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이래 첫 노조 총파업에 위기관리 능력 시험대 올라
노조 파업 마무리 지을 경우 리더십 입증으로 그룹내 입지 굳힐 가능성도
미래 성장 동력 위한 신사업 추진···타이어 업계 한계 벗어나 신수익 창출 기대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 사장이 경영능력 시험대에 올랐다.
한국타이어는 최근 물류대란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외부 요인에 더해 노동조합 파업까지 장기화되며 악재가 겹치고 있다. 동시에 한국타이어와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는 자율주행차 핵심 기술 보유 기업을 인수하며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이한 가운데 조현범 사장의 경영능력 여하에 따라 한국타이어 미래 성장에 중대 국면이 될 수 있는 시점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 노조는 지난달 24일부터 2주 이상 총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대전, 금산 공장이 가동 중단에 들어간 상태다.
총파업 이유는 임금 인상률 때문이다. 노사는 지난 8월부터 임금 교섭을 진행했으나, 인상률에서 견해차가 발생하며 임단협이 결렬됐다. 노조는 최근 5년 동안 임금 인상률이 2~3% 수준이었으며, 작년에는 동결까지 한만큼 올해에는 10% 인상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사측은 5% 인상과 성과급 500만원을 제시했다.
한국타이어는 1962년 창립 이후 50년 가까이 총파업을 실시한 적 없으며 이번이 첫 총파업이다. 이에 따라 조현범 사장의 리더십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아직까지 형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부회장과 그룹 경영권 분쟁이 끝나지 않은 가운데, 조 사장이 이번 총파업을 조속한 시일 내 끝내고 노조와 상생 체제를 구축할 경우 그룹내 입지가 더욱 굳건해질 전망이다.
다만 노조와 협상은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노조 측 요구대로 임금을 올려주면 갈등이 마무리되겠으나, 최근 외부 요인들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선택지다. 최근 타이어업계는 물류대란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내년 실적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수출 컨테이너 2TEU(40피트 표준 컨테이너 1대분)당 평균 운임가격은 1139만원(미국 서부 기준)으로 지난 2019년 1월(323만원)과 비교해 3배 이상 올랐다. 또한 타이어 필수 소재인 천연고무 가격은 지난 3분기 톤당 2037달러로 작년 대비 80% 가까이 상승했다.
또한 전세계 완성차 기업들이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로 인해 생산량을 줄이면서, 덩달아 타이어 판매도 감소하는 추세다.
국내 통계청 및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자동차 생산량은 7771만대를 기록했으나 올해는 7500만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자동의 경우 연초 판매 목표를 416만대로 잡았으나, 반도체 부족 사태로 인한 생산 차질 영향으로 올해 1~11월 기준 355만대 수준에 그쳤다.
노조 리스크는 위험 요소이나, 반대로 호재도 있다.
지난달 한국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는 캐나다 프리사이슬리 마이크로테크놀로지 지분 약 60%를 2045억원에 공동으로 인수했다. 프리사이슬리는 5G 광통신 네트워크, 자율주행솔루션, 의료영상장비, 메타버스, 항공우주 정보통신용 부품으로 활용되는 광학MEMS(미세전자기계시스템) 설계 전문기업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프리사이슬리는 광통신 부품 시장 외에도 자율주행 차량 라이다(LiDAR) 센서용 솔루션 및 부품 확대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신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향후 회사 중장기 포트폴리오인 ‘S.T.R.E.A.M’을 기반으로 미래 성장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S.T.R.E.A.M은 ▲친환경 배터리·신재생 에너지(Smart Energy) ▲타이어·관련 핵심 산업(Tire & Core biz) ▲미래 신기술 활용 사업 다각화(Rising Tech) ▲전동·전장화 부품, 기술, 솔루션(Electrification) ▲로봇·물류 등 자동화 및 효율화(Automation) ▲모빌리티 산업 전반(Mobility) 등 그룹의 향후 핵심 진출 분야를 뜻한다.
한국타이어가 신사업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타이어 업계의 구조적 한계와도 맞물려 있다. 타이어 업계의 경우 전세계적으로 자동차 산업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더 이상 물량을 늘릴 수 없는 구조다. 또한 부품산업 특성상 완성차 기업들과 종속 관계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수익을 높이기 쉽지 않다.
반면 자율주행 시장의 경우 향후 전기차 시대 전환과 함께 완성차 업계에서 최근 가장 힘을 주고 있는 분야 중 하나로, 다양한 산업군과 협업해 고속 성장이 예상된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업체 KPMG에 따르면 전세계 자율주행차 시장은 지난해 71억달러(약 8조3300억원) 수준에서 2035년에는 1조1204억달러(약 1314조원)로 연평균 41%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시장 또한 지난해 1509억원에서 2035년에는 26조1794억원으로 연평균 40% 가까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