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규제 실효성 없어···해외 게임사와 역차별 해소 과제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확률형 아이템 법제화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게임 부문의 첫 번째 공약으로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 정보를 완전히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게임업계는 해외 게임사와의 형평성 문제를 우려한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게임분야 공약으로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완전히 공개를 내세운 바 있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기재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구체적인 사안을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계획이다.
게임 이용자들이 게임사를 직접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단 구상이다. 방송법에 따라 방송사에 설치된 시청자위원회처럼 게임법에 이용자위원회를 만들도록 명시해 직접 감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게임특별위원장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도 포함된 내용이다. 하 의원은 지난해 게임법 개정안을 발의해 대형 게임사 내 ‘게임물이용자위원회’를 설치해 확률형 아이템 등에 대한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견제하고 문제가 발생할 시 시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 매출의 핵심을 차지하며 국내 게임사의 주요 수익 모델로 자리잡았다. 지난 2020년 엔씨소프트가 아이템을 판매해 올린 수익은 2조1455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체 매출(2조4162억원)의 88%에 달한 액수다. 지난해부터 엔씨소프트는 아이템 판매 수익을 별도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확률 정보는 게임사의 자율에 따라 공개됐다. 지난 2015년부터 게임업계는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를 통해 자율규제를 지켜왔다. 그러나 ‘로또 당첨만큼 낮은 확률’이란 비판을 받으며 자정작용에 실패했단 평이 나왔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지난해 관련 기준을 강화했지만, 이용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지난해 초 넥슨 ‘메이플스토리’를 비롯해 게임사들이 운영하는 게임에서 확률을 조작했단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불매운동도 있었다. 넥슨은 지난해 4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메이플스토리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감소했다”고 밝혔다.
현재 여야 양측에서 아이템의 확률정보 공개를 의무화한 게임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지난 2020년 발의 후 진전이 없던 게임법 전부개정안 논의가 지난달 공청회를 계기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당시 공청회에 참석한 여야 의원들은 아이템의 확률 공개를 법으로 규정해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게임 업계에선 규제에 집중된 정책으로 인해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단 우려를 표한다. 특히, 해외 게임사와 역차별 문제도 제기된다. 게임법의 적용을 받는 게임사는 국내 게임사다. 해외에 법인을 둔 게임사는 이를 지키지 않아도 제재 수단이 마땅치 않다. GSOK가 공개하는 자율규제 미준수 게임물 현황을 살펴보면 대부분 중국 등 해외 게임사다.
국내 게임사 관계자는 “우리는 자율규제를 잘 지켜왔기 때문에 법제화를 한다고해도 매출에 크게 영향을 받진 않을 것”이라며 “다만, 확률형 아이템을 사행성으로 보고 규제한다면 게임업계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게임업계 화두로 떠오른 블록체인 및 대체불가토큰(NFT) 등을 활용한 게임과 관련해 진흥 정책이 없단 지적도 나온다. 윤 당선인은 P2E(Play to Earn)게임에 대해 신중해야 한단 입장이다. 앞서 대선 후보 공약집에 P2E게임을 허용하겠다고 명시했지만, 최종본에서 제외했다.
윤 당선인은 확률형 아이템 정보 완전 공개를 비롯해 ▲게임 소액 사기 전담 수사기구 설치 ▲장애인 게임 접근성 불편 해소 ▲e스포츠 지역연고제 도입 ▲전체 이용가 게임 본인인증 폐지 등의 게임 정책을 공약에 포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