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개발 청사진 나온 후 5년째 표류
1~5구역 신속통합기획 참여 가닥
서울시, 지구단위계획·정비계획 절차 병행

/ 그래픽=시사저널e DB
/ 그래픽=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대한민국 전통 부촌으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이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부활의 날갯짓을 펴는 모양새다. 준공 반세기를 맞은 압구정동 아파트 단지들은 6개 특별계획구역으로 나눠 재건축 사업을 추진해 왔다. 그동안 정부의 규제로 속도가 더뎠지만 3구역을 필두로 1·2·4·5구역이 잇따라 신속통합기획 참여를 확정 지으면서 속도를 낼 전망이다.

3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신속통합기획을 가장 먼저 신청한 곳은 3구역이다. 3구역은 한강변을 따라 배치된 압구정 6개 구역에서 중앙에 있으며 면적(36만187㎡)이 가장 커 대장주로 꼽힌다. 4065가구 규모로 가구 수도 가장 많다. 3구역 신청 이후 2·5단지에 이어 1구역도 신청서를 제출했다. 4구역도 조만간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6구역은 신속통합기획 적용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6구역 소속 단지 중 유일하게 조합이 설립된 한양7차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조합 해산을 검토한 뒤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압구정동 아파트 단지 재건축 사업은 2016년 10월 서울시에 의해 ‘압구정 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이란 이름으로 개발 청사진이 나온 상태다. 지구단위계획은 아파트 단지들이 재건축 정비사업 계획을 수립하기 전 마련하는 상위계획이다. 24개 단지가 6개 특별계획구역으로 나눠 재건축을 진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각 구역은 ▲1구역(미성 1·2차) ▲2구역(현대 9·11·12차) ▲3구역(현대 1~7차, 현대 10·13·14차, 대림빌라트) ▲4구역(현대8차, 한양3·4·6차) ▲5구역(한양 1·2차) ▲6구역(한양 5·7·8차)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 단지는 준공 40~50여년차를 맞아 재건축 연한을 충족했다. 하지만 2017년 11월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지구단위계획이 보류된 이후 5년째 진전이 없었다.

주춤했던 압구정 재건축은 신속통합기획을 만나 물꼬가 트인 모양새다. 신속통합기획은 민간 주도 개발에 공공이 정비계획 수립 초기 단계부터 각종 계획과 절차를 지원하는 제도다. 오 시장이 취임한 뒤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기 위해 고안됐다. 인허가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게 최대 강점이다. 신속통합기획 적용 시 정비구역 지정 절차는 5년에서 2년으로 단축된다. 사업시행인가 통합심의 기간도 1년 6개월에서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 층수 규제 완화 등의 인센티브도 받는다. 정부가 주도하는 공공개발보다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비결이다.

현재 신속통합기획이 본격화된 곳은 2·3·5구역이다. 서울시는 지난 30일 신속통합기획을 통한 재개발·재건축과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신청을 마친 세 구역을 포함해 신반포2차, 서초진흥 등 5곳에서 내년 초 신속통합기획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신속통합기획안이 마련되기 위해선 통상 6개월 내외의 기간이 소요되며 이후 정비계획이 입안되면 도시계획위원회 특별분과, 건축·교통·환경 통합심의 등을 거쳐 사업계획이 확정된다.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이 마무리되는 대로 지구단위계획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인 정비계획안도 아닌데 도시계획적 플랜(지구단위계획)만 발표하면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로 압구정 일대 재건축 기대감이 커지면서 아파트값은 상승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현대2차 전용 160㎡가 이달 18일 60억2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달성했다. 앞서 한양6차 전용 106㎡도 지난달 35억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과 함께 지구단위계획, 정비계획결정 절차를 병행 추진한다. 이후 단지별 신속통합기획이 완료되면 지구단위계획과 정비계획을 차례대로 결정할 계획이다. 대단지라도 지구단위계획을 결정 고시한 이후 1년 이내에 정비계획이 결정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업계에서는 압구정 재건축 사업이 일부 조합원들의 의견 불일치와 초과이익 환수제, 분양가 상한제 등의 요인으로 실제 진행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한강변 입지, 건물 노후화 등 재건축 추진 가능성이 높은 요소를 두루 갖춘 만큼 사업 기대감은 유효할 것으로 내다봤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 단지들은 남쪽 한강변 라인을 따라 위치한 입지 덕분에 재건축 사업이 진행될수록 그 가치가 단계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며 “사업 완료 후의 가치가 더 높게 평가되는 되는 만큼 각종 걸림돌에도 강남 최고의 입지에 입성하기 위한 수요자들의 관심은 여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