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2년여만에 유럽 출장길 올라 현장 챙기기 나서
식음료·명품 파트너사 만날 듯···롯데쇼핑 포트폴리오 강화 기대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유럽 출장길에 오른 가운데 그간 부진한 사업 흐름을 보였던 롯데쇼핑에 변화가 감지된다. 롯데그룹이 최근 약 37조원의 투자를 약속한 상황에서, 다시 시작된 이번 신 회장의 현장 경영이 롯데쇼핑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롯데백화점은 신세계백화점의 거센 추격으로 유통 1위임에도 쫓기고 있는 만큼, 투자와 신 회장의 출장이 롯데쇼핑에게 얼마나 호재로 작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최근 유럽 출장에 나서며 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됐던 해외 출장을 본격 재개했다. 신 회장은 열흘정도 유럽에 머무를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신 회장은 코로나19 사태 발생 전, 매년 미국과 유럽을 방문하며 해외 사업장을 살피고 사업 파트너들과 만나왔다. 그러다 코로나19 이후에는 한국, 일본만 오가다 지난 4월 미국 방문을 시작으로 해외 출장을 시작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구체적인 일정은 공개하지 않는다”며 신 회장 출장에 대해 짧게 언급했다.

이번 신 회장의 출장으로 업계에서는 최근 부진한 성적을 냈던 유통기업 1위 롯데쇼핑의 실적 개선, 사업 포트폴리오가 강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무엇보다 신 회장이 이번 유럽 출장에서 식음료 분야와 명품 등 롯데 사업 파트너들을 만날 것으로 전해지면서 롯데백화점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롯데그룹은 백화점 분야 1위 되찾기를 목표로 주요 점포 리뉴얼에 한창이다. 롯데백화점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과 인천 송도 등에서 대규모 복합몰 개발을 추진하고 본점과 잠실점 등 주요 지점의 리뉴얼을 진행하고 있다. 2019년부터 시작한 롯데백화점 본점은 40년간 매출 1위 점포였지만 2017년 신세계 강남점에 1위를 내어준 이후 매출 감소세를 보였던 만큼, 명품 부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해외 럭셔리 브랜드 입점을 대폭 늘렸다.

특히 롯데백화점은 핵심 조직인 상품 본부를 강남점으로 이전시켰다. 백화점 상품본부는 시장을 분석해 브랜드를 입점, 퇴점시키고 경영전략을 세우는 팀이다.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가 “강남에서 1등 점포를 만들겠다”고 밝혀왔던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여기에 롯데그룹은 최근 5년 동안 37조원을 투자하고, 이 중 8조1000억원을 유통사업군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1조원에 달하는 롯데마트 리뉴얼과 온라인 유통 부문 등을 제외하고 최대 5조원가량을 오프라인 백화점 리뉴얼과 복합쇼핑몰 개발에 사용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 롯데쇼핑 IR자료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매출증대’를 목표로 오는 2024년까지 백화점에 총 2조3791억원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연도별로는 올해 4376억원, 2023년 9683억원, 2024년 9732억원이다.

국내 백화점 3사 최근 실적 비교. / 자료=각 사 IR, 표=김은실 디자이너
국내 백화점 3사 최근 백화점 부문 실적 비교. / 자료=각 사 IR, 표=김은실 디자이너

신 회장은 해외 출장 이후 국내 점포를 둘러보며 현장 경영에 나섰던 만큼, 이번에도 백화점 임원들과 귀국 후 직접 현장을 챙길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지난 2020년 5월에는 일본 출국 후 귀국해 잠실 롯데월드몰을 시작으로 롯데백화점, 롯데월드 어드벤처, 롯데마트 등을 차례로 방문한 바 있고, 지난 2021년 9월 역시 일본 출장 이후 롯데백화점 동탄점을 방문하며 현장 행보에 속도를 냈다. 지난해에는 신 회장이 롯데백화점 동탄점을 방문한 후 한샘 지분 인수에 나서는 등 전향적으로 사업을 이어간 바 있다.

이 밖에도 신 회장은 롯데호텔의 글로벌 브랜드화를 위해 과감한 경영을 펼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롯데호텔은 7개국에서 32개의 체인 호텔과 리조트를 운영하며 1만 객실을 운영하는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했다. 2010년 롯데호텔 모스크바 개관을 시작으로 2015년 롯데 뉴욕 팰리스 인수, 한국 호텔 최초 뉴욕에 진출했다. 지난 2월에는 미국 시카고에 위치한 킴튼 호텔 모나코 인수 작업을 마무리했다. 이로써 롯데호텔은 미국에서 롯데 뉴욕 팰리스, 롯데호텔 시애틀, 롯데호텔 괌을 포함해 4곳을 운영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번 신 회장의 유럽 출장은 코로나19로 주춤했던 롯데의 유통 사업을 과감히 확대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다만 이미 경쟁사인 신세계, 현대도 과감히 투자를 진행하며 유통 사업을 키우고 있어 신 회장 귀국 후 롯데 행보를 지켜봐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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