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현 대표, 해외사업과 의료기기 전문가···동화약품 의료기기와 화장품에 노하우, 사업 지속 확대
이재준 부사장, 신설 글로벌사업본부 책임···일동제약 미국법인 설립 등 관련 업무 총괄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최근 다른 제약사에서 대표이사를 역임한 후 회사를 옮긴 사례가 발생해 이목을 끈다. 공교롭게도 동아ST 출신 공통점이 있는 한종현 동화약품 대표와 이재준 일동제약 부사장이 새로운 둥지에서 업무 전문성을 살려 매출에 기여할지 주목된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동화약품은 지난달 개최된 정기주주총회에서 한종현 전 동아ST 대표이사 사장을 영입, 대표이사에 선임했다. 이후 동화약품은 유준하 대표이사 부사장과 한종현 대표이사 사장의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유 대표는 회사 OTC(일반의약품) 및 ETC(전문의약품) 부문을 담당한다. 한 대표는 헬스케어 및 의료기기, 화장품 등을 담당, 사업영역에 전문성을 더하고 있다.
1968년생인 한 대표는 연세대학교 보건과학대학 의용공학과와 케이스웨스턴대학교 공과대학원 의용공학과를 졸업했다. 지난 2002년 동아제약 의료기기사업부에 입사한 그는 해외사업부 해외영업팀장과 M.I.Tech 대표이사 사장, 동아쏘시오홀딩스 사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1월에는 동아ST 해외사업부와 의료기기진단사업부 담당 대표이사 사장으로 발탁돼 근무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한 대표는 경력에 나오듯이 해외사업과 의료기기, 화장품, 헬스케어 업무를 맡아왔던 전문가”라며 “동화약품이 그를 영입한 것은 전문성을 최대한 살려 신사업을 개시하고 매출도 늘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동화약품은 창립 후 처음으로 지난 2018년 3066억원 매출을 달성, 3000억원 클럽에 가입한 데 이어 2019년 3072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2020년 2720억원과 2021년 2930억원을 기록하며 3000억원 매출 달성에 실패했다. 이에 신사업 구축과 매출 증대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같은 측면에서 우선 해외사업부터 살펴보면 기존 해외영업팀을 통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매출은 많지 않다. 의료기기 사업의 경우 지난 2020년 7월 정형외과용 척추 임플란트 전문업체 ‘메디쎄이’를 인수했다. 메디쎄이는 지난해 230억원 매출을 달성했다. 현재 iliad와 zenus 등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동화약품은 메디쎄이를 통해 수출 거점을 확보했으며 해외 진출을 위해 노력하는 단계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동화약품은 인수 업체 매출에 만족하지 말고 본사에 의료기기 부서를 구성, 본격 사업을 진행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화장품 사업은 동화약품이 비교적 노하우와 경험을 적지 않게 축적한 분야다. 기존 ‘레다’와 ‘인트린직’, ‘네버세이굿바이’ 등 의료용 화장품을 토대로 지난해 기능성 화장품 ‘후시드크림’을 출시하며 본격 경쟁에 뛰어들었다. 동화약품의 지난해 화장품 매출은 37억원대로 추산된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후시드크림을 담당하는 헬스케어 사업부를 지속 확대하며 신제품 등 신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외 진출 및 헬스케어 분야 확대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힐 단계가 아니다.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동제약도 최근 이재준 전 영진약품 대표이사 사장을 신설한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는 글로벌사업본부장으로 영입했다. 이 전 대표는 부사장 직급을 받았다. 일동제약 글로벌사업본부는 기존 글로벌 사업 개발 분야(BD)와 수출입을 담당하는 해외사업부, 그리고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차원에서 현재 설립을 추진 중인 미국법인 IUIC(ILDONG USA Innovation Center) 등을 아우르게 된다.
회사 측은 완제 및 원료 의약품 수출은 물론 자체 신약 파이프라인에 대한 기술 수출에 본격 드라이브를 건다는 전략이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이전에도 해외사업 관련 조직은 있었지만 이 부사장 영입을 계기로 총 20여명 규모의 글로벌사업본부를 신설했다”며 “신규 사업 개발과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글로벌 라이센스 인아웃 등 글로벌과 관련된 모든 사업이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1966년생인 이 부사장은 미국 AT커니에서 제약과 헬스케어분야 컨설턴트로 재직하고 삼성전자에서 글로벌 마케팅 업무를 수행했다. 이어 지난 2008년 다국적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 입사, 사업개발과 한국 관련 전략분야에서 다수 프로젝트 경험을 쌓았다.
이후 지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동아ST에서 근무하면서 글로벌사업본부장(전무)을 맡아 신약의 기술수출 성과를 달성하는 등 해외사업부문에 두각을 보이며 기술수출 전문가로 평가 받았다. 이어 최근까지 4년간 영진약품 대표이사 사장으로 활동했다. 일동제약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다양한 수익사업을 검토했던 일동제약이 해외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전문가를 영입하고 조직도 확대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결국 동화약품과 일동제약이 다른 제약사 대표 재직 경험을 높게 평가함과 동시에 업무 전문성에 비중을 둬 한 대표와 이 부사장을 각각 영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좁은 업계에서 대표이사 급은 왕래와 교류가 많아 영입이 자연스럽게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며 “핵심은 영입 후 인력과 권한, 그리고 예산을 부여해야 해당 고급인력이 오래 재직하고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