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DF처럼 생애주기 고려한 투자 분배···펀드 대신 ETF로 장중 매수 가능
저렴한 수수료가 최대 장점···디폴트옵션 도입으로 시장 급성장 전망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삼성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이 그동안 펀드로 판매해왔던 타깃데이트펀드(TDF)를 액티브형 상장지수펀드(ETF)로 출시하면서 퇴직연금 시장 공략에 나선다.
TDF처럼 생애주기별로 주식과 펀드 투자비율을 조절하는 원리는 같지만 판매수수료가 없기에 수수료가 저렴하고 환금성과 운용 투명성 등이 장점이다.
특히 7월부터 디폴트옵션(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이 도입되기에 앞으로 자산운용사들의 TDF ETF 시장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 삼성·한화·키움운용, TDF ETF 선점 경쟁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등이 선보이는 TDF ETF 10종이 30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다.
삼성자산운용은 KODEX TDF액티브2030, 2040, 2050 등 3종, 한화자산운용은 ARIRANG TDF액티브2030, 2040, 2050, 2060 등 4종, 키움투자자산운용은 히어로즈 TDF액티브2030, 2040, 2050 등 3종을 각각 출시한다.
TDF는 목표은퇴시점(빈티지)을 기준으로 생애주기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달리 운용하는 자산배분형 펀드다. 생애주기를 고려해 젊은 시절에는 위험자산인 주식의 비중을 높게 두고 은퇴 시기가 가까워질수록 안전자산인 채권의 비중이 높아지는 방식이다.
이번 TDF ETF에 담긴 2030/2040/2050 등 숫자는 목표 은퇴연령이 되는 해의 연도를 의미한다. 1980년생이 60세에 은퇴를 목표로 한다면 2040 TDF가 적합하다는 뜻이다.
이번에 상장한 TDF ETF는 모두 지수 대비 초과수익을 추구하는 액티브형 상품으로 비교지수는 두 개 이상의 하위지수를 혼합하는 방식으로 산출된다. 예를 들어 한화자산운용 TDF ETF는 미국의 펀드평가사인 ‘모닝스타’에서 산출한 지수들을 기반으로 주식에서 2가지, 채권에서 3가지 지수를 혼합해 운용한다.
삼성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이 이번에 TDF ETF를 출시한 이유는 다음달 12일부터 퇴직연금에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면서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계좌에서 TDF ETF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TDF ETF는 기존 TDF 대비 뚜렷한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TDF는 환매시 현금화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운용내용 공개도 제한적이지만 ETF는 환금성이 좋고 운용내역이 공개되기에 투명성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최고 장점은 수수료다. TDF는 증권사나 보험사를 통해 판매되기에 1%에 달하는 판매수수료가 붙는다. 하지만 TDF ETF는 판매수수료가 없이 상장되어 거래되기에 운용수수료만 내면 된다. 이번에 출시한 TDF ETF의 경우 삼성자산운용은 0.2~0.3%, 한화자산운용은 0.14~0.2%, 키움투자자산운용은 0.3~0.38%에 불과하다.
◇ 글라이드 패스가 경쟁력될까
퇴직연금 계좌를 통한 TDF ETF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다른 자산운용사들도 TDF ETF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TDF ETF가 급성장하면 기존 TDF 시장구도에도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국내 TDF 시장은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펀드닥터에 따르면 2019년 2조7928억원이었던 국내 TDF 설정액은 지난해 7조7187억원까지 증가했다. 지난해말에는 9조원을 넘기도 했으며 이날 기준 8조6495억원에 달한다. 설정액 1위는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 3조8326억원에 달하고 2위는 삼성자산운용으로 1조6296억원이다.
자산운용사별 TDF 운용성과를 가르는 핵심은 운용방식을 뜻하는 ‘글라이드 패스’(자산배분곡선)다. 글라이드 패스는 비행기가 안전하게 착륙하기 위한 경로를 뜻하는데 연령대에 맞춰 주식, 채권 등 자산 비중을 조정하는 것이 비행기 움직임과 비슷하기에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
이번 TDF ETF 출시를 위해 한화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은 기존 TDF와 다른 새로운 글라이드 패스를 적용했다. 삼성자산운용은 S&P글로벌과 공동 개발한 글라이드 패스를 적용했고 한화자산운용은 글로벌 펀드평가사 모닝스타와 손잡고 글라이드 패스를 개발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기존 TDF 운용에 활용했던 글라이드 패스를 그대로 활용한다.
이번에 출시한 TDF ETF 10종을 살펴보면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주식은 비중이 높지만 채권 외에 대체투자를 포함하면서 균형을 맞추려는 흔적이 보이고 한화자산운용은 주식 비중이 낮아 비교적 보수적 운용을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