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 최현만 회장 체제 첫해···전문경영인 회장 추가 전망
박현주, 전문경영인 승계 선언···지배구조개편 과제는 현재 진행형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회장/제공=미래에셋증권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회장/제공=미래에셋증권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전문경영인 회장 체제 첫해를 맞는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지난해말 최현만 수석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시키며 향후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이 미래에셋그룹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미래에셋그룹 계열사가 각자도생해야 한다는 것이 박 회장의 뜻이다. 이를 위해 미래에셋그룹은 지난해말 대대적인 세대교체 인사를 실시하며 젊은 인재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조만간 다른 계열사에서도 전문경영인 회장을 배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셋그룹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안착하는 과정에서 박 회장 일가의 가족회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을 정점으로 하는 지배구조에 대한 논란이 사그라질지도 주목된다. 미래에셋그룹 지배구조는 그동안 일감몰아주기 논란과 얽히며 오너 경영을 상징하는 징표로 받아들여졌다.

◇ 미래에셋, 전문경영인 회장 체제 안착할까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말 인사에서 최현만 회장 승진은 박현주 회장의 경영 은퇴 이후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 과정이다.

그동안 박 회장은 1958년생으로 65세를 전후해 은퇴하겠다고 공언해왔다. 박 회장은 은퇴를 1~2년 앞두고 1997년 자신과 함께 미래에셋을 창업한 ‘동지’를 회장으로 선임하면서 향후 미래에셋그룹은 전문경영인이 회장에 오를 수 있는 회사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 회장은 최 회장 승진과 더불어 전문경영인들이 각 계열사별로 회사를 이끌어 가는 각자도생 형태의 역동적 기업 문화를 만들고 성과 중심의 수평적 조직 문화를 강화하겠다는 뜻도 강조했다.

미래에셋그룹은 지난해말 대대적인 세대교체 인사도 실시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는 1969년생인 최창훈 사장이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미래에셋벤처투자에서는 1968년생인 김응석 대표가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각 부문대표에서도 젊은 피들이 대거 수혈됐다. 대표 계열사인 미래에셋증권은 1981년생인 김연추 파생부문 대표선임 등 13개 부문 대표를 교체했고 부문대표 평균연령도 기존 54세에서 50세로 낮췄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역시 1976년생 신동철 해외부동산부문 대표와 1977년생인 김남기 상장지수펀드(ETF)운용부문 대표 등이 대거 승진했다. 

미래에셋그룹은 향후 전문경영인들이 장기 집권하는 것을 막고 세대교체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대표이사 정년제도 도입할 예정이다. 이는 박 회장이 강조하는 ‘의자론’에 따른 것이다. 공원의 벤치처럼 미래에셋그룹 자리는 그 어느 개인의 자리가 될 수 없다는 지론이다.

박 회장이 미래에셋그룹의 전문경영인 제도를 구체적으로 계획하기 시작한 시기는 지난 2018년 5월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글로벌경영전략고문으로 자리를 옮길 때부터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회장은 2019년 3월 임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결정할 때 쉽지만은 않았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미국 상장지수펀드 운용사 '글로벌 X'를 인수한 이후 가장 잘한 결정이라고 스스로 평가한다”며 “전략적인 사고를 갖고 좋은 회사를 만들어 후대 경영인들에게 글로벌 미래에셋을 물려줄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 지배구조개편은 현재진행형

박현주 회장은 1남 2녀를 두고 있지만 오래전부터 경영권을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고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박 회장의 장녀인 하민 씨가 2013년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법인에서 근무하자 일각에서는 경영승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미래에셋그룹은 이를 부인했고 하민 씨는 2년 만에 퇴사했다. 차녀 은민씨와 장남 준범씨 역시 미래에셋그룹 근무경력이 없다.

박 회장이 경영승계에 대한 뜻이 없음을 강조하고 있지만 오너일가가 미래에셋그룹 경영에 개입하지 않으려면 미래에셋그룹의 지배구조에 대한 의구심을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그치지 않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박 회장 일가가 지분 91.86%를 가지고 있는 미래에셋컨설팅을 정점으로 미래에셋컨설팅→미래에셋캐피탈→미래에셋증권→미래에셋생명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에 박 회장과 미래에셋컨설팅, 미래에셋캐피탈이 각 계열사 지분을 추가로 보유하고 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일감몰아주기 논란과 관련해 잡음이 그치지 않고 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골프장과 포시즌스호텔을 운영하고 있고 자회사인 YKD는 전남 경도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2017년 공정거래위원회는 미래에셋그룹 계열사가 미래에셋컨설팅이 운영하는 골프장과 포시즌스호텔에 일감을 몰아줬다며 조사에 들어갔고 미래에셋증권의 발행어음 인가를 3년 동안 막기도 했다.

2020년 공정위가 검찰 고발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한숨 돌렸나 싶더니 지난해 7월 중소벤처기업부가 다시 고발 요청권을 행사하면서 결국 8월 공정위는 검찰에 고발했고 지난해말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생명은 검찰에 약식기소됐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발표하는 ‘상장기업의 ESG 평가 및 등급’에서 미래에셋증권은 2020년 통합 A등급이었지만 지난해에는 B+로 한 단계 강등되기도 했다. 미래에셋증권의 환경은 A등급, 사회는 A+등급이지만 지배구조가 B등급을 받았다.

지난해부터 미래에셋그룹은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미래에셋컨설팅의 자회사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오너일가 가족회사의 자회사 가운데 지분이 50% 이상인 회사에 대해서도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컨설팅의 100% 자회사였던 미래에셋펀드서비스는 지난해 6월 인적분할을 통해 미래에셋그룹 계열사 지분을 가진 투자회사 ‘미래에셋매니지먼트’와 펀드 일반사무관리업무만을 담당하는 사무수탁회사 ‘미래에셋펀드서비스’로 분사했고 미래에셋펀드서비스 지분 60%는 PTA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했다. 미래에셋그룹의 광고대행사인 브랜드무브는 지난해 10월 모회사인 미래에셋컨설팅에 흡수합병됐다.

미래에셋그룹을 향한 마지막 지배구조개편 압박은 지주사 전환이다. 하지만 박 회장은 지주사 전환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주사 전환을 위해서는 금융지주사가 상장 자회사 지분을 30%이상, 비상장사는 50% 이상을 확보해야 하기에 미래에셋그룹 자금력에 부담을 준다. 인수합병을 할 때마다 일일이 당국에 승인도 받아야한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미래에셋그룹이 금융지주사가 되면 호텔과 골프장 등 비금융사를 영위할 수 없다”며 “금융지주사 체제에서 비금융사업을 영위하려면 오너가 따로 지배해야 하는데 자금도 많이 들고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글로벌 비즈니스와 투자를 하려면 투명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해야하기 때문에 각 계열사가 독립적으로 경영을 하는 것이 효율적" 이라며 "미래에셋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보다 강화해서 각사의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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