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5, EV6 국내 대기량 7만대 수준···올해 북미 판매 3만여대, 수출물량 국내 판매로 돌려 상쇄
아이오닉6, 사전계약 첫날 3만7000대···올해와 내년 합친 판매 목표의 절반 달성, 국내서 생산물량 소화 가능할듯
정부의 전기차 보급 확대 및 국산차 보조금 지원 정책 절실···무리한 자국보호정책 역풍 우려도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자국 생산·조립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한국이 뒷통수를 맞았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은 향후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전기차 수출을 확대하려 했으나, 이번 IRA로 인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이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23일 직접 최근 미국 출장길에 오르며 해결책을 찾기 위해 나섰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 공장 건설 및 앨라배마 공장 전기차 라인 증설을 앞당기는 방안 등을 검토하며 피해를 최소화할 방침이나, 당장 실타래를 풀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각에선 국내 전기차 시장이 IRA 피해를 상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내 전기차 출고대기가 한참 밀려있는 상황에서 미국 수출물량을 한국에 판매할 경우 일정 부분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현대차 아이오닉5의 경우 출고까지 12개월, 기아 EV6는 14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오닉5가 월 평균 약 2600대, EV6가 약 2200대를 판매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각각 3만대 이상 계약이 밀려있는 셈이다.
올해 1~7월 아이오닉5와 EV6 미국 판매량이 각각 1만5670대, 1만4284대인 가운데, 국내 물량 확대로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 또한 유럽에서도 두 차종 판매가 늘고 있어 부담을 줄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유럽서 아이오닉5는 1만7116대, EV6는 1만8050대를 판매했다.
내년 북미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아이오닉6도 국내 판매가 수출 부족분을 채워줄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오닉6의 경우 국내에서 사전계약 첫날에만 3만7446대를 달성했다. 이는 기존 역대 최다 첫날 사전계약 대수인 아이오닉5의 2만3760대보다 1만3686대 많은 수준이다.
앞서 현대차는 올해 아이오닉6를 국내에서 1만2000대 판매하고, 내년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5만대 판매하겠다고 계획했다. 즉 아이오닉6 첫날 계약만으로 올해와 내년치 물량의 절반 가량을 달성한 셈이다.
아이오닉6 출시 후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충분히 생산 물량을 국내에서 다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미국 조지아 공장 착공을 올해 10월로, 완공 시기를 2024년 하반기로 앞당길 수 있다면 전기차 수출 공백기가 1년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 정부도 자국 산업 보호 나서야···역풍 우려 신중론도
미국 IRA로 인해 국내 자동차 업계 피해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도 적극적으로 자국 전기차 보호·육성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 확대 및 충전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해 전기차 보급 속도를 높이는 한편, 국내 전기차 산업 발전을 위해 국산차 위주의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뿐 아니라 중국도 자국에서 제조된 배터리를 적용한 전기차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최근 원내대책회의에서 “피해가 예상되는 완성차 기업과 관련 부품업체에 대한 한시적 보조금이나 법인세 경감 등 지원책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현재 국산차와 수입차 구분 없이 모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국내 정책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한국은 가격과 주행거리 등을 감안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국산차와 수입차 브랜드간 차별은 두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같은 정부 대응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수출 중심의 한국 자동차 산업 특성상 무리하게 자국 보호정책을 펼치다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미국산 전기차의 경우 테슬라, 제너럴모터스(GM)가 있으나 판매량 자체가 많지 않다. 테슬라의 경우 지난해 1만7600대를 팔며 수입차 4위를 기록했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6000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테슬라 전세계 판매량(56만4000대)을 감안하면 미비한 수준이다. GM도 볼트EV와 볼트EUV 등을 판매하고 있으나 물량이 많지 않으며 포드, 지프 등은 아직 전기차 판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반면 현대차의 경우 국내보다 해외 판매 비중이 높다. 특히 중국 시장을 뚫지 못하고 있는 탓에 미국을 반드시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큰 나라 사이에 낀 약소국의 비애다”며 “이번에 보조금 정책으로 맞불을 놨다가는 소탐대실할 가능성이 클 수 있기 때문에 FTA 기반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국내 산업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내에서도 IRA에 반대하는 세력이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해 특례·유예조항을 만들어야 한다. 오는 11월 예정돼 있는 미국 중간 선거에 앞서 여러 루트를 통해 우리 기업에게 유리할 수 있도록 설득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