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5월 이후 22년만 최대폭 인상···양적 긴축도 내달 시작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미국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동시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대차대조표도 축소하며 물가 잡기에 나섰다.
4일(현지시각) 미 연준은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현재 0.25~0.5%인 기준금리를 0.5%p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 금리는 0.75~1.0% 수준으로 올랐다.
이는 지난 2000년 5월 이후 22년만의 최대 인상폭이다. 연준은 통상 기준 금리를 0.25%p 인상했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21일 열린 IMF 총회에서 “5월 FOMC 회의에서 0.5%p 인상안이 테이블에 오를 것”이라며 ‘빅스텝’ 방침을 공식화한 바 있다. 또한 이번 FOMC 회의에선 “향후 두 어번의 회의에서 0.5% 금리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는 광범위한 광범위한 인식이 위원회에 퍼져있다”며 추가 인상을 예고했다.
앞서 연준은 2015~2018년 기준 금리를 높이다가, 2019년 7월부터 다시 금리를 낮췄다. 코로나19 이후인 2020년 3월부터는 사실상 ‘제로(0)’ 금리를 유지한 바 있다.
연준은 금리 인상과 함께 8조9000억달러(약 1경1272조원)에 달하는 대차대조표 축소를 내달 1일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다음달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 300억달러, 주택저당증권(MBS) 175억달러를 매각하고, 이후 3개월동안은 이를 950억달러까지 단계적으로 높일 예정이다. 내달 국채 300억달러, MBS 등 175억달러를 매각하고, 이후 국채와 MBS 각각 600억달러, 350억달러까지 확대한다.
연준은 지난 3월 양적 긴축의 월 상한선을 미 국채 600억달러, MBS 350억달러로 조절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2017~2019년 연준 대차대조표 축소 당시 월 상한선이 최대 500억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양적긴축은 종전보다 2배 가까운 속도인 셈이다.
연준의 이번 조치는 일부 지표가 약화기미를 보이고 있음에도 일자리 등 전반적인 경제 기저가 건실하다는 전제하에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한 고강도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벗어나며 40년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파른 금리 인상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초 1%대에서 4월에는 8.46%까지 올랐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국·유럽의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에 따른 유가 급등 등 추가 상승 압력 요소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 봉쇄 조치에 따른 공급망 문제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 연준의 빅스텝이 시작되고 추가 빅스텝 가능성까지 높아지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도 예상보다 빨라질 전망이다. 미국 기준 금리가 우리나라보다 높아지는 ‘금리 역전’에 따른 투자 자금 유출, 원화 가치 하락 등도 신경써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금융통화위원회가 연내 최소 3차례 정도는 금리를 더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 공급망 차질 등의 영향으로 작년보다 4.8% 오르며,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