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내정자 사임했지만 주가 빠져···시장 신뢰 잃었다
카카오 내부 “컨트롤 타워 부재” 비판···내부 규정 마련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가운데)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한국소비자원·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가운데) 지난해 열린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류영준 카카오 대표 내정자가 스스로 물러나면서 카카오 리더십이 휘청거렸다. 카카오페이가 촉발한 논란이 그룹 차원 위기로 번졌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류 대표의 사퇴 의사에도 불구하고, 카카오 주가가 하락했다. 이날 기준 카카오는 장중 9만5100원까지 떨어지면서 10만원 선이 붕괴됐다. 새해 들어 카카오 시총은 50조2000억원에서 43조1000억원으로 7조1000억원 빠졌다.  

◇기관·직원 의무 보유하는 동안···고점에서 팔아 

개인투자자는 물론 투자시장 외면 가능성도 거론된다. 문제는 류 대표가 카카오페이  상장 한 달 만에 스톡옵션을 행사한 점이다. 지난달 류 대표가 매매한 주식은 23만주로, 약 458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렸다. 매매 시점 역시 카카오페이가 코스닥 200에 진입한 시점으로 고점에 팔았다는 신호를 주기 충분했다. 카카오가 조직쇄신 차원에서 류 대표를 내정했지만, 오히려 ‘도덕적 해이’란 비판이 이어졌다. 

기관투자자들이나 일반 직원들의 보호예수기간 매각했단 점도 비판의 대상이다. 상장할 때 공모주를 배당받은 기관투자자들은 물량의 60%가량을 일정 기간 보유해야 하는 의무보유기간을 지켜야 한다. 우리사주조합 역시 1년간의 보호매수로 팔지 못하는 상황이다. 대표가 마치 주가가 오를 때 빠져나온 모양새가 된 것이다.

박경서 고려대 교수는 “경영자는 선량한 관리자로서 보유한 주식을 사고팔 때 향후 주가나  주주의 관점에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면서 “플랫폼 기반으로 한 기술주는 고평가됐다는 의견이 있는데, 내부자가 다량으로 매도했다는 것은 이런 우려를 실현한 것”이라며 사퇴가 당연하다고 평가했다.

카카오페이는 이해상충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전문가의 시각이다. 이해 상충에 해당하지 않은 다른 경영진 7명도 동시에 주식을 팔았기 때문이다. 

김우진 서울대 교수는 “(이해상충이란 이유는)말이 안된다”면서 “대표가 상장하자마자 판다는 것은 주가가 더 오르지 않을 거라는 메시지다. 투자시장에서 외면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최대주주 및 내부 인사가 취득한 주식을 제한 없이 내다 파는 것을 막기 위해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내부에선 리더십, 당국에선 제도 보완 움직임

한국거래소는 3일 오전8시50분부터 서울사옥에서 카카오페이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식을 개최했다.
카카오페이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식./ 사진=시사저널e DB

향후 류 대표의 거취도 주목된다. 류 대표의 임기는 오는 3월까지다. 카카오페이 대표 연임은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류 대표의 후임자인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내정자 역시 ‘먹튀’ 논란 경영진 중 한 명으로 당시 3만주(약 60억원)를 매각했다. 아직까진 신 대표 내정자의 거취에 대한 논의는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선 한 명의 사퇴에서 그치는 게 아닌 전반적인 리더십 교체를 통해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카카오는 “주주가치 제고와 임직원의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내부 논의와 절차를 거쳐 확정되는 대로 추후 재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음 이사회가 열리는 3월 이전에 발표가 날 것으로 보인다. 

류 대표는 카카오페이 외의 직책을 맡지 않고 있다. 카카오그룹을 떠난다면 그가 보유한 스톡옵션을 모두 행사할지 여부도 지켜볼 부분이다. 그는 앞서 이해상충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올해 상반기 보유한 스톡옵션을 모두 행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카카오페이 등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카카오페이 사태가 그룹사 전체의 문제로 퍼지면서 내부에선 공동체 전반의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향후 수익모델을 고민하기 전에 공동체를 이끄는 리더십 정비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카카오 노조는 “지난 한 달간 본사의 컨트롤타워는 작동하지 않았고, 위기 대응에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또 “향후 유사 사례 방지를 위해 ‘상장 시 일정 기간 임원진의 매도 제한 규정 신설’ 및 ‘선량한 관리자 주의 의무 강화를 위한 내부 점검 프로세스 강화’ 등 예방 대책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경영대 교수는 “그룹사에서 용인했든 뒤늦게 알았든 둘 다 문제”라며 “단순히 법적 문제가 없기 때문에 매각을 결정했을 텐데, 지금과 같은 사달이 날지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카카오가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상장 준비 중인 자회사가 많은 만큼  경영진의 주식 매각 관련 규정이 마련될 전망이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지난 10일 사내 공지를 통해 “실망을 드려 죄송하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가이드라인 정비 등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금융당국 차원에서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거래소는 신규 상장기업의 스톡옵션 행사를 일정 기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관휘 서울대 교수는 “내부자들이 한꺼번에 팔고 나갔는데, 이게 가능했다는 게 문제”라며 “국내 보호예수제도를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상장사는 경영진의 스톡옵션에  보호예수를 걸지만, 카카오페이는 스톡옵션과 관련해 보호예수 조항을 걸지 않았다. 다만, 우리사주조합 주식에는 1년간의 보호예수 기간을 설정했다. 

김 교수는 “일반 주주의 피해를 볼 수 있는데도 경영진이 주식을 제한 없이 파는 것이 문제다”라며 “미국에선 대규모 물량을 매각하기 위해 신고서 작성 등 기준을 갖춰야 하며 물량도 제한돼 있다”며 일반 투자자 보호 제도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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