 장치 마련이 중요하다. 무작정 처벌에만 집중하기보단 정책의 근본 목적인 소비자 피해 최소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를 위한 한 가지 방법으론 성능점검기관의 보상 명부 확인이 있다. 현재 성능점검기관 중 제대로 된 보상 명부를 가진 기관은 한국자동차진단보증협회 정도밖에 없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로 보상을 안 해주거나 적당히 무마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는 항상 보상 명부를 마련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은 공포감을 조성하기보단 시장이 올바로 작동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둘째는 침수차 문제가 당장 중요해보이더라도 허위미끼매물, 위장 당사자거래, 품질보증 미이행 등 중고차 시장 전반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도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침수차 문제는 중고차 시장에서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에 불과하다. 정부가 침수차에 초점을 맞춰 발표했으나, 사실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 시장에서의 후진적인 중고차 거래 문화에서 비롯되는 게 크다. 낙후된 시장 문화를 개선할 전체를 바라본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

셋째로 당사자 간 거래의 문제점이다. 이는 국토부에 자문을 하며 여러 번 언급한 부분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선진 시장과 달리 개인거래에 해당하는 당사자거래와, 사업체에서 주도하는 사업자거래의 비중이 비슷하다는 문제가 있다. 현재 당사자거래와 사업자거래의 비중은 4:6 정도다. 당사자 거래는 개인 간 거래인만큼 정부가 나서서 보증을 서기 어렵다. 문재 발생 시 개입하기가 어려워 대부분의 심각한 문제가 당사자거래에서 발생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침수차 문제는 물론 허위 미끼매물 등도 모두 당사자거래에서 발생하는 문제다. 위장 딜러가 개인 거래에서 수수료만 받고 사라지는 경우 개인은 소송을 하는 등 국가나 기관의 도움 없이 혼자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위장 딜러는 세금을 내지 않고 숨어있기 때문에 악순환이 이어진다. 인터넷 등에 올라온 매물 중 상당수에도 이러한 위장딜러가 개입돼 있다. 당연히 소비자 피해가 많을 수밖에 없다.

일본의 경우 사업자거래가 전체 중고차 거래의 95% 수준에 달한다. 중고차 거래에서 당사자거래의 위험성이 얼마나 높은지 알고 있는 것이다. 5%의 당사자거래마저 친구, 가족, 이웃사람 등 지인 간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아무도 모르는 사람으로부터의 매물을 믿고 산다는 것은 그만큼 품질과 가격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정책 발표에서 당사자 간 거래의 위험성을 언급하지 않았다. 실제로 중고차 거래 중 대다수 문제가 당사자거래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국토부는 이에 대한 위험성을 공지하고 사업자거래의 긍정적인 면을 대국민 대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모범 사업자에겐 포상 등 다양한 진흥책도 제공돼야 한다.

사업자 거래는 성능점검기록부와 법정 품질보증서를 받아 문제가 발생한 경우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당사자거래는 이러한 보상체계가 미비하다. 현재 정부는 1개월, 2000km의 법정품질보증을 제공한다. 보증기간이 짧은 편이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중고차 문제의 90% 정도는 1개월 내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법정품질보증이 보다 제대로 운영된다면 훌륭한 제대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토부에서 인증 받은 자동차 진단평가사를 통해 객관적인 가격산정 및 평가가 이뤄지면 더욱 의미 있는 제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자동차 진단평가사는 약 8000명 정도 있다. 자동차 진단평가 자격증은 각 대학에서도 민간 자격증 중 가장 신뢰도 높은 자격증으로 인정 받고 있다. 향후 국가 자격증으로 발전시킨 후 ‘진단업’이라는 자동차 관리사업으로 구분될 시 보다 대표성을 띨 것으로 예상된다. 침수차도 이러한 자격증을 갖춘 전문가들이 처리할 수 있다.

넷째론 보험개발원에서 운영하는 보험사고 이력정보인 ‘카 히스토리’의 세밀한 정리와 활용이 요구된다. 카 히스토리는 중고차 구입 시 가장 우선적으로 활용되는 정보이력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카 히스토리는 느슨한 그물망 정도에 불과하다. 국토부는 더욱 촘촘한 보험사고 이력정보를 구축해야 한다. 침수차 기록 의무화는 물론, 보험처리 비용에 대한 세밀한 기록이 요구된다. 현재의 보험 체계에도 비용이 표기되긴 하지만, 어디에 어떻게 사용 됐는진 명시되지 않는다. 사용액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을 기재해 하나하나 확인한다면 중고차 구입 시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는 소비자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최고의 정보가 된다.

500만원의 차량 보험처리에도 도어부터 엔진보닛 등 교체 범위가 다양할 수 있다. 수입차의 경우엔 단순한 수리비용에도 많은 비용이 요구된다. 같은 500만원이라고 하더라도 수리이력이 천차만별인 셈이다. 침수차 여부를 비롯해 세부적인 수리 이력을 기록한다면, 약 5년 뒤부턴 이러한 이력정보가 중고차 거래의 핵심 정보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또한 보험사고 이력정보 갱신기간도 보다 촘촘하게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현재 갱신은 2~3개월마다 이뤄진다. 갱신기간을 줄이면 중간에 발생하는 미기재 보험차량의 확인도 가능하다. 아울러 보험사고 이력정보와 정비이력정보, 검사이력정보가 모두 전산화돼 있는 만큼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종합적인 정보망 구축이 요구된다. 이러한 노력들로 보다 신뢰도 높은 제도를 마련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성능점검 기관의 보상명부 확인, 사고차 정의에 대한 명확화를 통한 딜러와 소비자 간 분쟁 최소화 등 국토부의 추가적인 역할이 남아있다. 

향후 국토부가 상기한 내용들을 참고해 더욱 촘촘한 정책을 마련한다면 중고차 시장의 선진화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 국토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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