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민 롯데벤처스 대표 발표···“기술·아이디어·인재·자금 성공조건”
“기술전환기, 기술보다 아이디어 중요”···“CVC, 스타트업 육성 촉진”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스타트업이 기술과 아이디어, 인재, 자금력이 갖춰지면 성공할 수 있다.”
전영민 롯데벤처스 대표는 23일 시사저널e 주최로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스타트업포럼2022’ 세션 발표에서 “스타트업은 누가 돈을 대지 않더라도 자금이 공급되는 환경이 구축되면 엄청나게 활성화할 것”이라며 “밴처캐피탈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세계 톱 기업 중 밴처캐피탈로부터 투자받은 회사 비중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기업 환경이 바뀐 것이다.
전 대표는 스티브잡스와 에디슨을 들며 스타트업의 성공 조건을 설명했다. 그는 “스타트업의 성공 조건은 기술적 변동기, 미친 아이디어, 지루함을 못참는 인재와 조직, 용감한 자금”이라며 “연구소 기술만으론 부족하다. 기존 강자를 파괴할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거 미국 골드러시 당시 금광회사가 아닌 리바이스가, 미국 철도혁명시기엔 철도회사가 아닌 록펠라와 시어즈로벅이 돈을 벌었다. PC혁명 때는 IBM이 아닌 그걸 이용한 마이크로소프트가, 인터넷혁명기엔 통신망회사가 아닌 아마존이 수혜를 입었다.
전 대표는 “기술전환기라고 하더라도 기술이 아닌 아이디어가 돈을 번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에 투자할 준비가 돼 있는 밴처캐피탈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대표는 현대 정주영, 삼성 이병철, 롯데 신격호, LG 구인회 등 국내 대기업 창업주를 거론하며 “해방이 되고 전쟁으로 모든게 박살났던 시기 서구에서 새로운 기술과 경영기법이 들어오는 시기, 인재들이 산업에 나올 시기에 밴처캐피탈은 없었지만 대신 정부가 해외에서 자금유치에 적극 나설 시기에 창업을 했다”며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전 대표는 또 “이앙법은 직파법에 비해 인력투입은 5분의 1에 불과하지만 생산량은 2배이다. 하지만 조선은 이앙법을 법으로 금지했다”며 “모내기 하던 시점에 가뭄이 들면 전 국민이 굶을 수밖에 없는 리스크가 존재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조선 후기에 들어서면서 이앙법이 급속도록 보급됐다. 가뭄이 들어도 물을 공급하는 저수지를 확보했기 때문이다”며 “저수지처럼 누가 돈을 대지 않더라도 자금이 공급되는 환경을 구축하면 스타트업은 엄청나게 활성화 될 것이다. 밴처캐피탈이 필요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벤처캐피탈은 외부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조달해 투자하는 회사이다. 그러다보니 외부 금융기관에서 벤처 시장을 부정적으로 보고 펀딩을 하지 않으면 밴처캐피탈은 저수지 역할을 하기 어렵다.
하지만 CVC는 다소 다르다. 전 대표는 “CVC는 롯데같은 대기업에서 자금을 대는 것이다. 대기업은 외부 스타트업에서 일어나는 혁신을 당해낼 수 없기에 스타트업으로부터 혁신을 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CVC는 모기업과 벤처기업 양측의 기술혁신과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대기업과 중견, 중소기업 간 상생 및 벤처기업 육성을 촉진할 수 있는 수단이다.
대기업 입장에선 신규사업모델과 제품 기술 등의 개발에 있어 기업 내부로부터의 한계를 극복하고 보완하기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 기술 사업모델 등을 도입할 수 있는 혁신 프로그램이다. 스타트업 입장에선 자금 투자 외에 기술 및 보완적 자산 마케팅, 유통 채널 경영과 관련한 컨설팅을 제공받을 수 있다.
전 대표는 “롯데의 경우 저수지 역할에 더해 롯대백화점에서 테스트베드를 제공하고 롯데마트에서 물건을 팔아주고 롯데시네마에서 아이디어를 구현할 기회도 도와줄 수 있다”며 CVC로서 롯데벤처스의 역할은 테스트베드를 제공하고 자금 걱정없이 스타트업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벤처스는 국내를 넘어 미국, 베트남, 일본, 인도네시아 등 스타트업의 해외 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 롯데벤처스는 다음달 오픈하고, 베트남도 다음달 한국인이 있는 공동창업자를 유치한다.
전 대표는 “벤처캐피탈은 혁신적 스타트업을 찾는다고 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혁신적 전략을 찾지 않는다”며 “편안하게 창업해 빨리 성장할 환경이 갖춰진다면 어려운 경제 환경을 충분히 돌파할 수 있다. 헬조선이라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자신의 꿈을 충분히 펼쳐나갈 수 있는 인프라 환경을 충분히 만들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고 싶은 국가에 언제든지 갈 수 있도록 전문가들에 사무실도 주고 투자자들이 키우는 대로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든다면 우리 미래는 굉장히 밝아질 것”이라며 “영웅적 창업가가 역사속에만 있어야 하는가”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