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35%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 하는 法, 법사위 문턱 넘어
재계와 현실적 감축 목표 조율 중에 먼저 수치와 연도목표 등 법으로 정해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업계 의견 수렴하기로 했는데, 법부터 만드는 과정을 보고 무슨 조율을 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기후위기대응법)’이 여당의원들 주도로 언론중재법 등과 함께 25일 새벽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회의운영 방식에 반발해 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법은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35%(2018년 대비)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를 놓고 부작용 및 현실 가능성은 물론, 관련 당사자인 산업계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불거진다. 법부터 통과됐는데 어떤 것을 조율해야 하느냐는 볼멘 목소리도 나온다.
NDC 설정과 관련한 당사자인 산업계에선 계속해서 의견을 내왔다. 기본적으로 국내 산업 구조를 봤을 때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포스코, 현대차 등 국가경제를 견인하는 대부분 기업들의 탄소배출 현황을 보면 급격한 목표를 설정할 경우 기업활동 위축이 불가피하고, 이는 곧 국가경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논리다.
류성원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전략팀장은 “우리나라는 철강, 화학 등 탄소배출이 많은 산업이 많은 구조라 저감 노력 자체가 국내 기업에게 불리하다”며 “그래도 필요성을 이정하고 함께 의논해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한 목표를 조율해야 한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법은 오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중간 다리의 성격을 갖는다. 산업계 역시 이 같은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것으로 인정하고, 이에 대한 여러 고민을 해왔다. 예를 들어 포스코는 탄소배출을 2040년 50%로 줄이고 2050년 탄소중립을 이뤄내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현대차, 한국조선해양 등 각 분야 기업들도 나름대로의 로드맵을 만들고 청사진을 그려왔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선 저감과 관련한 신기술 개발이 필요한데, 대부분 기술은 2040년부터 본격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산업계 중론이다. 즉, 2030년까지 35%를 줄이는 계획은 현실을 감안할 때 상당히 무리할 것이라는 얘기다.
산업계는 탄소중립을 달성하는데 있어 주체가 될 것임에도 불구하고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토로한다. 특히, 조율 과정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법부터 통과된 것에 대해 허탈해 하고 있다. 한 재계 인사는 “탄소중립위원회에서 분명 8~9월에 걸쳐 의견을 수렴하고 10월 말에 발표를 하겠다고 했다”며 “이미 법으로 2030년 35%라는 수치를 정해놓고 나서 조율을 하자고 하는데, 그럼 무엇을 조율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산업계에선 수치와 연도목표 자체가 조율의 대상이라고 봤는데 이를 미리 정하고 그 안에서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어차피 조율을 하더라도 35% 이상 선에서 논의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후위기대응법이 법사위를 통과한 25일에도 산업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자리가 이미 이전부터 마련돼 있었다는 전언이다.
한편 25일 열릴 예정이던 국회 본회의는 국회법에 막혀 미뤄졌다. 국회법 제93조의 2에 따르면 국회 상임위가 법률안 심사를 마치고 국회의장에 보고서를 제출해도 하루가 지나지 않았을 경우 법안을 상정할 수 없도록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