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22년 만의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
한은, 4월 이어 두 달 연속 금리인상 가능성 제기
한미 금리 격차 0.50~0.75%p···7월 역전 가능성 유력
외국인 자본 유출과 원화 약세, 물가 상승 압력 고조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고 추가 인상까지 예고함에 따라,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속도에 시장 관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6일 개최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4월에 이어 두 달 연속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1.25%→1.50%) 인상한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률 등 데이터 지표들이 좋지 않은 상황인데다, 내외 금리 역전과 환율 상승 등 다양한 배경을 감안한다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다. 기준금리를 올린다면 한국은행은 2007년 7, 8월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두 달 연속 금리를 인상하게 된다.
현재 한국(1.50%)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기존 1.00~1.25%포인트에서 0.50~0.75%포인트로 축소됐다. 한국 기준 금리가 그대로라고 가정하고 향후 몇 개월 새 미국이 두세 차례 빅스텝을 더 밟으면 양국 간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난다. 한국은행이 올해 남은 다섯 번의 통화정책회의(5월, 7월, 8월, 10월, 11월)에서 모두 기준금리를 인상(각각 0.25%포인트)하지 않으면 연내 어느 시점에서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되는 것이다.
앞서 미 연준은 지난 4일(현지시간) 열린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0.50%에서 0.75~1.00%로 0.50%포인트 올렸다. 50bp(0.50%)는 2000년 5월 이후 22년 만의 최대 인상폭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향후 두어 번의 회의에서 50bp(0.5%p, 1bp=0.01%포인트)의 금리인상을 검토해야 한다는 광범위한 인식이 위원회에 퍼져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빅스텝' 행보를 이어갈 방침을 시사했지만 한번에 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은 일축했다.
파월 의장 발언을 놓고 미국 기준금리가 급격히 치솟을 것이라는 우려는 한풀 꺾인 분이기지만 한국은행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5월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첫 금통위인데 금리 인상을 심각하게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한국은행이 5월과 7월 중 한 번만 금리를 동결해도 7월에는 한·미 기준금리는 역전된다. 채권시장에서는 한은이 지난 4월 기준금리를 인상한 만큼, 적어도 5월이나 7월 중 한 번은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미국 금리 속도가 파월 의장 제시 경로보다 더 빠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올 연말에 미국 기준금리가 3%대로 인상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페드워치는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의 가격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장 참가자들이 판단하는 연준의 통화정책 변경 확률을 추산한다.
시장 전망대로 미국 기준금리가 오른다면 한국과 상당히 큰 금리 역전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되면 외국인 자본 유출과 원화 약세(원·달러 환율 상승),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미국의 양적긴축으로 신흥시장으로 흘러갔던 자금의 이탈이 가팔라질 수 있는 데다 원화값 약세 국면이 지속되면서 기대투자수익률이 낮아져 외국인 투자 자금이 한미 기준금리 역전을 신호탄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가 시장 전망기관들 상대로 조사한 결과 한국의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는 평균 1.85%로 집계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의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로 도출된 1.85%는 연말 미국 기준금리 전망치보다 1%포인트가량 낮은 것"이라며 "만약 이런 식의 금리 역전이 현실화된다면 대규모 자본 유출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