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 개최…가석방시 13일 출소
재계와 시민단체, 가석방 찬반 갈려…여론은 우호적
이재용 복귀 시 삼성 투자와 M&A 속도 붙을 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여부가 9일 결정된다. 이 부회장이 복귀하게 되면 그간 지연된 대규모 투자 결정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여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법무부는 오는 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가석방심사위원회를 열고 광복절 기념일 가석방 대상자 심의를 한다. 심사 대상에는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위는 위원장인 강성국 법무부 차관을 비롯해 구자현 법무부 검찰국장과 유병철 교정본부장, 윤웅장 범죄예방정책국장 등 당연직 위원 3명과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변호사, 대학교수 등 5명이 외부위원으로 구성된다.

위원들은 죄명, 범죄 내용, 형기, 교정 성적, 재범 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가석방 최종 대상자를 선정한다. 이후 법무부 장관의 허가를 통해 최종 결정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형기의 60%를 채워 가석방 요건을 충족했다. 법무부의 심의를 통과하게 되면 광복절에 앞서 13일쯤 출소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형기는 내년 7월까지다.

재계는 글로벌 반도체 위기 속에 이 부회장의 역할을 강조하며 사면을 요청해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5단체는 지난 4월 이 부회장의 사면 건의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회장들도 문재인 대통령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사면을 건의한 바 있다.

반면에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국정농단이라는 중범죄를 저질러 죄질이 무겁다는 것이다. 또 기업 성장을 이유로 가석방 결정을 내리면 기업 범죄를 용인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론은 우호적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상대로 이 부회장의 광복절 가석방 찬반을 묻자, 응답자의 70%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찬성 의견(59%)이 반대(35%)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 내부에서는 이 부회장이 복귀하면 ‘초격차 전략’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초격차 전략은 경쟁사를 압도하는 기술 개발과 투자로 2위와 격차를 계속 벌리는 전략이다. 

이 부회장은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시장에서 위기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의 파운드리 경쟁사인 대만 TSMC와는 점유율 격차가 더 벌어졌고, 인텔까지 파운드리 사업에 재진출하며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을 진행하고 있다.

또 삼성전자의 주력인 메모리 부문에서도 미국의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가 각각 176단 낸드와 DDR5 D램의 기술 개발과 생산에서 삼성전자를 앞지르면서 삼성전자의 초격차 전략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TSMC가 삼성에 앞서 3나노미터(nm) 생산 준비에 돌입하고, 2나노 칩 공장 건설 계획까지 승인받았다. 인텔까지 막강한 자금과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파운드리 시장에 가세해 했다”며 “삼성전자의 ‘비전 2030’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투자와 관련해 첫 행보는 지지부진하던 미국 투자 결정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주의 오스틴과 테일러, 애리조나주의 굿이어와 퀸크리크, 뉴욕주의 제네시카운티 등 5개 지역을 후보지로 올려놓았으나 최공 결정권자의 부재로 최종 결정이 지연되고 있다.

이 외에 대규모 인수합병(M&A)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M&A가 중단돼 있다. 

반면 엔비디아·AMD·SK하이닉스 등이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유망 기업 인수전에 뛰어들었고, 미국의 퀄컴은 최근 스웨덴의 자동차 부품업체 ‘비오니어’ 인수 입찰에 가세하는 등 반도체 기업의 전략적 M&A가 가속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달 “인공지능(AI)·5G·전장 사업 등 다양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공개해 이 부회장의 복귀로 삼성전자의 투자시계가 빨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가석방된다 해도 경영 활동에 제약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형 집행이 즉시 면제되는 사면과 달리 가석방은 구금 상태에서 벗어나는 조건부 석방으로 취업제한이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가석방 신분이어서 해외출장도 제한된다. 경영 활동을 위해선 법무부 특정경제사법 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재계에선 사면을 요구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사법 리크스’도 현재진행형이다. ‘부당합병·회계부정’ 사건과 관련된 1심 재판이 진행 중이고,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와 관련한 재판도 오는 19일부터 열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가석방돼 복귀하더라도 부당합병·회계부정 관련 1심 재판이 진행 중이고 프로포폴 투약 협의 관련 재판도 열릴 예정이여서 경영활동에 올인하기 힘들 것”이라며 “이 부회장과 삼성의 미래는 여전히 가시밭길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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