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간 협력, ‘윈윈’ 가능하다면 더 많아져야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삼성과 LG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패널 분야에서 손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에서 OLED TV 패널을 공급받는 이른바 ‘OLED 동맹’ 시나리오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3년 정도의 장기 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협력설은 구체화되고 있다. 오창호 LG디스플레이 대형사업부장 부사장은 지난달 차세대 TV 패널을 공개한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협력설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아직 말씀드릴 수 있는 단계가 아니고 고객사와 관련해 언급할 수 없다”면서도 “조만간 결정이 돼서 발표하지 않을까 한다”고 여지를 남겼다.

삼성과 LG의 OLED 동맹 가능성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꾸준히 제기됐지만, 재계 라이벌인데다 TV 사업의 최대 경쟁자여서 현실화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또 양사는 OLED TV 시장에서 치열한 신경전을 펼친 악연도 있다. LG전자가 삼성의 TV 품질이 떨어진다고 지적하자 삼성전자는 소비자 반응이 중요하다면서 LG의 주력 제품인 OLED TV 사업은 “하지 않는다”고 응수한 바 있다.

그러나 상호 견제보다 OLED 동맹 실익이 더 크다는 판단이 양사를 협력으로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올해부터 OLED TV 사업에 뛰어드는 삼성전자는 기술력이 검증된 LG디스플레이 패널을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다. LG디스플레이도 거래선 다변화를 통한 매출 확대와 OLED 생태계 확장 측면에서 이점이란 평가가 나온다. 

사실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기업에게는 영원한 동지도, 맞수도 없다. 회사의 실리를 챙길 수 있다면 다른 업체와 제휴할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언제든 결별할 수 있다. 특히 TV 분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보복 소비 특수 효과가 끝나면서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었고, 디스플레이 부문도 중국 업체들이 부상하면서 국내 기업을 위협하고 있다. 협력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들의 협력은 타분야로도 확대될 필요성이 있다. TV와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반도체와 스마트폰, 자동차 등 제조업 전반의 대외 여건은 녹록지 않다. 코로나19와 부품 공급난 장기화, 공급망 병목 현상, 가속화되는 인플레이션 등의 요인이 중첩되면서 글로벌 불확실성은 심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기업간 협력 모델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차량용 반도체 분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양사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안정 대책을 모색하는 수준으로 소통하고 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6대 기업 총수들과의 오찬 회동에서 더 긴밀한 협력을 주문하면서 현대차가 반도체를 설계하고, 삼성전자가 위탁 생산하는 방식의 장기적인 동맹 기반이 조성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구체적인 협력 내용이 마련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협력을 통해 양사가 상호 윈윈(Win-Win)할 수 방안을 찾을 수 있다면 이는 긍정적인 일이다. 2022년 새해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전방위적인 협력이 이뤄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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