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전기차 국내 생산 물 건너갈 가능성 높아져···노조 반발 거셀 듯
쌍용차·르노코리아, 상대적으로 피해 적지만 사태 예의주시

/ 사진=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한국GM, 르노코리아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중견 3사의 경우 전기차를 생산하지 않아 당장 피해는 없겠으나 향후에는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부터 쌍용차를 시작으로 중견 3사도 전기차를 생산하는 가운데, 향후 미국 수출길이 막힐 경우 한국과 유럽 외에는 마땅히 팔만한 곳이 없어서다. 또한 이번 사태로 인해 미국 뿐 아니라, 유럽 등 다른 국가들도 자국 생산 전기차에 보조금 혜택을 늘릴 경우 피해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GM의 경우 IRA에 따른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이번 법안에 따라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한국에 전기차 생산 배정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아지면서 노동조합과의 갈등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 노사는 전날 17차 교섭을 진행했으나 최종 결렬됐다.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답체협약 교섭(임단협)에서도 임금 인상 뿐 아니라 공장별 발전 방안을 언급하며 향후 미래차 생산 배정에 대한 확답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이번 IRA 사태로 인해 노조 반발이 더 거세질 전망이다.  앞서 지난해 GM이 한국에서 전기차 생산 계획이 없다고 밝히자, 노조는 부평 2공장에서 전기차 생산 설비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 23일 진행된 15차 교섭에서도 노조는 “부평 2공장의 미래형 자동차 생산을 강력하게 희망하고 요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IRA로 인해 국내 전기차 생산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노사간 의견 차이를 좁히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GM의 경우 수출 대부분이 미국으로 판매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전기차도 미국에 판매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IRA 때문에 GM 입장에선 한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해 다시 수입하기 보다는, 자국내에서 생산·판매하는 것이 더 유리한 상황이다.

현재 노조가 파업쟁위권을 확보한 가운데, IRA에 따라 노사 갈등이 커질 경우 파업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앞서 노조는 지난 16~17일 진행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83%의 찬성을 얻었으며, 중앙노동위원회가 한국GM 노사의 임단협과 관련한 쟁의 조정에서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며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됐다.

한국GM 노사가 전기차 전환 시기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 사진=김은실 디자이너
한국GM 노사가 전기차 전환 시기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 사진=김은실 디자이너

아울러 최근 실판 아민 GM 수석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도 이달 말 예정됐던 한국 방문 일정을 연기했다. 업계에선 IRA과 노사간 갈등에 따른 부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GM 측은 전기차 생산 계획이 이전에도 없었던 만큼 이에 대한 논의보다는 우선 트레일블레이저와 내년 출시하는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GM이 오는 2025년까지 미국과 중국에 연 100만대 생산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한국에서 전기차 생산이 이뤄지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한국GM은 내년부터 트레일블레이저와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을 통해 연간 50만대 생산 규모를 달성해 내년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고, 이후 수익 개선을 통해 전기차 생산까지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쌍용차와 르노코리아의 경우 당장 전기차 생산이나 미국 수출 물량이 적어 상대적으로 영향이 크지 않겠으나, 장기적으로는 피해가 갈 것으로 예상된다.

쌍용차는 내년부터 토레스 전기차를 시작으로 ‘KR10’과 렉스턴 스포츠 전기차 출시를 앞두고 있다. 당장에는 국내 판매에 집중하겠으나, 내수 시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해외 진출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쌍용차 유력 최종 인수자인 KG그룹 곽재선 회장이 해외 판매 확대에 대한 의지를 보인 만큼, IRA 영향권을 벗어나긴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이번 IRA로 인해 중국에 이어 미국도 자국 전기차 보호에 나서게 될 경우, 향후 유럽이나 다른 지역에서도 자국 생산 차량에 대한 혜택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이나 중국은 물론 일본, 독일, 프랑스 등도 자국 기업에 유리한 법안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며 “우리 정부도 한국 기업을 보호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르노코리아는 오는 2026년은 돼야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라 IRA에 따른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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