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개발·외부 발굴 통해 슈퍼IP 10종 선보일 것
확률형 아이템 논란에 이정현 대표 “다시 신뢰 보내 달라”
신규 프로젝트 내년 출시…올해 실적 개선 어려울 것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넥슨은 올해 확률형 아이템 이슈, 코로나19 장기화 등 위기에 직면했다. 경쟁사가 왕좌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동안 단 한 개의 신작도 내놓지 못했다. “숨 고르기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넥슨은 신규 개발 중인 프로젝트를 대거 선보였다.
5일 넥슨은 ‘넥슨 뉴 프로젝트: 미디어 쇼케이스’를 열고 ‘프로젝트 매그넘’, ‘마비노기 모바일’, ‘프로젝트 HP’ 등 신규 개발 프로젝트와 경영 목표를 공개했다.
이날 행사에 이정헌 넥슨 대표는 연내 출시 예정인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비롯해 신규 개발 프로젝트 7종, 넥슨의 서브 브랜드 ‘프로젝트 얼리스테이지’, ‘프로젝트 MOD’ 등을 소개했다.
◇ 넥슨, 신작 12종 대거 공개
이 대표는 “앞으로 넥슨을 책임질 새로운 슈퍼 지식재산권(IP) 10종 이상을 개발∙육성하고, 과감히 투자할 계획”이라며 “내부에서 개발하는 것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발굴할 계획이다. 게임만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콘텐츠까지 폭넓게 바라보고 있다”고 밝혔다.
넥슨은 이날 ‘프로젝트 매그넘’, 프로젝트 오버킬’, ‘마비노기 모바일’, ‘프로젝트 ER’, ‘프로젝트 SF2’, ‘테일즈위버M’, ‘프로젝트 HP’ 등을 선보였다. 이중 마비노기 모바일과 프로젝트 ER, 테일위버M을 내년 출시할 계획이다.
넷게임즈 박용현 사단이 이끄는 프로젝트 매그넘이 주목을 받았다. 국내에서 미개척 장르인 루트 슈터 장르로 선보인다. 루트 슈터는 슈터 전투에 역할수행게임(RPG)를 결합한 것으로 3인칭 슈터 전투를 즐길 수 있다. PC와 콘솔 플랫폼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넷게임즈는 ‘V4’, ‘블루아카이브’ 등 새로운 IP를 성공시킨 개발사”라며 “박용형 사단의 RPG는 이미 검증됐다. 신작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날 지난 2018년 지스타에서 처음 공개한 마비노기 모바일도 베일을 걷었다. 개발사인 데브캣스튜디오는 지난해 11월 독립법인으로 출범해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원작 ‘마비노기’의 감성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등장인물, 사건, 모험 등을 추가할 계획이다.
넥슨 신규개발본부가 개발 중인 프로젝트도 공개됐다. 대형 프로젝트로 추진 중인 프로젝트HP는 30명 이상의 이용자가 싸우는 백병전 PvP 액션 장르로 역시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다. 또 신규개발본부는 메타버스 요소가 포함된 ‘MOD’도 선보였다. MOD는 메이플스토리의 소스를 사용해 누구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 올해 대내외 이슈로 몸살
이 대표가 공식석상에 나선 것은 3년 만이다. 이날 이 대표가 직접 나선 것은 넥슨이 지난 1년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내부 위기감이 형성되자 직접 나서 위기설을 잠재우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넥슨은 지난 1년간 신작을 단 한 개도 내놓지 못하며 게임 시장에서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지난 2월 ‘메이플스토리’ 확률형 아이템 논란으로 충성고객이 대거 이탈하는 사태를 겪었다. 메이플스토리는 넥슨의 주요 매출원 중 하나였기 때문에 큰 타격이었다. 실제 지난해 4분기 국내 모바일 매출은 지난해 4분기 196억엔(2044억원)에서 지난 1분기 149억엔(1554억원)으로 감소했다.
코로나19 장기화도 신작개발의 속도를 늦추는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 대표는 “내·외부적 이슈가 많았다”면서 “코로나19는 사실 힘들었다. 팬더믹 상황에서 어떻게 기업 활동을 유연히 할 수 있을지 치열히 고민했다”고 전했다.
그러는 사이 경쟁사들은 대작을 선보이며 왕좌를 놓고 각축전을 벌였다. 올해 상반기 엔씨소프트는 ‘트릭스터M’, 넷마블은 ‘제2의 나라’ 카카오게임즈는 ‘오딘: 발할라 라이징’을 출시했다. 흥행 잣대인 구글플레이 매출을 살펴보면 상위 5위권에 넥슨의 작품은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신작 부재는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넥슨은 지난 1분기 실적 발표에서 2분기 매출을 545억엔~596억엔(약 5725억원~6272억원), 영업이익을 120억엔~164억엔(약 1262억원~1725억원)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16%, 39~55% 감소한 수치다.
비트코인 투자 손실을 반영하면 더욱 암울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넥슨 일본법인은 약 1억달러(약 1130억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사들였다. 그러나 두 달만에 비트코인이 급락하면서 460억원 가량의 손실을 입었다. 투자 손실을 반영할 경우 2분기 실적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에도 경쟁은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넷마블은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마블IP 기반의 ‘마블 퓨처 레볼루션’을 선보인다. 하루 차이로 엔씨소프트는 ‘블레이드앤소울2’를 예고했다.
넥슨은 이날 신규 프로젝트를 공개했지만, 올해 게임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중 다수는 내년 출시 예정이거나 일정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이달 선보일 ‘코노스바 모바일’은 퍼블리싱 작품으로 주목도가 떨어진다. 기대작인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는 연말에 나올 것으로 점쳐진다.
이 대표는 “개발 전략을 ‘선택과 집중’으로 대대적으로 수정해 가능성 있는 프로젝트를 집중 개발했다”며 “대한민국 1등 회사로서 글로벌 회사와 경쟁하기 위해 수천 명이 투입되는 대규모 신작을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저가 즐기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만고불변의 원칙”이라며 “올해 초 확률형 아이템 이슈로 인해 많은 유저에게 심려를 끼쳤다. 앞으로 막힘없이 소통할 수 있도록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다시 신뢰를 보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