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영 사장이 최대주주인 회사에 일감 몰아준 혐의
‘같은 사실관계’ 행정소송 패소 확정
1심 징역 1년6월 집행유예 2년 선고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부당 내부거래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하이트진로 박태영 사장(박문덕 회장의 장남)에 대한 형사재판이 2년 만에 재개된다. 사측의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이 적법했다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사장의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공정거래법)위반 혐의를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3부(재판장 차은경 부장판사)는 오는 10일20일 공판기일을 지정했다.
이번 기일은 지난 2020년 10월15일 항소심 첫 공판기일이 열린 이후 약 2년 만에 지정됐다. 그동안 재판부는 같은 사실관계로 사측이 제기한 행정소송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기일 지정을 미뤄왔다.
대법원은 지난 5월26일 하이트진로가 제기한 공정위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 취소소송에서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이 적법했다고 판단했다. 사측 청구 일부가 인용됐으나 대부분 기각돼 사실상 원고(하이트진로)가 패소했다. 이는 사측의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종결된 것으로, 이 사건 원인을 제공한 임원들에 대한 형사처벌만 남은 상태다.
박 사장과 김인규 대표이사, 김창규 전 경영전략실 상무(2017년 퇴임) 등 3명은 지난 2008년~2017년 하이트진로가 맥주캔 제조·유통하는 과정에 박 사장(당시 부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계열사 서영이앤티(서영)를 끼워 넣는 일명 ‘통행세 방식’ 등을 통해 43억원의 일감을 몰아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 사건은 공정위가 지난 2018년 1월 하이트진로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박 사장 등 3명을 고발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구체적으로 공정위는 ▲하이트진로가 서영에 전문인력 2명을 파견하면서 급여 일부를 지원한 행위(인력지원) ▲직접 구매하던 맥주용 공캔을 서영을 통해 구매한 행위(공캔 통행세거래) ▲공캔 원재료인 알루미늄 코일 구매시 서영을 끼워넣은 행위(코일 통행세거래) ▲밀폐용기 뚜껑(글라스락 캡) 구매에 서영을 끼워넣은 행위(글라스락캡 통행세 거래) ▲하이트진로가 서영이 자회사 주식을 고가에 매각하도록 우회지원한 행위(주식매각 우회지원) 등 5가지 이유로 제재했다. 하이트진로에 79억5000만원, 서영에 15억7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사측이 공정위 제재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대법원은 ‘주식매각 우회지원’을 제외한 모든 제재 사유가 적법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인력지원행위, 공캔거래, 알루미늄 코일 거래, 글라스락 캡 거래는 하이트진로가 서영의 매출액을 늘린다는 동일한 목적아래 10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이뤄진 것으로서 각 지원행위로 관련 시장에서 경쟁이 저해되고 서영에게 경제력이 집중되었으므로 공정한 거래가 저해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원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형사재판 1심인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안재천 부장판사) 역시 지난 2020년 5월 ‘주식매각 우회지원’을 제외한 나머지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면서 박 사장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사회봉사 120시간도 명령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행정소송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한 점, 판사들이 동종사건 결과나 확정된 판결에 높은 증명력이 있다고 보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재개되는 형사재판 쟁점은 많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