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내주 기업결합심사 보고서 발송 예정
기업 측 의견 수렴 거쳐 전원회의 내년 열려, 결과는 해 넘겨야
운수권 배분, 슬롯 축소 등 조건부 승인 가능성 나와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가 독과점 이슈 탓에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다음 주 심사에 대한 윤곽이 어느 정도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내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M&A)과 관련된 심사보고서를 기업 측에 발송할 예정인 까닭이다. 다만 의결 기구인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가 올해 열리지 못하는 만큼, 최종 결론은 해를 넘기게 됐다.

26일 공정거래위원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다음 주(12월 27~31일) 중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간 인수합병(M&A)과 관련해 심사 보고서를 기업 측에 발송한다. 공정위는 심사 결과에 대한 기업 측 의견을 수렴한 후 전원회의를 열어 최종 결론을 낸다. 다만 기업 측의 의견 수렴 과정 등 시간이 필요한 만큼, 최종 결론은 내년에 나오게 된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했다. 이후 올해 1월 공정위를 포함 14개 국가에 기업결합 심사 신청을 했다. 그러나 시장 독과점 이슈가 나오면서 심사가 길어지고 있는 상태다. 현재 대만·터키·태국·필리핀·베트남·말레이시아 등 국가에는 승인을 받았고 한국과 미국, EU(유럽연합) 등에서 심사가 진행 중이다.

공정위가 내주 심사 보고서를 발송키로 하면서 심사 결과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일각에서는 기업결합을 승인하는 대신 두 항공사의 운수권(정부가 자국 항공사에 배분하는 운항권리)을 회수해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에 재분배하는 조건을 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경우 국내 특정 항공사의 노선 독과점 이슈가 일부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시 일부 지역 노선 독과점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국내에서 유일한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결합할 경우, 이들이 일부 중단거리 노선과 다수의 장거리 노선을 경쟁없이 운항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실제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운항하는 총 143개 국제노선 가운데 양사 통합 시 국내 시장 점유율이 50% 이상이 되는 노선은 32개에 달한다. 대표적으로 인천에서 출발해 LA·뉴욕·시카고·바르셀로나·시드니·팔라우·프놈펜으로 향하는 7개 노선의 경우 두 회사 점유율이 100%에 해당한다.

그러나 운수권 회수 및 배분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공항 슬롯(이착륙 허용 능력) 축소나 운항 횟수 제한 등 다른 조건부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제외하면 기업 규모가 작고 장거리 운항 경험이 적은 LCC가 대다수여서 당장 해당 노선을 운항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도 공정위의 운수권 회수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대한항공은 통합을 위해 기존 노선을 포기한다면 노선 축소로 인한 경쟁력 훼손과 인력 구조조정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통합을 통한 시너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운수권 조정은 악수라는 업계 안팎의 주장도 있다. 

공정위가 조건부 승인 결론을 내더라도 모든 합병 절차가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향후 두 회사의 M&A 결과에 관심이 모인다. 미주와 중국, EU 등 주요시장 경쟁당국이 승인 조건으로 핵심노선 매각을 요구하거나 불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공정위는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간 합병에 대해서도 다음 주 심사보고서를 발송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9년 초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후 한국 공정위를 포함해 EU와 중국, 일본, 싱가포르, 카자흐스탄 경쟁당국에 기업결합 심사를 요청한 바 있다. 중국, 카자흐스탄, 싱가포르는 이미 승인 결정을 내렸고 현재 한국, EU, 일본의 결정만 남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 / 사진=연합뉴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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