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공정 ‘압연 라인’ 정상화까지 최소 3개월···포스코 주가 10일새 6.9%↓
증권가 “이번 피해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 제한적”···日, 빠른 정상화 통해 주가 영향 최소화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태풍 힌남노에 따른 침수 피해로 49년 만에 쇳물을 녹이는 3개 고로가 모두 중단됐다. 추석 연휴 기간 대대적인 복구 작업으로 고로를 재가동해 생산재개에 나섰지만, 압연 공장 등 일부 시설 정상화는 아직 미지수다. 이로 인해 포스코의 주가 역시 휘청이고 있다.
태풍으로 경북 포항에는 지난 6일 최대 500mm의 비가 쏟아졌다. 포항제철소 전체가 물에 잠기고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포스코는 대규모 복구 작업에 나서 10일 3고로, 12일 2·4고로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제철소의 핵심으로 꼽히는 고로 3기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침수 직격탄을 맞은 압연 공장은 여전히 배수 및 진흙 제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15일 자정 기준 배수는 94%, 전원 투입 작업은 37% 진행된 상태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항제철소 침수의 원인은 인근 하천의 범람 때문”이라면서 “하천 근처에 위치한 압연 공장의 침수 피해가 가장 크며, 현재까지 피해 규모를 추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루 빨리 배수와 진흙 제거 작업을 마무리하고 피해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피해 추산액과 압연공장의 복구 가동계획을 조만간 발표할 방침”이라며 “압연라인 복구는 3개월 안에 완료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압연은 열과 압력을 가해 활용 용도에 맞게 철을 가공하는 후공정이다. 압연 라인 마비로 사실상 포항제철소에서의 제품생산은 중단됐다. 급한대로 고로에서 철강반제품인 슬라브를 만들어, 광양제철소에서 압연 공정을 진행 중이지만 생산 차질을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전례 없는 고로 전면중단 사태로 포스코의 주가는 내림세다. 침수피해가 발생한 지난 6일 25만2500원이던 포스코의 주가는 10여일이 지난 15일 23만5000원으로 6.9% 떨어졌다. 일각에선 압연 공정이 정상화되지 않아 주가 하락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증권가는 이번 피해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박현욱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포항제철소 철강 설비들이 침수피해로 영구 생산 중단이 아닌 일정 기간 후 정상화될 예정이어서 주가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제철의 과거 사례를 보면 포스코 주가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제철의 나고야 제철소는 지난 2003년 9월 3일 가스저장탱크 폭발 사고로 고로와 열연, 냉연 설비의 가동이 중단된 바 있다. 나고야 제철소는 연간 쇳물 580만톤을 생산하는 곳으로, 일본제철 조강 생산량의 20%를 차지한다. 당시 일본제철의 주가는 고로가 정상 가동된 같은달 17일까지 1% 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일본제철 야와타 제철소도 2008년 7월 29일 화재가 발생해 고로가 중단됐지만, 나고야 제철소처럼 주가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빠른 시간 안에 복구가 이뤄져서다.
포스코도 포항제철소 정상화에 최선을 다하며 주가방어에 나서고 있다. 광양제철소로 슬라브를 옮겨 공정을 진행 중인 가운데, 이 곳의 열연 설비를 포항제철소로 옮기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일본제철과 마찬가지로 사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포스코는 “하루 빨리 피해규모를 추산하고 제품 생산에 더 이상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광양제철소에서 압연 설비를 가져오는 방안까지 고려하는 등 마비된 후공정 복구로 제품생산 중단 장기화 우려를 씻어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