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경쟁사들, 항공기 늘리는 등 여행수요 대비에 안간힘···합병 지연 시 ‘포스트 코로나’ 대응 지체될 우려
다른 경쟁당국 심사도 덩달아 지연되게 할 수 있어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키로 한 지 반 년도 넘게 지났지만 공정거래위원회로 공이 넘어가면서 지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선 절차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회사 경쟁력 제고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공정위 기업결합심사는 쉽게 말해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결합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를 뜻한다. 합병 결과 심각한 시장 독과점 문제 등이 우려될 경우 승인을 허가하지 않을 수 있다.
문제는 이 심사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기업에겐 손해가 된다. 의사결정을 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과거 박근혜 정권 시절 CJ헬로비전과 SK텔레콤의 합병은 무려 200일이 넘도록 심사를 끌어 두 기업에게 타격이 됐다. 두 기업은 결국 합병에 실패한 바 있다.
업계에선 이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과 관련해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매물로 나온 이후 SK, 한화 등 대기업들이 인수에 나설 것이란 추측들이 난무했으나 모두 낭설에 가까운 이야기로 끝났다.
당시 거론됐던 기업들 관계자는 모두 하나같이 “별 시너지를 기대할 수 없고 다른 부문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전했다. 그러다 대한항공이 나서게 됐고 항공업계 빅뱅에 시선이 쏠렸다. 그런데 키를 쥔 공정위에서 진도가 나가지 않는 상황이다.
두 회사 합병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양사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업계에 따르면 다른 국가들이 기업결합승인에 쉽게 나서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글로벌 기업 결합은 기본적으로 영향을 받는 국가들의 기업결합심사도 받아야 하는데, 모국에서조차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면 다른 곳들도 선뜻 나서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타국인 말레이시아에선 두 회사의 결합심사를 승인한 바 있다.
또 하나는 시장 대응이 늦어진다는 점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 세계 항공사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몰려들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다지기 작업을 하고 있다”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 역시 빨리 합병 문제 결론을 짓고 이에 대비해야 할 판인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백신접종률이 높아지고 해외여행이 풀리게 될 경우에 대비해 글로벌 항공사들은 저마다 준비작업에 한창이다. 예를 들어 미국 델타항공의 경우 신규 항공기 36대를 도입하며 수요 회복 대응에 나섰다. 대한항공의 경우 합병심사가 뒤늦게 마무리되다 보면 합병 후 전열정비에 시간을 보내게 되고 결국 뒤쳐지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자 급기야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도 입을 열었다. 그는 13일 취입 4주년 기념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항공산업은 국내 경쟁이 아니라, 글로벌 기업간의 사활이 걸린 경쟁”이라며 “EU 경쟁당국이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빅테크를 규제한다 하면 미국 당국이 보호하고 나서는데, 우린 다른 곳 하는 것 보고 기다리는 것 같아서 좀 섭섭하고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어차피 합병해도 해외 항공사들과 경쟁해야 하는 운명인 만큼, 독과점 우려에 대해서도 다른 산업과 차별화해 들여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세계 10위권 항공사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