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부터 P3 낸드 양산 시설에 웨이퍼 투입
경계현 사장 “시황과 무관하게 일관된 투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삼성전자가 평택캠퍼스 P3 라인 낸드플래시 양산에 돌입했다. 기존 제품 대비 데이터 처리 속도가 약 2배 빠른 차세대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를 생산할 계획이다. 평택캠퍼스에는 현재 가동 중인 P1~P3 라인 외에 추가로 3개의 반도체 생산 시설이 더 들어설 예정으로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 악화에도 투자를 확대해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나선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는 지난 2015년 289만제곱미터(㎡) 부지로 착공된 차세대 반도체 전초기지다. P1은 2017년 6월, P2는 2020년 8월부터 가동 중이다. 클린룸 규모만 90만㎡로 축구장 25개 크기인 P3 공장은 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으로 지난 7월에 낸드 양산 시설을 구축하고 웨이퍼 투입을 시작했다. 극자외선(EUV) 공정 기반의 D램과 5나노미터(nm) 이하 파운드리 라인도 양산 예정이다.

◇ 평택 P1 공장, ‘클래스1’ 클린룸으로 미세먼지 ‘철통 방어’

7일 평택캠퍼스 P1 공장은 약 1850대 웨이퍼 이송 시스템(OHT)이 일사불란하게 돌아갔다. 24장의 웨이퍼를 담은 OHT 장비가 분당 300m의 속도로 움직이면 2000여대의 설비를 활용해 100% 자동화 공정으로 D램과 낸드 생산이 이뤄진다. P1 라인 내부 길이는 약 520m로 잠실 롯데타워를 옆으로 눕힌 것과 비슷하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생산라인 내부. /사진=삼성전자

P1 라인 클린룸은 ‘클래스1’ 수준으로 유지된다. 이는 한 변의 길이가 약 30센티미터(cm)인 정육면체 안에 0.1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미세먼지가 1개란 의미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 현장에서 미세먼지를 1000개 이하, 웨이퍼를 직접 다루는 장비에서는 먼지가 1개 이하가 되도록 관리하고 있다.

클린룸 내부에는 방진복을 입은 노동자들이 라인을 순회하며 반도체 생산 상황을 점검했다. P1 공장에는 보안과 안전상의 이유로 방진복 색상으로 업무를 구분하는데, 흰색 복장은 삼성전자 임직원, 하늘색은 엔지니어, 진한 파란색은 협력사 직원, 주황색은 환경 안전 관리 담당자다. 각 장비들은 경광등 색깔로 이상 여부를 표시하며 초록색은 문제가 없다는 뜻이고 빨간색이나 주황색 불빛이 나타나면 임직원들이 조치를 취하게 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P1 생산라인에는 양압 시설이 가동 중이고, 클린룸 바닥에는 먼지를 빨아들이기 위한 구멍이 뚫려있다”며 “평택캠퍼스는 미세먼지로 인한 반도체 불량을 방지하기 위해 청정에 초점을 두고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P4도 착공 준비 작업···“투자 일관될 것”

평택캠퍼스는 P4 착공을 위한 기초 공사도 한창이다. 미래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 작업으로 구체적인 P4 착공 시기와 적용 제품은 미정이다. 인플레이션(물가 인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로 반도체 시장이 얼어붙었지만, 삼성전자는 투자를 늘려가겠단 입장이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사장)은 이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그동안 삼성전자의 투자 패턴을 보면 호황기에 투자를 많이 하고 불황기에는 적게 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경기 사이클이 빨라지면서 불황기에 투자를 적게 한 게 호황기에 안 좋은 결과를 갖고 올 수 있다”며 “업앤다운(시황 변동)에 의존하는 투자보다 꾸준한 투자가 더 맞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기본적인 투자 방향은 시황과 무관하게 일관적으로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반도체 경쟁사와 기술 격차가 좁혀지고 있단 지적에는 “5~10년 전에는 실질적으로 격차가 많이 있었는데, 줄어든 건 사실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연구개발(R&D) 투자를 예전보다 적게 한 게 큰 영향”이라며 “R&D 신규 투자에 더 많은 사람과 자원을 투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강 국면인 반도체 업황 대응 전략에 대해선 “사업이 어렵다. 하반기에도 안 좋을 것 같고 내년도 지금으로 보면 그렇게 좋아질 모멘텀은 보이지 않는다”며 “지난 3~4월만 해도 상반기보다 하반기가 (업황이) 더 좋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었는데, 5월 가면서 급격하게 바뀌었다. 계획보다는 시장 변화가 생겼을 때 빨리 대응하는 게 전략”이라고 말했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사장)이 7일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호길 기자

◇경계현 “파운드리 ‘1등’ 방법 모색 중···시스템LSI 역량 고민”

경 사장은 시스템반도체 성장 전략과 관련해 TSMC와 시장 점유율 격차가 큰 파운드리 분야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시스템온칩(SoC) 개발 역량이 경쟁사 대비 3분의 1 수준인 시스템LSI 부문은 제한된 역량을 특정 분야에 집중하겠단 계획을 밝혔다.

그는 “(파운드리에서) 고민하는 건 ‘어떻게 1등을 만들 것이냐’다. 예를 들면 선단 노드(트랜지스터 선폭)로 이기거나, 경쟁사의 주요 고객들을 삼성전자가 가져와서 이기는 방법이 있다”며 “근간에는 우리가 기술을 제대로 만들어서 고객들이 원하는 케파를 제공해야 일을 해야겠지만, 전체 매출에서 1등이 아니라 내용적인 1등을 달성하는 방법 등 여러 가지를 모색 중”이라고 부연했다.

경 사장은 종합반도체기업(IDM)인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시스템LSI 분야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쪽으로만 집중돼 있고 전반적으로 확대돼 있지 않다”며 “일부 고객들이 걱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이에 대해 크게 문제삼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또 ‘갤럭시S22’ 시리즈에서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모바일 AP ‘엑시노스’의 탑재 비중이 낮단 지적에 대해 “4나노 1세대 공정으로 엑시노스를 만들었는데, 공급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공급을 제대로 못할 거면 차라리 하지 말자는 생각도 없지 않아 있다”며 “현재 역량으로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뭘까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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