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승계’ 목적 통행세거래 등 이유 4개 제재 적법 판결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기소된 박태영···1심 징역형 집행유예
“확정된 판결 증명력 높아”···조만간 항소심 절차 재개될 듯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하이트진로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 대부분이 적법했다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왔다. 같은 사실관계로 형사재판 중인 박문덕 회장의 아들 박태영 사장에게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특별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지난달 26일 하이트진로가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원고 일부 승소지만 사측 청구 대부분이 기각됐다는 점에서 사실상 패소한 판결이다.
하이트진로의 부당 내부거래는 총수2세 박태영 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이뤄졌다는 게 공정위와 법원의 일관된 판단이다. 그 중심에는 서영이앤티(서영)가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서영은 2007년 12월 박태영 사장이 73% 지분으로 인수해 하이트진로에 편입된 후, 박문덕 회장의 지분증여와 기업구조 개편 등을 거쳐 2011년 하이트홀딩스의 지분 27.66%를 보유한 ‘그룹 지배 최상위회사’가 됐다. 하이트진로는 총수가 단독지배하던 구조에서 서영을 통해 2세와 함께 지배하는 구조로 전환된 것이다.
지난 2018년 1월 공정위는 ▲하이트진로가 서영에 전문인력 2명을 파견하면서 급여 일부를 지원한 행위(인력지원) ▲직접 구매하던 맥주용 공캔을 서영을 통해 구매한 행위(공캔 통행세거래) ▲공캔 원재료인 알루미늄 코일 구매시 서영을 끼워넣은 행위(코일 통행세거래) ▲밀폐용기 뚜껑(글라스락 캡) 구매에 서영을 끼워넣은 행위(글라스락캡 통행세 거래) ▲하이트진로가 서영이 자회사 주식을 고가에 매각하도록 우회지원한 행위(주식매각 우회지원) 등 5가지 이유로 제재했다. 하이트진로에 79억5000만원, 서영에 15억7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대법원은 이 5가지 사유 중 주식매각 우회지원을 제외한 인력지원·통행세 거래와 관련된 모든 제재가 적법했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은 인력지원행위, 공캔거래, 알루미늄 코일 거래, 글라스락 캡 거래는 하이트진로가 서영의 매출액을 늘린다는 동일한 목적아래 10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이뤄진 것으로서, 각 지원행위로 관련 시장에서 경쟁이 저해되고 서영에게 경제력이 집중되었으므로, 공정한 거래가 저해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원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하이트진로는 납부한 과징금 중 일부만을 최근 돌려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피고인 신분 총수2세 박태영···무죄 주장하지만 1심서 징역형
하이트진로 사측이 제기한 행정소송 청구가 대법원에서 대부분 기각되면서 같은 사실관계로 형사재판 중인 박태영 사장은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 박 사장은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 사장, 박창구 전 경영전략실 상무와 함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박 사장은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1심은 ‘주식매각 우회지원’과 관련한 혐의를 제외(범죄금액 약 11억원)하고 나머지 혐의를 모두 유죄로 봤다. 그러면서 박 사장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 및 120시간 사회봉사를 선고했다.
2020년 10월 첫 공판기일 이후 1년8개월 가까이 멈춰있던 항소심 재판은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항소심 재판부는 행정소송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사건 진행을 미뤄왔다.
한 현직 판사는 “판사들은 동종사건 결과나 확정된 판결에 높은 증명력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