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주인 HMM과 팬오션 연이어 사상 최대 영업이익 발표
주가는 호실적에도 지지부진···지난달 저점 대비 15%도 안 올라
예상 보다 빠른 피크아웃 투심 눌러···우려 과도하다며 저점 매수 의견도 나와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국내 주요 해운주들이 지난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쏟아낸 가운데 주가는 이와는 동떨어진 흐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업황이 예상 보다 빠르게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이에 따른 공매도가 주가를 짓누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일각에선 업황 악화 우려가 과도하다며 저점 매수에 나설 기회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 해운주, 연이은 사상 최대 실적에도 주가는 지지부진

1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해운업종 대표주인 HMM은 전날 대비 1.6% 상승한 2만5350원에 장을 시작했다. 장 초반 전날 대비 3.81%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내 상승폭을 줄이면서 1% 내외에서 등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HMM이 전날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한 것을 감안하면 평이한 주가 흐름으로 평가된다. HMM은 올해 2분기 2조937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1% 증가한 수치로 2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다. 매출의 경우 같은 기간 5조340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73% 올랐다. 

호실적 기대감에 주가가 선행한 것 아니냐는 측면에서도 HMM의 주가 움직임은 아쉬울 수 있다. HMM은 지난 5월 30일 장중 3만4050원을 기록한 이후 지난달 15일 2만2400원까지 긴 하락세를 보였다. 이후 이달 10일 2만4950원까지 반등하기는 했지만 상승률이 11.3%에 그친다. 해운업황 호조에 실적 기대감이 높았음에도 주가가 크게 반응하지 않은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다른 해운주에서도 관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벌크선사인 팬오션은 지난 2분기 전년 대비 113.2% 상승한 238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업이익이 두 배 넘게 오르는 호실적에도 주가는 지난달 저점 대비 14% 상승에 머물고 있는 모습이다. 팬오션은 지난 5월만 하더라도 8300원대에 거래된 바 있다.

◇ 피크아웃 우려 투심 눌러···공매도 노출도 영향 

해운주의 사상 최대 실적 행진에도 해운주의 주가가 지지부진한 배경에는 예상 보다 빠른 ‘피크아웃’(고점 통과)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평가된다. 당초 일러야 올해 하반기부터 해운업종의 호황 사이클이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이번 실적을 통해 피크아웃의 시기가 더욱 앞당겨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는 것이다. 

실제 주요 증권사들은 보고서를 통해 해운업의 피크아웃이 기존 예측 보다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신증권은 이날 ‘생각보다 빠른 피크아웃’이라는 보고서에서 “컨테이너 수송량 감소, 운임하락, 용선료 및 연료비 증가로 HMM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추정치 보다 15.2% 하회했다”고 분석했다. 

신영증권 역시 비슷한 이유로 HMM에 대해 ‘빠르게 찾아온 피크’라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해상 물동량의 총량은 성장 중이나 시장 참여자가 이전 대비 많아짐에 따라 항만 적체, 운임하락, 실적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는 특이한 상황”이라며 “운임 하락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운업황을 반영하는 운임지수는 이미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국내 컨테이너선사와 관련이 깊은 SCFI(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는 지난 4월 1일 4348.71이었지만 6월 말 4216.13로 내려앉았다. SCFI는 3분기 들어 더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는데 이달 5일 기준 3739.72을 기록했다. 벌크선 시황을 나타내는 발틱운임지수(BDI)는 이달 10일 1592로 지난 5월 중 기록한 3369에서 절반 넘게 떨어졌다.

여기에 수급적인 측면에서는 공매도가 쏟아지고 있다는 점이 주가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거래소의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공매도 잔고 금액 1위는 HMM이었다. HMM의 공매도 잔고 금액은 8323억원으로 시가총액 대비 6.79% 수준이다. 

◇ 피크아웃 우려 과도···저점 매수 나서야 의견도

해운업의 피크아웃 우려가 과도하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HMM 분석 보고서에서 “인플레이션 부담에 따른 수요 둔화를 감안하면 올해 하반기에도 약세가 예상된다. 또 용선료와 항만사용료 등 비용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어 감익은 불가피하다”면서도 “미주 서안노선을 제외하면 항만적체가 아직 정상화되지 않아 수급은 여전히 타이트하고 장기계약(SC) 운임이 2분기부터 새롭게 인상됨에 따라 스팟운임의 하락 영향을 일부 만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벌크선 시황 역시 피크아웃 우려가 이르다는 의견이 나온다. 삼성증권은 지난 2일 팬오션 관련 분석 보고서를 통해 “어닝 서프라이즈 지속에도 시장은 이를 반영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반복되는 피크 아웃 우려 때문”이라며 “환경 규제 강화와 하반기 성수기를 감안하면 과도한 우려라고 판단한다”라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팬오션에 대해 “이제 바닥잡기를 준비할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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