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QD-OLED 수량 적어 LGD와 협력 가능성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에서 액정표시장치(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패널을 공급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내년에 OLED TV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는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로 거래선을 넓혀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의 부족한 OLED 물량을 채울 것으로 보인다.

LCD 시장은 하향세를 보이고 있어 OLED 부문에서 기술력이 검증된 LG디스플레이와의 동맹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삼성전자와 BOE 등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와의 협력은 약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17일 디스플레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에서 LCD TV 패널 500만대, OLED TV 패널 200만대 등 총 700만대를 공급받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이에 대해 부인하고 있지만, 업계는 양사가 계약을 맺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시장 환경을 감안할 때,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를 배제하고 비즈니스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삼성디스플레이의 LCD 생산라인은 내년에 대부분 셧다운된다. LCD를 외부에서 수급해야 하는데, 하이엔드 제품 품질이 높은 LG디스플레이로부터 LCD를 받는 시나리오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OLED 같은 경우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달부터 퀀텀닷(QD)-OLED 양산에 돌입했지만, 생산 가능한 TV 수량은 연간 기준 100만대 정도다. 수율도 순익분기점인 60%에 아직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OLED TV 물량 확보와 신제품 라인업 확대를 위해 LG디스플레이와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OLED TV. /이미지=LG전자
LG전자 OLED TV. /이미지=LG전자

양사의 협력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LCD TV 시장이 축소된 가운데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와의 계약을 통해 차세대 패널인 OLED를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다. LCD 시장에서 완전히 발을 뺄 수도 없는 과도기적 상황이어서 LCD 패널까지 제공받으면 공급처를 LG디스플레이와 중국업체로 다변화할 수 있단 장점도 있다. LG디스플레이도 고객사 확대와 매출 증대 효과를 볼 수 있어 상호 윈윈(Win-Win)이란 평가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양사가 계약을 맺으면 기간은 3년 정도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삼성의 차세대 디스플레이 개발이 언제 마무리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3년 정도는 이어질 것 같다”며 “회사 이익을 낼 수 있다면 사업 파트너로 서로를 배제할 이유는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현재 삼성이 캐파(CAPA·생산력)를 확장할 계획이 없다. OLED 시장에서 LG전자나 소니와 경쟁하려면 물량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LG디스플레이 물량이 계속 늘어날 것이다. 양사 협력은 장기화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경우 BOE 등 중국 패널 업체들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단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LCD 패널 가운데 약 70%를 BOE, CSOT, AUO 등 중화권 업체에서 제공받는다. 삼성전자의 연간 TV 생산량 4500만대의 10%가 넘는 LCD 패널 500만대를 LG디스플레이에서 사들이면 중국 업체 의존도는 그만큼 낮아진다. BOE 등에서 공급받는 제품은 중저가 패널이어서 공급량에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LCD 시장 자체가 위축되고 있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국 업체와의 협력 강도는 낮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에서 중국 물량을 줄이기 시작하면 중국 업체들은 비상이 걸린다. 이미 생산력을 확보한 상황인데, 공급 물량이 줄어들면 패널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협력으로 가는 삼성과 LG의 전략 변화는 디스플레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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