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통합항공사 독과점 우려에 운수권 재배분 검토
중장거리 노선 취항 가능한 티웨이항공·에어프레미아 수혜 입을 듯
일각선 외항사에 더 많은 혜택 갈 수 있다는 지적도

/ 사진=김은실 디자이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운수권 재배분이 이뤄질 경우, 중장거리 노선 취항이 가능한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 사진=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에 따른 독과점 우려로 운수권 재분배 전망이 나오면서,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는 중대형 항공기를 보유하거나 추후 도입할 예정이라, 운수권 재배분에 따라 중·장거리 노선 취항이 가능해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통합과 관련해 양 사가 보유중인 운수권과 공항 슬롯(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횟수)을 다른 항공사에 넘겨주며 독과점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통합의 경우 국내 1~2위 항공사 합병인지라 통합 발표 후부터 독과점 문제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 공항에서 운항중인 435개 노선 중 통합 항공사가 독과점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노선은 50.8%(221개)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운항하는 143개 국제선 중 양사 통합으로 점유율이 50%를 넘는 노선은 32개(22.4%)다. 특히 뉴욕, 로스앤젤레스, 바르셀로나, 시드니, 시카고 노선은 점유율이 100%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 항공사가 현실화될 경우 중장거리 노선 중 상당수가 독과점 형태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이에 공정위는 해당 노선 운수권을 재분배해 독과점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중에선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합항공사 및 계열사를 제외하면 중장거리 노선 운항이 가능한 곳은 현재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 두 곳 뿐이다. 제주항공은 중장거리 노선 보다는 단거리 노선에 집중하며 규모의 경제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진에어는 중대형기인 보잉사의 ‘777’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대한항공 계열사라 운수권 재분배에선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티웨이항공은 내년 2월부터 에어버스사의 중대형기 ‘A330’을 총 3대 도입해 장거리 운항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취항을 목표로 하고 있는 곳은 호주 시드니, 크로아티아, 호놀룰루, 싱가포르 등 운수권을 갖고 있는 지역이나 통합 항공사 출범 후 운수권 재배분이 이뤄질 경우 다른 유럽 노선도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된다.

에어프레미아는 설립 초기부터 ‘저렴한 가격대의 미주 노선 운항’을 목표로 했다. 이에 에어프레미아는 미주대륙까지 운항이 가능한 보잉사의 신형 항공기 ‘787-9’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787-9 기종은 최대 항속거리가 1만5000km로 미국 동부까지도 운항이 가능하다. 에어프레미아는 항공기를 추가 도입해 연말이나 내년 초까지 총 3대의 항공기를 운영할 계획이다.

LCC 관계자는 “통합 항공사 운수권 재배분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국내 LCC들이 운수권 배정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다만 아직까지 구체화된 내용이 없기 때문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르면 올 연말께 진행될 몽골 울란바토르 운수권 배분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한국과 몽골 정부는 지난 8월 항공회담을 열고 내년 울란바토르 노선 공급 좌석을 주당 2500석에서 성수기에 한해 5000석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해당 노선은 대한항공이 25년 넘게 독점으로 운항하다가, 지난 2019년 운수권 배분으로 아시아나항공이 추가 운항하게 됐다. 하지만 양사가 통합하게 될 경우 다시 독점 노선으로 바뀌게 된다. 울란바토르 노선은 국내 LCC 대부분이 운항이 가능한데다, 수익이 높은 알짜배기 노선이라 운수권 배분에 모든 LCC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다만 대한항공 측은 통합에 따른 운수권 재배분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지난달 성명을 내고 “운수권은 국가 자원이나 하늘에서 저절로 툭 떨어지는 사과가 아니다”며 “항공사가 오랜 기간 노선 운항 안전요소, 수익성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획득한 무형의 자산”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공정위가 독과점으로 운임 인상이 될 것이라고 단정해 운수권 배분을 고려하고 있지만, 항공 시장은 완전 자유경쟁 체제이기 때문에 시장 경제논리를 무시하고 독점적으로 운임을 인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통합 항공사 운수권을 재배분할 경우 국내 LCC보다는 외국항공사에 더 많은 혜택이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LCC 규모를 감안하면 운수권을 재배분하더라도, 대응할 수 있는 범위는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운수권은 국가 대 국가간 협상으로 이뤄지는데, 국내 항공사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운수권 재배분에 나설 경우 자칫 외항사만 배부르게 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며 “운임 인상의 경우 산업은행이 대한항공 경영평가위원회를 만들어 경영 전반을 감시하기로 한 만큼, 인위적인 인상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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