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주간 3배 레버리지 및 인버스 상품에 투자자 몰려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 급락에 3배 인버스 50% 넘게 올라
향후 전망엔 의견 갈려···“리스크 높아 투자 유의해야” 목소리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국내 투자자들이 지난달 반도체 ETF(상장지수펀드)에 적극 투자한 가운데, 투자자 사이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어 주목된다. 미국 반도체 업종 지수가 급락하면서 반도체 업종 지수 하락에 베팅한 투자자들은 화색이 도는 반면, 반도체 업종지수 상승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부진한 성적표에 곤혹스럽다.
2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최근 3주 동안 미국 증시에 상장된 ‘DIREXION DAILY SEMICONDUCTOR BEAR 3X ETF’(티거명 SOXS)를 2353만8260달러(320억원)어치 순매수 결제했다. 이는 같은 기간 해외 주식 순매수 상위 다섯 번째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ETF만 놓고 보면 네 번째로 많은 순매수 결제 규모였다.
이 ETF는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의 하락에 투자하는 ETF다. 지수 하락률에 수익률이 그대로 연동되는 일반적인 인버스 상품과 달리, 수익률이 세 배 연동되도록 설계됐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가 하락할수록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인 것이다.
국내 투자자들은 이와는 반대로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가 오를 때 수익률이 3배 연동되는 상품인 ‘DIREXION DAILY SEMICONDUCTORS BULL 3X SHS ETF’(SOXL)에도 적극 투자했다. 이 ETF 순매수 결제 규모는 1404만8015달러(190억원) 수준으로 순매수 결제 규모 상위 10위에 해당한다.
국내 투자자들이 상반된 방향의 ETF에 각각 투자한 만큼 희비도 선명히 갈린 모습이다. 특히 최근 미국 반도체 업종이 큰 하락세를 보였다는 측면에서 하락에 수익률이 세 배 연동되는 ‘3X 인버스’ ETF의 성과가 두드러졌다.
실제 SOXS는 지난 15일 이후 3주 만에 52.76% 상승했다. 지난달 26일에는 17.67% 급등하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다. 반면 SOXL의 경우엔 주가가 급락했다. 이 ETF는 지난 1일 13.22달러에 장을 마감했는데 지난달 15일 21.96달러에서 40% 가까이 하락했다.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가 지난달 15일 이후 14.6% 급락한 데 따른 결과였다.
글로벌 반도체 업종에 악재가 지속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앞으로 희비가 더욱 갈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경기 침체 우려로 모바일·PC 등 구매가 줄어들며 반도체 수요 둔화가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수요 위축에 지난달 D램 가격은 전월 대비 14%, 낸드플래시 가격은 4% 떨어졌다.
여기에 미국의 대(對) 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이슈도 불거진 상태다. 엔비디아와 AMD가 인공지능(AI)용 최첨단 반도체를 중국에 수출하기 위해선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드러난 것이다. 사실상 중국으로의 AI용 최첨단 반도체 수출을 차단한 것으로 이들 기업의 실적 우려가 확대됐다.
다만 반도체 업종이 반등할 여지가 있다는 측면에서 상황의 반전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른바 반도체 바닥론이 확인될 경우 저가 매수세가 유입돼 반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투자은행인 JP모간은 내년 경기 회복에 따라 최근 업계 불황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며 반도체 종목 투자에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지수 상승이나 하락에 수익률이 3배 연동되는 상품의 경우 단기간에 수익률이 급전직하 할 수 있어 투자에 유의해야 하고 떨어진 수익률을 만회하기 위해선 더 큰 폭의 상승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크다”며 “시시각각 상황이 바뀔 수 있어 장기적인 매수 보다는 단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