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중동 순방 마지막날 사우디 방문
실권자 빌 살만과 만나 ‘주먹 인사’
카슈끄지 암살 비판했지만 관계 회복 나서
가시적 성과 없었지만···바이든 “몇 주 내 증산할 것”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15일(현지 시간) 사우디 제다 알살람 궁전에서 회담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AFP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그동안 껄끄러운 관계였던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만났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급속도로 냉각된 양국 간 관계가 이번 방문을 통해 재설정됐지만 원유 증산 관련한 가시적인 성과는 없었다. 다만 회담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몇 주 안에 증산 조치가 나올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중동 순방의 마지막으로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다. 공항에서 왕궁으로 향한 바이든 대통령은 전용 차량에서 내린 직후 마중 나온 빈 살만 왕세자와 악수 대신 ‘주먹 인사’를 했다. 이번 주먹 인사에 로이터통신은 “이번 주먹 인사는 두 나라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본질적인 의미를 규정하는 장면이다”, 블룸버그는 “주먹 인사가 사우디 왕따 시대를 끝냈다”고 진단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는 껄끄러운 관계다. 바이든 행정부 집권 초기인 작년 2월 미 정보당국이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의 배후로 빈 살만 왕세자를 지목하면서 불편한 관계를 이어 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를 국제사회에서 ‘왕따’로 만들겠다고 공언하며 두 나라의 관계는 더욱 냉랭해졌다.

이 같은 긴장을 깨고 바이든 대통령이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난 건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는 ‘유가 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러시아산 원유가 사실상 묶여버린 와중에 세계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인 사우디가 원유 생산량을 늘려야 유가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미국, 러시아와 함께 1일 산유량 세계 3강을 형성하고 있다. 자국내 수요가 많은 두 나라와 달리, 사우디는 원유 수출시장에서 막강한 파워를 발휘한다. 전세계 원유수출 금액 중 국가별 비중을 보면 사우디는 16.5%로, 러시아의 2배에 달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빌 살만 왕세자와의 회의에서 아랍권의 증산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우디 방문의 또 다른 목적은 중동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미국으로선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인한 유가 급등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반사 이익을 누리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선 주요 산유국 사우디의 협력이 절실해졌다. 중동 지역에서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포함돼 있다. 이 밖에 유가 급등으로 인한 물가 상승이 바이든의 지지율을 낮춰, 다가오는 11월 중간선거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사우디 방문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번 회담에서 순방 목적이었던 석유 증산에 대한 공식적인 합의는 없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의 증산이 몇 주 내 취해질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에 대한 공급을 늘리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고, 이는 곧 일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긴박함에 대해 사우디와 공유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이뤄진 회담결과를 봤을 때 향후 몇 주 이내 증산 조치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로부터 구체적인 증산 약속을 얻어내지 못하자 국제유가는 다시 뛰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89% 오른 배럴당 97.5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정부는 충분한 에너지를 확보하는 추가적인 조치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 산유국 차원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OPEC+ 산유국 회의는 다음 달 3일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