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탄소 배출 2019년 수준으로 동결···초과분에 대해선 배출권 구매해야
대한항공, 친환경 항공유·항공기 확대 통해 탄소 배출 감축키로 했으나 비용 부담 커
바이오연료 혼합 비율 2%만 돼도 40억원 추가 비용 발생···2050년엔 수천억원 예상

/사진=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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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대한항공이 코로나19에 이어 ‘탄소 중립’이라는 큰 숙제에 직면하게 됐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위기에서도 화물 운송을 통해 흑자를 내며 나름 선방했으나, 향후에는 탄소 배출 감소를 위한 준비 작업에 돌입해야 한다.

전세계적으로 친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주요 국가들이 ‘탄소 제로(0)' 시대를 선언한 가운데, 항공업계는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비용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항공업계 탄소 중립 성장을 위해 탄소규제 정책인 ‘CORSIA’를 적용하고 있다. 현재 항공기 운항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전 세계 배출량의 2~3% 수준이다.

이에 따라 전세계 항공사들은 국제항공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수준으로 동결하고 초과한 배출량에 대해서는 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도 오는 2050년까지 항공사들의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기로 합의했다.

정책 시작 이후 이듬해인 2020년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여객 운송이 급감해 탄소 배출 문제는 당시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됐지만, 추후 포스트코로나를 맞아 항공 여객이 급격히 늘어날 경우 이에 따른 탄소 배출 규제 문제가 경영 정상화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이에 따라 친환경 항공기 도입, 친환경 기술 개발, 지속가능한 항공유 도입 등을 통해 탄소 배출을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로 인한 비용 부담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당장 효과적인 것은 항공유 교체다. 바이오매스에서 추출한 바이오연료(SAF)는 기존 화석연료 보다 최대 80% 상당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국, 유럽 등 일부 항공사에서 SAF를 사용하고 있으며 대한항공도 2017년부터 SAF를 도입했다. 전세계적으로도 SAF를 통한 탄소 감축을 권장하고 있으며, 유럽은 2025년부터 EU 출발항공편 대상 SAF 혼합비율을 2%까지 늘려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SAF의 경우 기존 항공유 대비 가격이 3배가량 더 높다. 대한항공이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SAF를 2% 혼합해 사용할 경우 338만7152달러(약 40억6000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은 2030년 5%, 2035년 20%, 2040년 32%, 2050년 63% 등 계속해서 SAF 비율을 늘려나갈 계획이며, 이에 따라 대한항공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연료비만 연간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친환경 항공기 도입의 경우, 항공기 1대당 비용이 높기 때문에 교체 비용이 상당하다. 앞서 대한항공은 탄소배출이 줄어든 신규 항공기인 보잉사의 787-9 10대, 787-10 10대 등 총 20대를 도입하기로 했으며 20대 구매 비용만 7조4000억원에 달한다. 787-10의 연료 효율성은 구형 항공기인 보잉 777-200 대비 25% 개선됐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시스템 ‘에어포털’에 따르면 현재 대한항공이 보유한 항공기는 163대다. 대한항공의 경우 평균 기령(항공기 나이)이 10.5년 수준으로 20년 안팎인 해외 항공사들보다는 낮지만, 결국 탄소 배출량이 적은 항공기로 순차적으로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당초 신규 항공기 투자를 2025년에 마치려고 했으나,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항공기 제조사의 제작 지연과 여객 감소 등으로 인해 투자 종료 기간을 2027년으로 2년 더 연장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탄소 배출 감소를 위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2020년 이사회 내 ESG 위원회를 신설해 ESG를 중심으로 회사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또 지난해에는 현대오일뱅크와 바이오항공유 제조 및 사용 기반 조성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데 이어, SK에너지로부터 탄소중립항공유를 구매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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