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곡물 수출 재개 합의···세계 식량 가격 24년 만에 대폭 하락
곡물·육류 등 5개 품목 모두↓···“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더 하락할 전망"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치솟았던 세계 식량 가격이 약 24년 만에 최대치로 하락했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단됐던 우크라이나산 곡물의 흑해 해상 수송이 이달 1일 재개되면서다. 밀 외에도 전반적인 식량 수입 수요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올해 7월 세계식량가격지수가 전월보다 8.6% 하락한 140.9포인트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08년 10월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FAO는 1996년 이후 24개 품목에 대한 국제가격 동향을 모니터링해 곡물·유지류·육류·유제품·설탕 등 5개 품목군별 식량가격지수를 매월 집계해 발표한다. 이 지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 3월 역대 최고치인 159.7까지 올랐다가 6월까지 3개월 연속 소폭 하락했다.
7월에는 5개 품목군의 가격지수가 모두 내려가면서 2008년 10월 이후 전월 대비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
품목별로 보면 곡물 가격지수는 전달보다 11.5% 하락한 147.3포인트로 나타났다. 흑해 항구 봉쇄 해제 합의와 북반구의 수확 진행 등으로 국제 밀 가격이 크게 떨어진 것이 전체적인 곡물 가격 하락을 이끌었다.
유지류 가격지수는 전달보다 19.2% 하락한 171.1포인트를 기록했다. 팜유는 최대 수출국인 인도네시아의 공급 여력이 충분할 것으로 전망됐고, 대두유는 지속적인 수요 저조에 따라 가격이 하락했다. 유채씨유도 신규 수확량의 공급이 충분할 것으로 관측돼 가격이 내려갔다.
육류 지수는 전월보다 0.5% 하락했다. 소고기의 경우 주요 생산국의 수출 여력이 커져서 가격이 내려갔고, 돼지고기는 전반적인 수입 수요가 저조한 이유로 가격이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가금육은 수입 수요가 강세를 보이는 데다, 북반구에서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한 영향으로 가격이 크게 올랐다.
우크라이나산 곡물의 흑해 해상 수송은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단됐다. 이후 러-우 양국은 튀르기예와 유엔의 중재로 지난달 22일 곡물 수출을 재개하는 이스탄불 곡물 협정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정부는 3개 항구에서 매달 500만t의 곡물을 실어나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농식품부는 "최근 주요 수출국의 작황이 개선되고 있으며,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 저하 가능성 등으로 국제 곡물 가격이 6월 이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가격이 하락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